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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건(경제학과 55학번) · 이홍자(약학과 63학번) 부부
1970년 홍콩으로 건너가 해운업의 신화를 일군 이내건 콩힝에이전시 명예회장과 이홍자 여사 부부가 모교 발전을 위해 총 13억 3,780만 원을 기탁하며 재외 동문 나눔의 상징이 되었다. 타국에서 일군 성공의 결실을 후배들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내놓은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이내건·이홍자 부부의 서울대 기부는 자녀들의 실천을 보며시작되었다. 하버드와 브라운 대학교를 졸업하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자녀들이 모교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부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다.
“아이들이 각자의 모교에 기부하는 걸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망설임 없이 내놓는 걸 보면서 너무 과한 게 아닌지 걱정도 했어요. 그런데 정작 ‘우리는 어땠나’ 생각하니 부끄러워졌어요. 아이들에게 모교 사랑하는 법을 배운 것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이내건·이홍자 부부가 오래 간직해온 모교에 대한 고마움과 맞닿아 있다. 이내건 회장은 “서울대에 다닌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니 갚아야 한다”라고 했고, 이홍자 여사는 “장학금 덕분에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당장 다음 학기 등록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에는 장학금으로 학비를,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했습니다. 그때 그 장학금이 인생의 큰 등불이 되어준 것이지요. 꼭 장학금만이 아니라 모교에서 받은 게 참 많아요. 그러니 우리가 받은 사랑을 후배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970년 연고 없는 홍콩으로 건너간 이내건·이홍자 부부는 지역사회 환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낯선 땅에 정착해 터전을 잡으려면 힘을 보태는 건 당연하다는 신념 덕분이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다는 말에 두 사람은 “홍콩의 낮은 세율 덕에 얻은 경제적 여유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특히 홍콩한국국제학교(KIS)가 설립되기까지 직접 발로 뛰며 헌신한 일은 부부는 물론 교민들의 가슴에 애국심을 일깨우는 기폭제가 됐다.
“우리가 처음 갔을 때는 한국학교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모아 주말학교를 열고 아내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했죠. 이후 학교 건립을 위해 교민들이 모금한 만큼 한국 정부가 자금을 보태면서 지금의 홍콩한국국제학교가 세워졌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교민 자녀 위주였는데 어느 해인가 행사 때 가봤더니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애국가를 합창하더군요. 아직도 그 감동을 잊을 수 없어요.”
현장에서 체득한 공동체 정신은 재홍콩서울대동문회 활동으로 이어졌다. 상과대학동문회에서 출발해 서울대 전체 동문을 아우르는 조직으로 거듭나기까지 두 사람은 물심양면으로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이내건 회장은 세계 해외 동문회의 모범으로 꼽히게 된 공을 모두 후배들에게 돌린다. 기수별로 조직을 세분화하고 요리 경매나 다이어트 미션 같은 기발한 방식을 도입해 기부를 축제로 바꾼 후배들의 지혜가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후배들의 감각 덕분에 동문회가 아주 활기차고 의미 있게 됐어요. 젊은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눔을 실천하는 걸 보면 참 대견하고 뿌듯해요. 친목만 다지는 모임을 넘어 기쁜 마음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문화가 전 세계로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부부의 시선은 이제 모교가 세계 최고의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더 높은 지점을 향한다. 50여 년간 눈부시게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에 비해 서울대가 세계 대학 순위에서 밀리는 모습을 볼 때면 아쉬움이 앞선다. 이내건·이홍자 부부에게 서울대는 모교를 넘어 국가적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국을 떠날 때와 달리 지금은 전 세계가 우리 문화에 열광합니다. 국격이 이만큼 높아졌다면 서울대도 당연히 세계 정상에 서야죠. 대학 평가에서 홍콩대보다 순위가 낮은 것을 볼 때면 분한 마음마저 들어요. 서울대가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염원은 서울대의 투명한 기금 관리와 후배들의 뜨거운 학구열을 확인하며 더 적극적인 실천으로 바뀌었다. 부부의 기탁은 단순한 후원을 넘어 후배들이 세계 무대를 호령하는 리더로 성장하길 바라는 가장 뜨거운 응원이다.
“홍콩에서 만났던 후배들의 학구열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짧은 일정 중에도 현지 대학을 찾아가려는 모습이 참 대견했지요. 그런 훌륭한 인재들이 마음껏 꿈을 펼쳐 세계를 이끄는 주역이 되도록 돕는 것이 선배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