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
한국 가구의 이민 결정에 영향을 주는
비경제적 동기와 네트워크의 역할 규명
농업생명과학대학 이성우 교수 연구팀
이삿짐을 싸서 공항으로 향하는 한국인 가족을 보면 누구나 더 높은 소득을 찾아 떠나는 것이라고 짐작하기 쉽다. 이처럼 우리는 매 순간 더 나은 소득을 꿈꾸며 움직인다고 믿지만, 정작 태평양을 건너는 거대한 결정이 일어나는 순간 우리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가족이 거주지를 옮기는 결정은 사실 꽤 복잡한 선택의 결과다. 한국과 미국처럼 지리적, 문화적으로 거리가 먼 국가 간의 이동은 단순한 경제적 이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물론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소득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이성우 교수 연구팀이 1990년과 2000년의 가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예상되는 소득 차이는 이민을 결정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비밀은 소득이라는 지표 너머에 있는 신고전주의 이론의 한계에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사람들은 왜 경제적 손해를 보면서도 떠날까? 답은 삶의 우선순위가 겹겹이 쌓인 다층적인 그물망에 있다. 단순히 소득이라는 실 한 가닥이 아니라 가족 재결합, 교육 환경, 사회적 네트워크라는 여러 가닥이 촘촘히 엮여 만들어진 결과다. 이민은 경제적 득실을 따지는 계산이라기보다, 한 가구의 삶 전체를 새로운 터전으로 옮기기 위한 총체적인 선택에 가깝다. 이성우 교수 연구팀은 헤크만(Heckman) 모델1 이라는 정교한 분석법을 이용했다. 이미 정착한 이들이 전해주는 정보와 지원은 초기 적응 비용을 줄여주었고, 1997년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시련은 한국인들에게 단순한 소득 증대보다 안정적인 삶의 터전이 더 절실하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미국 정부가 시행한 가족 재결합 우선 정책이나 숙련 노동자를 위한 비자 제도 역시 이러한 가구 단위의 결심을 뒷받침하는 배경이 됐다. 이번 연구는 국제 이민의 원리를 처음으로 가구 수준에서 정밀하게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도시 정책을 설계하거나 인구 이동에 따른 사회 변화를 예측할 때 단순한 경제 지원을 넘어선 다각도의 정책 개발에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