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로봇은 죽어서
‘거름’을 남긴다?

‘완전 생분해·퇴비화 소프트 로봇 전자 시스템’ 개발

재료공학부 강승균 교수 연구팀

수명을 다한 로봇이 고철 쓰레기가 되는 대신, 흙 속에서 녹아 사라지며 나무를 키우는 거름이 된다면 어떨까?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 마법 같은 일이 현실이 됐다. 생물처럼 태어나 임무를 수행하고, 죽어서는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생애주기’를 가진 로봇이 등장한 것이다.

쓰레기 대신 ‘거름’을 남기는 착한 로봇의 탄생

우리가 흔히 아는 로봇은 단단한 금속 골격과 플라스틱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로봇들은 버려지면 수백 년 동안 썩지 않고 지구를 괴롭히는 기계-전자 복합 쓰레기가 된다. 하지만 재료공학부 강승균 교수가 개발한 로봇은 다르다. 연구팀은 젤리처럼 말랑하면서도 100만 번 이상의 반복적인 구동을 견딜 만큼 질긴 생분해성 엘라스토머(PGS)1 로 로봇의 몸체를 만들었다. 이 로봇은 평소에는 거친 환경에서도 끄떡없이 임무를 수행하지만, 수명을 다한 후 산업용 퇴비 환경2 에 놓이면 수개월 안에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진다. 가장 놀라운 점은 로봇의 ‘뇌’와 ‘신경계’ 역할을 하는 전자 회로까지 모두 땅속에서 분해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마그네슘(Mg), 몰리브덴(Mo), 실리콘(Si)처럼 환경에 무해한 금속과 무기질을 이용해 무기 전자소자3 를 만들었다. 덕분에 로봇이 분해된 자리에는 독성 물질 대신 식물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영양분이 남는다. 로봇이 죽어서 한 그루의 나무를 키우는 영양분이 되는 셈이다. 이 기술은 단순히 ‘잘 썩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강승균 교수는 “전자 부품까지 통째로 퇴비가 되는 기술은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향후 우리 몸속에서 임무를 마치고 스스로 사라지는 ‘전자약’이나 기후 변화를 감시하는 ‘환경 파수꾼 로봇’ 등 무궁무진한 분야에 쓰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로봇이 차가운 기계가 아니라, 자연의 순환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동반자로 거듭나고 있다.

  • 1 생분해성 엘라스토머 (PGS): 고무처럼 탄성이 있으면서도 미생물에 의해 자연적으로 썩는 친환경 고분자 물질
  • 2 산업용 퇴비 환경: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하도록 온도와 습도가 조절된 환경으로, 생분해성 물질이 거름으로 변하는 장소.
  • 3 무기 전자소자: 마그네슘이나 실리콘처럼 자연계에 존재하는 성분을 이용해 만든 전자 회로로, 환경 오염 없이 분해된다.
- 『Nature Sustainability』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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