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김연상 |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정교한 이론도 삶에 뿌리내리지 못하면 ‘박제된 정답’에 머물고 만다. 기술은 연구실 모니터 위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과 산업 현장에서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지성과 경기도라는 현장이 만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주목받는 이유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연상 원장에게 융합기술의 미래를 물었다.
서울대 본부 주관 연구소인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차세대융기원)은 2005년 서울대의 우수한 연구 역량을 산업과 지역사회 현장에 접목하려는 서울대의 제안에 경기도가 뜻을 함께하며 설립된 국내 최초의 관학 협력 공공연구기관이다. 이후 2017년 공동 출연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하며 현재까지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대와 경기도가 손을 잡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연상 원장은 그 해답을 현장에서 찾는다.
“융합기술은 현장의 문제를 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요소들을 탐구하고 그 요소들을 서로 묶어 해결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죠. 예전에는 전자공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토목공학 등 개별 공학만으로도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지만 지금은 사회가 고도화되어 일반적인 공학 하나만으로 해결이 어렵습니다. 반도체만 봐도 전자공학 하나만으로는 산업의 문제 전반을 해결할 수 없거든요.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면 결국 융합기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들은 차세대융기원의 미션인 ‘인간을 향한 융합기술’로 귀결된다. 인간의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도 일반인에겐 선택일 수 있지만 교통 약자나 노선 외 지역 거주자에게는 절실한 복지가 됩니다. 또한 피지컬 AI는 신체 기능이 저하된 분들의 능력을 확장해 주고 미세먼지 스캐닝 라이다(Lidar) 기술은 최근 산불 감시 분야까지 외연을 넓히며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김연상 원장은 ‘자율주행 무인 자동차’의 실증 사례를 들며 지자체와의 연결이 왜 중요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판교에 센터를 개소한지 벌써 7년 차가 되었습니다. 사실 도심 도로에 자율주행차가 직접 돌아다니는 실증은 영리 기업이 단독으로 진행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공공재인 도로를 활용해야 하기에 복잡한 법규와 규제의 벽이 높기 때문이죠. 이런 사업은 경기도의 공공기관이면서 서울대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차세대융기원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미세먼지 스캐닝 라이다 실증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미세먼지의 원인인 오염원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산업단지에서 직접 측정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들의 반발을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차세대융기원은 경기도 내 관련 부서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 킬로미터 밖의 오염원까지 포착하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기술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술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과 제도, 주체 간 협력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함을 절감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자체와 협력하는 우리 연구소의 정체성은 ‘현장 밀착형 연구’를 가능케 하는 가장 강력한 시스템이라 확신합니다.”
김연상 원장이 강조하는 이 ‘협력 네트워크’는 차세대융기원의 운영 철학인 ‘산·학·연·관 융합 허브’로 구체화된다. 단순한 연구기관을 넘어 기업의 수요에서 출발하는 ‘수요 기반 연구’, 즉각 투입 가능한 ‘실전형 인재 양성’, 그리고 연구 성과가 시장에 안착하는 ‘사업화 연결 구조’를 만드는 거대한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유기적인 시스템 안에서 서울대의 연구 성과는 실험실에 머물지 않고 기업 지원과 과학문화 확산이라는 실질적인 가치로 확장되는 중이다.
현재 차세대융기원은 미래 모빌리티, 반도체, 지능화 AI 융합, 환경·재난 안전 등 네 가지 분야를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한 위탁 교육을 실시하고 중소기업의 국제 표준 인증을 위한 측정·분석도 지원한다. 이를 위해 구축된 450억 규모의 ‘경기도 반도체 기술센터’ 내 클린룸과 TEM(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 SEM(주사전자현미경) 등 정밀 분석 장비들은 차세대융기원의 자랑거리다. 대통령 표창을 받은 ‘미세먼지 스캐닝 라이다 기술’, 국내 최초 자율주행 대중교통 서비스 ‘판타G버스’, ‘경기도 반도체 기술센터’ 구축 등 괄목할 만한 몇 가지 성과도 얻었다.
이렇듯 독보적인 인프라와 실질적인 성과는 차세대융기원이 지역과 산업을 잇는 명실상부한 거점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런 성장의 토대 위에서 차세대융기원이 나아가야 할 다음 방향은 무엇일까?
“서울대의 연구와 인재, 신기술 역량이 경기도 문제 해결에 즉각 연결되길 바랍니다. 차세대융기원을 통로 삼아 사회의 난제가 대학으로 수렴되어 연구의 동력이 되고, 대학은 다시 최적의 해답을 내놓는 ‘기술 선순환 구조’가 안착하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서울대가 지향해야 할 공공성의 실천이자 책임의 확장이라 믿습니다.”
연구실 안의 정답이 세상 밖의 해답이 되기까지 서울대의 지성과 경기도라는 광활한 삶의 터전은 차세대융기원이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서 매일 새로운 지도를 그려 나가는 중이다. 이 캔버스 위에서 피어날 무한한 상상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핵심기술 개발과 산·학·연 협력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며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기술 자립과 미래 경쟁력 확보에 힘쓰는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판교제로시티를 중심으로 실도로 기반 자율주행 기술개발부터 표준화, 통합관제, 대중교통 서비스 실증까지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전 주기적 R&D를 추진하고 있다.
“누구나 마음껏 상상할 수 있지만
현장과 연결될 수 있다면 더 좋겠죠.
그 상상이 실현되도록
융합기술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세워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