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
위험을 읽어내는 마음의 속도를 측정하는
인지심리 기반 평가 시스템 개발
건축학과 안창범 교수 연구팀
건설 현장의 안전 수칙을 달달 외우고 있는 숙련된 작업자라도 뜻밖의 사고를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다. “안전모를 써라”, “추락을 주의하라”는 지식은 머릿속에 가득하지만, 정작 생사를 가르는 0.1초의 순간에 우리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안전을 ‘배워야 할 지식’으로만 여겨왔을 뿐, 작업자의 눈과 뇌가 위험을 포착하는 인지적 반사신경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건설 현장은 매 순간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이 발생하는 곳이다. 사고의 진짜 원인은 대개 위험을 아예 보지 못하거나, 보고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인지적 한계’에서 시작된다. 안창범 교수 연구팀은 KAIST 이정미 교수팀과 협업하여, 점수를 매기는 시험 대신 작업자의 실제 행동을 관찰하는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인 변화 탐지 테스트1 는 마치 ‘틀린 그림 찾기’처럼 복잡한 현장 속에서 미세하게 변하는 위험 요소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는지 측정한다. 이어지는 고/노고 테스트2 는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충동을 누르고 얼마나 정확한 행동을 선택하는지 평가한다. 이런 행동 테스트는 단순한 측정을 넘어 실제 현장의 모습을 바꾸는 강력한 신호탄이 되었다. 연구 결과, 자신의 반응 속도와 인지 능력을 수치로 확인한 작업자의 55%가 현장에서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일을 잘하는 숙련자들은 위험과 상관없는 엉뚱한 곳에 시선을 뺏기지 않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은 언어를 몰라도 태블릿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비언어적 평가3 방식을 써서,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현장에서도 공평하게 안전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안창범 교수는 “테스트 자체가 자신의 안전 습관을 되돌아보게 하는 훌륭한 공부가 된다”라며, 건설 현장의 안전을 지키는 핵심 디지털 도구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