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②

모두를 위한 지도를 그리는 시간

강건우 | 화학생물공학부 20학번
글로벌사회공헌단 샤눔리더스클럽 블랙레벨

대학 입학 직후 강건우 학생은 성취감만큼 큰 막막함을 느꼈다. 폭넓게 경험하고 싶었지만 공부 외에 아는 것이 없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라 조언을 구할 만한 선배도 없었다. 방황하던 그를 일으켜 세운 건 글로벌사회공헌단의 봉사자 모집 메일과 그 메일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부유하던 삶에서 타인을 위해 헤엄치는 삶으로

“중고등학생 때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에 오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막연했습니다. 제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지 전혀 모르고 살았더라고요. 한 학기 정도 헤매 다니던 중에 울진 지역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글로벌사회공헌단 메일을 받고 ‘이거다’ 싶어 바로 지원했어요.”
강건우 학생이 스스로에게 던졌던 ‘내가 살면서 가장 안 해본 게 뭐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일치한 덕분이다. 전공 분야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과 전혀 다른 일에 도전한다는 의미도 컸다. 그 기대 그대로, 울진에서 보낸 시간은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멘토로 삼고 싶은 선배들을 만나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활동을 하는 친구를 보며 배리어프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봉사활동에 대한 뜻을 굳힌 것이다.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대학생활을 재편한 강건우 학생은 3년 후인 2025년 연말 블랙레벨1의 주인공이 됐다.
“글로벌사회공헌단(이하 글사공)에서 10년 동안 저를 포함해 4명이 블랙레벨을 달성했는데, 울진팀에 이미 3명이 있었어요. 꼭 블랙레벨을 달성해서가 아니라 꾸준히 활동하는 선배들의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죠. 한창 ‘나는 뭘 해야 하지?’ ‘어떤 사람이 되어서 사회에 나가야 할까?’라는 질문을 품었던 시기였는데, 저도 그 선배들처럼 되고 싶다는 답을 찾았습니다.”
그는 블렉레벨이라는 결과보다도 부유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타인을 위해 두 팔을 내저으며 헤엄치는 확실한 느낌을 갖게된 것을 글사공 활동의 가장 큰 결실로 꼽는다.

1 블랙레벨: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 운영하는 단계별 인증 멤버십 ‘샤눔리더스클럽’의 최상위 레벨

휠체어의 눈높이로 다시 그려낸 캠퍼스 맵

글사공 활동은 공대생이라 전공 공부가 빡빡한 강건우 학생이 삶의 균형을 잡게 도왔다. 전국 중고등학생의 온라인 멘토가 되어주는 SNU멘토링, 해외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SNU 공헌단 등 학업 계획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프로그램 덕분이다. 그는 특히 직접 기획하고 팀장으로 참여했던 ‘모두의 배프(배리어프리)’ 팀 활동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한다. “장애 학우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캠퍼스 배리어프리 지도를 만들어서 서울시 시민참여지도에 수록했습니다. 서울시청 관계자들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께 자문을 받고 배리어프리 기준부터 세우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다행히 ‘서울대학교 글로벌사회공헌단 소속’이라고 하면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하시니 정말 감사했죠.”
실제로 캠퍼스 답사에는 2주가 채 걸리지 않았지만 배리어프리 기준을 세우는 데에는 무려 석 달 가까운 시간을 쏟았다. 어렴풋이 알던 것과 현장 사이의 차이도 컸다. 예를 들어 배리어프리 기준에 부합하려면 엘리베이터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문 크기만이 아니라 회전해서 되돌아 나올 수 있는 공간까지 확보해야 했다. 휠체어가 무리 없이 이동하려면 경사도가 7도 미만이어야 했지만, 산에 있는 캠퍼스 특성상 이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접 휠체어를 타고 곳곳을 살핀 것도 소중한 경험이 됐다. 단차가 없는 곳을 찾아 이동하며 휠체어 이용자들의 불편을 체험한 동시에,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팀원들은 휠체어를 타고 목표 지점을 돌아오는 체험 부스를 운영하며 학우들에게 배리어프리 캠퍼스의 필요성도 널리 알렸다.

블랙레벨을 목표로 삼은 적은 없어요.
다양한 활동에 꾸준히
즐겁게 참여하면서 얻은 결과죠.

정답 너머에서 찾은 온기와 여유

한 학기에만 150시간 넘게 글사공 활동에 할애한 적도 있지만, 강건우 학생은 그 동력이 ‘이타심’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한다. 스스로가 얻은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리더가 되기를 꺼렸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도전할 마음을 내게 되었고, 다양한 단과대 친구들과 만나며 세상을 넓혔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실패를 대하는 태도다.
“실수나 실패를 하면 큰일 날 거 같았어요. 정답이 정해진 공부만 해왔으니까요. 그런데 대학, 특히 글사공은 ‘학생들이 안전하게 실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담당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래서 강건우 학생은 친구들에게 글사공 활동을 적극 권유한다. 이 때에도 무거운 의미보다는 즐거움을 강조한다. 같은 목적을 가진 팀원들과 협업하며 결과물을 보는 재미와 인류애를 듬뿍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도 마찬가지다. 졸업 후 어떤 진로를 택하든 사람들과 마주하며 얻은 느낌과 추억을 잊지 않고 이어가는 사회인이 되겠다는 뜻이다.

강건우 학생에게 질문은 문제를 인식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기회

“평소에는 관심이 없다가도
누군가 ‘왜 그럴까’라고 물으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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