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ople③
창의공학설계 로보콘 2025 우승팀 ‘5vertake’
조성은·정지운·윤혜주·김원재·박서현
고(故) 주종남 기계공학부 교수가 1993년 처음 도입한 창의공학설계 수업은 극강의 난도로 유명하다. 공학 이론을 미처 익히기도 전인 저학년 학생들이 직접 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학기 동안의 사투는 직접 구현해 낸 로봇으로 승부를 가리는 ‘로보콘 대회’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33회째를 맞은 2025년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쥔 팀 ‘5vertake’의 여정도 만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팀원들은 꼼수 없이 가장 정석으로, 온몸을 부딪쳐 가며 결과를 만들며 한단계 더 성장했다고 말한다.
왼쪽부터 정지운 자유전공학부 25학번, 조성은 기계공학부 25학번(팀장), 윤혜주 기계공학부 25학번, 김원재 기계공학부 22학번, 박서현 기계공학부 25학번
조성은한 친구들끼리 팀을 짜오면 반영해주겠다고 하셔서 혜주, 서현이랑 셋이서 팀을 짰습니다. 이후 정지운, 김원재 학우가 합류하며 5인 체제가 되었죠. 팀명은 숫자를 이용해서 재치 있는 이름을 만들어 보는 과정에서 추월이라는 의미를 넣어 정했습니다.
김원재지나고 보니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보콘은 예선전을 치르고 나서 본선을 하는데 저희가 예선에서 강팀들을 만나서 전패했었거든요. 다행히 합산 점수가 높아 본선에 진출했고 결국 본선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팀명처럼 멋지게 추월에 성공했으니까요.
조성은F1 레이싱을 모티브로 한 경기였습니다. 다만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니라 주행 중간에 정비를 얼마나 정확히 수행하느냐가 관건이었죠.
박서현F1에 비유하자면 주행 로봇은 실제 레이싱카 같은 느낌이었고 엔지니어 로봇은 미캐닉 역할을 맡아 트랙을 한 바퀴 돌 때마다 정교하게 부품을 교체해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윤혜주부품별로 점수가 달라서 어려운 부품을 공략할수록 유리했습니다. 결국 까다로운 부품을 얼마나 많이 교체하느냐가 이번 대회의 승부처가 되었습니다.
김원재수업의 취지 자체가 무언가를 배우고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을 하게 만드는 거예요. 어떻게 하라는 방향을 정해주는 대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셨죠.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같은 장비, 각종 전선과 배터리 등 재료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시며 “한번 마음껏 만들어 보라”고 독려해 주셨습니다.
조성은처음에는 집게를 설계해 보라고 하셨고 두 번째는 설계한 것을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결과물을 내라고 하시더라고요. 물건을 잘 집을 수 있는지가 중요했어요. 이후 팀 과제에서는 차를 만들고 레일 위로 차가 잘 따라가게 하는 등 매주 새로운 것들을 해결해야 했어요. 로보콘 우승도 중요하지만 개인 및 팀 과제의 배점이 합산되어 최종 성적이 결정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팀원 모두 전 과정 만점을 기록하며 기본기를 탄탄히 다졌죠.
윤혜주수업을 듣는 친구들 모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느 팀이 우승할지 예측하기는 힘들었어요. 저희는 누가 무엇을 만들지 미리 정해두지 않았고요.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함께 고치고 만들어 나갔습니다.
박서현다른 팀들이 팔이면 팔, 주행로봇이면 주행로봇, 이렇게 부위별로 담당자를 나눈 반면, 저희는 전원이 모든 부분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더 자주 모이고 오래 고민해야 했지만, 다들 문제를 알고 있어서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어서 좋았어요. 수업이 끝나면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다 같이 모여 토론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매일 반복했습니다.
정지운사소한 오류를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씩 고민하고 찾아내고 했던 것이 승패를 갈랐다고 생각합니다. 본선에서 선 하나만 어긋나도 로봇이 멈출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배선을 글루건으로 고정하는 등 안정성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박서현차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와 팔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잡는가, 이 두 가지가 중요했습니다. 특히 팔을 두 개로 설계해 작업 속도를 높인 것이 효과적이었어요.
조성은로봇 팔의 관절도 6개로 만들었다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모터를 중첩 배치하는 방식으로 보강했습니다. 모터에 힘이 너무 많이 실리면 힘이 다 빠져버리는 일이 생기거든요. 그런 상황이 없었던 것도 승부에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조성은처음에는 팔을 두 개 만든 팀이 많았지만 중간 평가를 거치며 ‘이게 정말 필요할까’라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두 팔 구조 때문에 주행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았고 당시에는 뚜렷한 이점도 보이지 않았거든요. 다른 팀들이 팔을 하나로 바꾸는 추세를 보며 저희도 흔들렸던 거죠. 하지만 ‘머리로만 고민하지 말고 직접 구현해 비교해 보자’는 생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양팔 구조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결선에서 이 구조는 저희 팀만의 독보적인 강점이 되었어요.
김원재정비 과제 중 가장 점수가 높았던 것이 스포일러 조립이었는데요. 절반 분해된 스포일러를 네오디뮴 자석으로 정확히 부착해야 했습니다. 저희의 양팔 로봇이 이것을 완벽하게 수행해내며 점수 차를 크게 벌릴 수 있었습니다.
윤혜주‘어떻게 하면 가장 안정적으로 로봇을 작동시킬 수 있을까?’를 많이 되물었습니다. ‘팔에 힘이 부족하면 팔 끝이 흔들릴 텐데 어떻게 하면 좀 더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지?’라는 질문이 듀얼 모터 장착이라는 해결책으로 이어진 것처럼 말이죠.
조성은선 하나를 꽂을 때도 혹시나 터지지는 않을까 걱정되어서 매번 확인하고 질문하며 작업했습니다. 로봇 팔의 높이를 1cm 조정하는 사소한 부분조차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았죠.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질문에 서로 답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더 좋은 방법이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이 로봇은 우리 팀의 수많은 고민과 질문이 모여 완성된 결과물입니다.
정지운이론으로만 접근하면 모든 게 완벽하게 흘러가는 상황만 가정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면 실제로 현장에 적용한 후 변수나 문제점들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저희는 직접 부딪히며 그 간극을 메우는 법을 배워서 뿌듯합니다.
조성은‘일단 해보라’는 격려 속에 한 학기를 보내며 공학에 대해 막연히 가졌던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바뀌었어요. ‘이론으로만 생각하던 게 진짜 되는구나’를 직접 경험하며 앞으로 어떤 문제든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든든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윤혜주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창의공학설계 수업을 계기로 마음을 정할 수 있게 되었어요. 혹시 아직 진로가 막연해서 고민하는 후배가 있다면 방향을 잡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니까 꼭 한 번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박서현실제로 로봇을 만드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앞으로 더 전문적인 로봇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어요. 그러려면 공학 지식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서 2학년 전공 공부를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확실한 원동력을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김원재의대 다니면서도 항상 공학을 꿈꿔왔고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공대에 왔거든요. 책으로 혼자 공부할 때와 달리 직접 사람들과 부딪히며 무언가를 만들어 보니까 그제야 ‘내가 진짜 공과대학에 왔구나’ 하는 정체성이 확 생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강자는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마주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용기이자
그 빈틈을 채워 나가려는
강력한 성장의 의지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