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boratory
플라즈마 다중 스케일
연계 현상 입증
핵융합 실험과 우주 플라즈마 현상의 만남
사소한 변화가 예상 밖의 큰 결과로 이어지는 일은 일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플라즈마 세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개념적 배경이 오래전부터 제안됐지만, 실제로 이러한 현상을 관찰하고 검증하는 일은 쉽지 않아 ‘플라즈마 다중 스케일 연계’는 오랫동안 학계의 난제로 남아 있었다.
플라즈마1 는 고체·액체·기체가 아닌 ‘제4의 물질 상태’다. 태양 등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질 상태로, 핵융합 반응은 플라즈마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우주 현상 이해와 핵융합 기술 개발을 위해 플라즈마 물리 및 공학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플라즈마 연구의 대표적 난제로는 다중 스케일 연계2 문제가 있다. 이 난제는 1990년대 제안되었지만, 현재까지 증명되지 않아 난제로 남아있었다.
최근 황용석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에 구축된 핵융합 실험 장치(VEST)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KAIROS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입자 시뮬레이션 검증을 활용해 플라즈마의 다중 스케일 연계를 증명했다. 연구팀은 강한 전자빔을 이용해 의도적인 미시 자기 난류3를 일으켰다. 물속에 작은 소용돌이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이 작은 소용돌이들은 플라즈마의 저항성을 높이면서 자기재연결4 현상을 유도했다. 그 결과 플라즈마의 전체 구조가 극적으로 바뀌었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만드는 과정을 실험으로 구현하고 그 원인을 입증한 최초의 사례로, 태양 플레어5 나 자기 폭풍이 일어나는 우주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기재연결 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 해당 성과는 핵융합로 운전 기술 개발 중 진행되어, 실용적 공학 기술 개발과 물리 이해를 동시에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와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소속의 순수 국내 연구진 3인만으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차세대 에너지 통합형 인력양성사업단 박종윤 BK조교수는 “핵융합과 이론물리 두 분야 전문가가 무수한 토론 끝에 공통의 결론을 도출해 낸 학제간 융합 연구의 모범 사례”라고 밝혔다. APCTP 윤영대 박사는 “플라즈마 물리 분야 해석의 틀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핵융합 기술개발의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