▶ 문화
서울대학교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
《안과 밖 Inside/Outside》
서울대학교미술관(SNU MoA)은 지난 20년간 무수한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였지만, 미술관 자체를 전시한 적은 없었다. 개관 20주년 기념전 《안과 밖 Inside/Outside》이 특별한 이유다. 회화·조각·설치 등 작가 70명의 약 120점을 네 개 섹션으로 구성한 것에 더해, 미술관 건립 과정에 대한 아카이브가 최초로 공개된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렘 콜하스(Rem Koolhaas)는 1997년, 서울대학교미술관 첫 기본 설계안에서 가로로 길게 뻗은 다리를 콘셉트 스케치로 제시했다. 건물 내부와 외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동선의 흐름을 강조한 안이었다. 현재의 형태로 구체화된 것은 2003년, ‘캠퍼스와 지역 사회를 잇는 매개 공간’을 건물을 가로지르는 ‘슬라이스(slice)’로 표현한 최종안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신문기사, 설계도, 사진, 미디어 자료 등은 건립 논의가 시작된 1995년부터 국내 최초의 대학미술관으로 문을 연 2006년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자료들 곁으로는 서울대학교미술관의 모습을 담은 작품 두 점이 걸려 있다. 〈MoA. Seoul National Univ.〉(한운성, 2006)는철골 트러스와 유리 외벽이라는 미술관의 외형을 회화의 언어로 다시 풀어냈고 〈Someone’s Window〉(김희원, 2011)는 미술관 창문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 안과 밖의 경계를 흐려놓는다. 1부 전시에서는 도면이 건축으로, 건축이 다시 작품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MoA. Seoul National Univ.〉, 38 × 49 cm, 종이에 아크릴릭·오일 파스텔·색지, 한운성(2006)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기증, 소장가 기증(이건희·신옥진 컬렉션 등), 미술관 구매, 초기 교내 이관 작품을 기준으로 120점을 추려 네 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감각의 발견’ 섹션은 선과 색, 재료의 물성에서 출발한다. 물감을 적신 실을 캔버스에 튕겨 빛의 굴절을 시각화한 〈빛 88-91(A)〉(하동철, 1988), 1960년대에 기하학적 추상을 모색한 〈구성 C〉(한묵, 1969)가 대표적이다.
‘역사와 의식’에서는 2001-2003년 미술관이 기획했던 독도 특별전 출품작을 소환했다. 별자리가 독도를 감싼 풍경을 그린 〈독섬 삼형제 굴바위〉(민정기, 2002), 독도의 이미지를 감각적 풍경으로 제시한 〈무제(2)〉(구본창, 2003)를 주목할 만하다.
‘신체와 풍경’은 인체에서 출발해 자연과 산업 현장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어린아이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마을 풍경〉(장욱진, 1980), 광부의 임금명세서를 판화의 바탕으로 사용한 〈광부〉(황재형, 1987)는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묻는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일상과 도시 전체로 시야를 넓힌다. 길거리 구두 수선대를 설치 미술 형식으로 옮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윤동천, 1995), 일상용품을 태양계 행성에 비유한 〈Moon〉(강호연, 2018)은 평범한 사물을 다시 보게 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가변크기, 혼합매체, 윤동천(1995)
〈무제(2)〉, 56×76 cm, 석판화, 구본창(2003)
전시 개막 한 달 뒤인 5월 29일에는 개관 20주년 기념 국제 학술 심포지엄 「새로운 시대의 미술관」이 열린다. 뉴욕 MoMA와 홍콩 M+ 등 해외 주요 미술관 전문가, 국내 인사들이 모여 동시대 미술관의 역할과 공공성, 학습과 참여, 미래전환을 논의하는 자리다.
김형숙 서울대학교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건축 아카이브와 소장품을 통해 대학미술관이 사회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마을 풍경〉, 25.5×18.5cm, 한지에 크레용, 장욱진(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