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앤드류 호크 (농생명공학부 바이오모듈레이션전공 석사과정)
한국에서 태어난 방글라데시인 앤드류 호크 학생은 스스로를 ‘글로벌 시민’이라 정의한다. 그의 목표는 직접 보고 듣고 배운 한국의 성공스토리를 모국에 적용해 방글라데시의 기적을 만드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국적인 앤드류 호크 학생은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인생의 첫 아홉 해를 보냈고 아버지의 발령지인 호주와 쿠웨이트, 방글라데시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안에는 한인 커뮤니티 활동도 했다. 부모님 역시 그가 방글라데시와 한국을 잇는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처음에는 영미권 대학으로 진학하려 했는데 부모님께서 한국행을 권하셨어요. 저 역시 UCLA 컴퓨터공학과에 합격한 후에도 한참 고민했습니다. 마침 정부 초청 장학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기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를 선택했습니다.”
2019년 학부생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후 앤드류 호크 학생은 정치외교학에 더해 지리학을 복수전공하며 학문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돌아온 한국은 어린 시절 경험했던 유토피아와는 확연히 달랐다.
“비자 문제를 비롯해 온갖 행정적인 절차를 직접 처리하며 제가 한국인은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이방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정체성의 혼란이 생기더군요.”
정서적 고향과 서류상 국적 사이의 벽 앞에서 방황하던 찰나, 동기인 서영인 씨가 손을 내밀었다. 어릴 때부터 서로 다른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며 “우리가 가진 배경을 기반으로 나중에 뭐든 해보자”라고 제안했고, 약속은 2년 후 구체적인 현실이 되었다.
엠에프엠(MFM)에 담긴 의미 그대로, 앤드류 호크 학생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Margin for the Marginalized)’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3학년 1학기, “그때 했던 말 기억해? 지금이라도 해볼까?”라는 서영인 씨의 말에 앤드류 호크 학생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래!”라고 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SK행복나눔재단에서 개발도상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창업가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방글라데시를 대상 국가로 정하고 현지를 처음 방문한 두 사람 앞에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문제들이 쌓여 있었다.
“자본도 인맥도 부족했기에 농업 문제에 집중하기로 하고 현지 NGO와 함께 맹그로브 숲에 갔어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수출용 새우를 가공하고 버려진 새우 머리와 껍질 등이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었고, 여성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을 일하고도 일당은 겨우 2천 원밖에 못 받더군요. 이 악순환을 끊어낼 방법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두 사람은 오염된 환경과 소외된 노동, 식량 안보라는 실타래를 풀 사업 모델로 ‘타이거 새우 껍질 업사이클링’을 선택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엠에프엠(MFM)의 시작이었다.
목표와 아이디어는 뚜렷했지만 기술 실현은 또 다른 문제였다. 결국 두 사람은 곳곳에 자문을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만난 이기원 교수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 주었다. 바이오모듈레이션 전공 석사 과정이라는 학문의 길로 안내하고 이끌어준 것이다.
“정치외교학 전공자로서 동물 세포 수업 같은 생소한 이과 과목들과 씨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 인생의 롤모델이신 이기원 교수님께 큰 힘을 얻었고, 사업의 기술적인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절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낯선 학문에 대한 몰입은 버려지는 새우 껍질을 바이오차(Bio-char)로 변환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바이오차는 산소 공급을 제한한 상태에서 부산물을 고온 열분해해 만든 숯의 일종으로, 토양의 수분과 영양분을 붙잡아두는 동시에 대기 중 탄소를 땅속에 가둔다. 덕분에 해수면 상승으로 토양 염화가 심각한 곳에서 염분을 흡착하고 산성도를 조절해 작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엠에프엠은 이를 실제 농가에 적용해 토양 염화 최대 80% 감소, 수확률은 60% 이상 상승이라는 유의미한 데이터도 얻었다. 동시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3억 원의 재원을 확보했고, 2024년 서울대 창업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으며 기술의 타당성도 인정받았다.
앤드류 호크 학생의 시선은 엠에프엠의 성공을 넘어 방글라데시의 체질을 바꾸는 일에 닿아 있다. 서울대 입학 후 겪었던 방황에 대해 “저는 한국인이나 방글라데시인만이 아닌 두 세계를 잇는 글로벌 시민”이라고 정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5세 무렵 난민 캠프의 참혹함을 목격한 이후, 모국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국가 정책을 입안하고 이행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쉽지 않을 거라는 것도 물론 알아요. 하지만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의 성공 스토리를 직접 보고 경험했으니, 가능성을 가늠하며 꾸준히 실행할 생각이에요.”
앤드류 호크 학생의 깊고 단단한 눈빛은 이 꿈이 치기 어린 열정이 아니라, 먼 미래를 향한 약속임을 믿게 만든다. 글로벌 시민의 감각으로 개척할 길은 ‘방글라데시의 기적’을 넘어, 또 다른 누군가를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엠에프엠의 바이오차(Bior-Char)는 염분을 흡착하고 산성도를 조절해,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저에게 상상은
모국의 문제를 위한
해법을 찾는 과정입니다.
한국이라는 롤모델이 있는 만큼
방글라데시의 기적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