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④

경계에 서서 발견한
새로운 경로

최성운 PD | 샤로잡다 시즌2 진행자(경영학과 13학번)

화려한 자아를 뽐내는 진행자들 속에서 최성운 PD는 ‘시스템’의 일부가 되기를 자처한다. 과학고와 경영대를 거치는 동안 치열한 생존 감각과 자기 객관화를 놓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대학교 공식 유튜브 채널의 지식 나눔 시리즈 샤로잡다 시즌2에서 그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질문을 바꾸며 찾은 새로운 길

최성운 PD의 이력은 뜻밖의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과학고 출신으로 경영학과를 택했고 재학 중에는 학과 공부 대신 연극동아리 활동에 몰입하는 한편, 독립 출판물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교환학생 기간에는 영화과 수업을 들으며 어렵게 단편 영화를 찍었지만 “재능이 없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라고 말한다. 여기까지 살피고 나면 뜬구름을 좇은 기록처럼 보이지만 최성운 PD는 단 한 번도 땅에서 발을 뗀 적이 없다.
“창업을 꿈꾸며 경영학과에 입학했는데 기대와 달랐어요. 그래서 정보문화학 복수전공과 경영대 연극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특히 제가 각색한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걸 보니 영화 창작 욕심이 생겼어요. 그런데 경영대생이 가질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고 예술을 하려면 그만한 재능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걸 확인하기 위해 도전했다가 영화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결과물을 만들고 말았죠.”
못내 분했던 그는 포기하는 대신 ‘재능이 있는가’에서 ‘재능은 없지만 계속해도 될까’로 질문을 바꿨다. 딱 한 번만 더 도전해 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창작은커녕 취업의 기회마저 대폭 줄어들어 뚜렷한 경력이 없는 그가 두드릴 수 있는 문이 거의 없었다.
“그때 가장 수요가 많았던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던 중 유튜브 채널 PD 채용 공고를 봤습니다. 인터뷰 동아리인 휴먼스 오브 스누(Humans of SNU)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었고, 유튜브 PD가 되면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가 재능을 판단해 줄 거라고 믿었죠.”

계몽 아닌 재미로 연 교감의 장

유튜브는 최성운 PD에게 어마어마한 효능감을 줬다. 처음 만든 영상 조회수가 일주일 만에 30만 회 이상을 기록하고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린 것을 보며 자존감이 빠르게 충전됐다. 이전까지 그토록 고민했던 재능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해야 할 일이 눈앞에 있으니 재능 유무를 고민할 겨를조차 없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야생’으로 뛰어든 최성운 PD는 기획과 섭외, 진행, 편집 등 영상 제작의 전반을 넘나들며 최성운의 사고실험을 안착시켰다. 화려한 출연진의 역할이 컸지만 무명 PD의 고군분투도 숨어 있었다. 인지도가 낮은 채널이니 거절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고 인터뷰이가 얻을 가치를 중심으로 정성껏 섭외 메일을 보냈다. 촬영 후에는 인터뷰이의 고유한 표현과 어조, 의도를 왜곡 없이 전달하기 위해 편집에 힘을 쏟았다. 영상에서는 촬영 순간만큼 편집이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영상에서 좋은 질문이란 착시에 가깝다”라고 말한다.
“인터뷰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담길수록 좋은 영상이에요. 그래서 사전에 인터뷰이의 평소 태도와 철학, 말투나 자세 등을 깊이 살피고 현장에서는 즉흥적으로 질문하는 편이에요. 더구나 영상은 편집할 수 있으니까, 답변의 내용이 좋아서 질문이 좋게 느껴졌을 확률이 큽니다.”
인터뷰이들의 면면 덕분에 최성운의 사고실험은 지식 콘텐츠로 분류되지만 최성운 PD는 거창한 지식이나 통찰로 사람들을 계몽할 의도는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저 자기 분야에 인생을 건 사람들과 교감하며 얻는 짜릿한 밀도를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다.

저는 늘 경계에 걸쳐 있는
사람이지만 인생은 원래
애매모호하고 복잡한 것 같아요.
고유한 전문성 대신 다양한 경험에서
얻은높은 호환성으로
가치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탈한 자가 누리는 단호한 자유

야생에서 다진 선명한 감각은 최성운 PD를 더 단단한 선택으로 이끌었다. PD라는 직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로스쿨에 등록했지만, 개강 두 달 만에 자퇴를 결심했다. 동기들만큼 절실하지 않은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는 한편, 30대의 3년을 투자하는 것이 무모하다고 결론 내렸다. 안정적인 듯 여겨지는 궤도에서 다시 이탈한 그는 서울대학교 공식 유튜브 채널 샤로잡다 시즌 2 진행을 맡으며 현장으로 돌아왔다. 역할 규정도 다시 했다. 서울대라는 거대한 지식의 창고에서 시청자가 원하는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끌어내는 내는 시스템의 일부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교수님들이 답변을 잘하시도록,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제 이야기를 들으려고 찾는 콘텐츠가 아니니까요.”
사전 신뢰와 시스템에 비해 “진정성은 토핑 같은 것”이라고 냉정한 척 말하지만 그의 어깨가 더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왜 클릭했을까?’, ‘어떤 답변을 들어야 만족할까?’, ‘어떻게 진행하면 편집에 도움이 될까?’ 등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끊임없이 묻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수많은 질문들은 언제나 그랬듯, 최성운 PD가 땅에 발을 굳건히 붙이며 현장을 지키는 힘이 될 것이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16만 구독자를 확보한 최성운의 사고실험

최성운 PD가 진행자로 나선 서울대학교 공식 유튜브 채널의 지식 나눔 시리즈 샤로잡다 시즌2

최성운 PD에게 질문은 모르는 것을 알게 만드는 도구

“질문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모르는 것을 알게 된다는 목적을 달성하는 게
중요할 뿐, 꼭 의문문일 필요도 없고,
내용이 멋있지 않아도 괜찮아요.
형식보다는 알고 싶어하는 마음에 집중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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