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딸기 향은 왜
딸기 향으로 느껴질까?

다양한 냄새 분자를 인식하는 후각수용체의 구조와 작동 원리 규명

생명과학부 최희정 교수 연구팀

딸기를 코에 가져다 대면 누구나 딸기 냄새라는 걸 안다. 꽃향기도, 갓 구운 빵 냄새도, 비 온 뒤 흙냄새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냄새를 맡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그 냄새가 느껴지는 순간 코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400종의 수용체가 포착하는 수백만 가지의 신호

딸기를 코에 가까이 대면 달콤한 향이 난다. 당연한 것 같지만 이건 사실 꽤 신기한 일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분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만큼 작은데, 우리는 어떻게 ‘딸기 향’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걸까? 비밀은 코 안쪽 세포 표면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단백질인 후각수용체1 에 있다. 냄새 분자가 날아와 이 단백질에 딱 달라붙으면 뇌에 신호가 전달되면서 우리는 비로소 냄새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사람의 후각수용체는 약 400종밖에 없는데, 우리가 구별할 수 있는 냄새는 수백만 가지나 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답은 ‘조합’에 있다. 하나의 수용체가 여러 냄새 분자를 인식하고, 하나의 냄새 분자도 여러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한다. 피아노 건반 몇 개를 조합해 수많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후각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붙잡는 순간,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지금껏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후각수용체의 크기가 관측하기 어려울 만큼 작았기 때문이다. 최희정 교수 연구팀은 극저온전자현미경2 이라는 장비를 이용해 딸기 향 분자가 후각수용체와 결합한 구조를 고해상도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딸기 향 분자가 후각수용체 내부의 특정 공간에 어떻게 결합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수용체 내부에는 소수성(기름 성질을 띠는) 아미노산3 들이 주로 분포하고 있어, 딸기 향 분자와 같은 소수성 냄새 분자와 안정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냄새 분자가 특정 후각수용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 1 후각수용체: 코 안 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 냄새 분자와 결합해 뇌에 신호를 보낸다
  • 2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M): 시료를 급속 냉동한 뒤 전자빔으로 촬영해 아주 작은 물질의 구조를 보는 장비
  • 3 아미노산: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 어떤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느냐에 따라 단백질의 성질이 달라진다.
- 『Science Advances(IF=12.5)』게재 -
<   이전글 보기 다음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