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스템은 정교하게,
리더십은 유연하게

이수경 |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체육교육과 03학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한국 스포츠가 특정 종목 편중을 넘어 전 종목에서 고른 성과를 거둔 역사적 무대였다. 그 과정에서 이수경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선수 시절부터 다듬어온 경험과 특유의 친화력 그리고 철저한 준비로 힘을 보탰다. 60대의 꿈을 40대에 실현하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온 그의 행보를 따라간다.

준비된 청사진과 앞당겨진 기회

경기인 출신 최초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여성 및 선수 출신 최초 동계올림픽 선수단장 등 이수경 회장의 이력에는 ‘최초’라는 수식이 많다. 어린 시절부터 미래상을 또렷이 그려온 결과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진학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데이터 오퍼레이터, 국제 심판 활동도 청사진의 일부였다.
“나이를 세분화해서 인생 계획 세우기를 좋아했어요. 그중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과 올림픽 선수 단장은 60대에 이룰 꿈으로 생각했는데 20년이나 앞서 기회를 마주하며 고민이 깊었죠. 하지만 제가 원할 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헤아리니,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많은 지금 더 열심히 봉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현재 이수경 회장은 가업인 삼보모터스그룹 CFO, 아내이자 엄마,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계획에 맞춰 살아온 그에게 예기치 않은 과업까지 감당하기란 쉽지 않았기에 새로운 전략을 찾았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는 집착을 내려놓고 역할별 스위치를 그때그때 유연하게 전환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무엇이든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하나를 80% 정도 해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해요. 특히 요즘은 제가 큰 방향성을 잡고 나머지는 함께하는 팀원들에게 맡깁니다. 팀이 단단하게 꾸려져 있으면 팀원들이 채워준다는 걸 확인했거든요. 특히 2026 동계올림픽에서도 소통하며 좋은 팀을 만드는 법을 많이 배웠어요.”
믿고 맡기는 자세는 20년의 시차를 압축해 꿈을 이룰 수 있게 만든 동시에, 이수경 회장을 관리자 이상의 리더로 만들었다. 이런 능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인생의 실험실이었던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서서히 쌓였다.

이수경 단장은 역대 최초 선수 출신 겸 여성 선수단장으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성공에 힘을 보탰다.

관악캠퍼스에서 연결과 확장을 경험하다

“체육교육 전공이지만 자연대와 공대 등 다양한 학과의 수업을 열심히 찾아 들었어요. 수영·테니스·골프 등 동아리 활동도 폭넓게 했고요. 하나의 사고에만 얽매여 있는 건 왠지 재미없었거든요. 덕분에 다방면의 지식도 쌓고, 같은 현상을 다른 관점으로 보는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죠. 그때 맺은 인연들은 체육인이자 기업인 그리고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든든한 자산입니다.”
실제로 이수경 회장에게 대학은 전공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관을 확장한 새로운 무대였다. 서울대 빙상부 창단은 특히 지도 없는 길을 그려 나간 사례 중 하나다. 입학 직후 빙상부를 만들기로 결심한 그는 2학년이 되면서 적극적으로 회원 모집에 나섰다. 청소년기에 빙상장에서 만났던 서울대 재학생들을 찾아 연락하는 정성을 쏟았고 캠퍼스에서 스케이트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무작정 따라가 입회를 권유했다. 단순히 인원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운동을 그만두고 학업에 전념하던 이들을 다시 빙판으로 불러내기 위해 명분을 만들고 설득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런 노력은 3학년이던 2005년, 서울대 빙상부 창단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수경 회장에게는 머릿속에 있는 밑그림을 구체화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성장하는 토대가 되었다.

리더의 역할은 혼자서
정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가장 안전하고 단단한
울타리를 마련해주는
일이라 믿습니다.

사람과 함께 열어갈 인생의 다음 장

전략가이자 행정가의 면모가 먼저 드러난 곳은 기업 경영이지만 널리 알려진 것은 2026년 동계올림픽이었다. 현장의 행정 시스템을 선수 친화적으로 재편하며 후배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한 덕분이다. 최초 선수 출신 겸 여성 선수단장이라는 상징성을 뛰어넘었다는 것도 값진 성과다.
“부정적인 뉴스가 없었던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국제대회에서 팀 리더를 맡으며 아쉬웠던 점을 반영해서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들었거든요. 김택수 선수촌장님부터 막내까지 선수단 전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던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도 뿌듯하고요. 결국, 무슨 일을 할 때나 사람이 핵심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렇듯 여러 층위의 삶을 충실히 넘나드는 에너지는 결국 철저한 자기 설계와 실행력,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에서 비롯한다. 60대에나 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목표들을 20년이나 앞당겨 현실로 만든 것 또한 집요함과 유연함을 잃지 않은 결과다. 정해진 내일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다음 장을 열어젖히며 나아가는 이수경 회장의 다음 행보가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이수경 회장에게 무한한 상상은 막연했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힘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두지 말고 미래를 그려보길 권해요.
상상은 막연한 꿈이 아니라,
계획한 모습 그대로를
현실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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