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ople③
태양광 자동차팀 스누 솔라(SNU SOLAR)
김민규·신예환·강경운·소지원
태양광만으로 호주 대륙 3,000km를 가로지르는 브리지스톤 월드 솔라 챌린지. 서울대 태양광 자동차팀 스누 솔라의 자동차 스누 원(SNU ONE)이 완주 200km를 남기고 전복됐다. 예고 없이 불어닥친 강풍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실패한 것도 끝난 것도 아니다. 강의실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값진 경험을 하며 팀원 모두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왼쪽부터 신예환 자유전공학부 19학번, 강경운 기계공학부 22학번, 김민규 기계공학부 21학번(팀장), 소지원 물리·천문학부 23학번
김민규저는 이번이 두 번째 참가였습니다. 2023년 첫 참가 때는 준비가 부족해서 경주 시작조차 못 하고 외국 대학팀들이 완주하는 모습을 봤어요. 자존심이 상하고 오기가 생겨서 다시 도전하기로 했죠. 함께할 친구들을 모집하면서 남극 탐험대 이야기를 했습니다. 휴학하고 온전히 몰입해야 할 수도 있을 만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성공한다면 엄청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거라고요. 팀원을 모은 후에는 재료공학부 곽승엽 교수님을 찾아갔어요.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한국의 페라리를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반가워하시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신예환자동차를 만들려면 정말 다양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해요. 20명 남짓한 팀원들이 4개 분야로 나뉘었죠. 기계공학부인 민규와 경운이는 기계분야, 물질의 특성을 잘 아는 조소과 선배는 복합소재분야, 자유전공학부인 저는 운영분야였지만 꼭 전공에 맞춘 것만은 아니에요. 물리·천문학부인 지원이는 복합소재분야에 들어간 후, 유체역학을 공부하기 위해 항공우주공학과 수업을 들었거든요. 팀원 모두 각자 필요한 부분을 보충하며 힘을 보탰어요. 전공이나 성향은 저마다 달랐지만, BWSC 참가를 구심점 삼아 똘똘 뭉쳤어요.
1 브리지스톤 월드 솔라 챌린지(Bridgestone World Solar Challenge): 1987년부터 2년마다 호주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태양광 자동차 경주. 전 세계 대학생 팀들이 배터리 충전 없이 오직 태양광만으로 호주 대륙 약 3,000km를 6박 7일간 주행한다. 2025년 대회에는 17개국 34개 팀이 참가했다.
스누 원은 직진할 때는 닫혀 있고 조향할 때만 차체가 열리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해 2,800km를 완주했다.
김민규 팀장인 저는 안 다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안전한 외형을 우선에 두자고 했는데 팀원들의 생각은 달랐어요. 상위권 팀들만큼 멋진 차를 만들고 싶다는 거였죠.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시간을 쏟아붓는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하면서요. 2023년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고생할 게 뻔했지만, 팀원들의 애정과 열정을 믿고 따랐습니다. 그 결과 돌고래를 닮은 유선형 디자인을 완성했어요. 직진할 때는 닫혀 있고 조향할 때만 차체 일부가 열리는 방식으로, 속도보다 에너지 효율을 중심에 뒀죠. 해가 떠 있을 때는 시속 60km 이상으로 멈추지 않고 주행해야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게 정말 중요했거든요. 정면 너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다 보니 조향할 때 바퀴가 차체에 닿는 문제가 생겼는데, 기계분야에서 체인을 써서 기계적으로 해결했어요. 해외 팀들도 정말 스마트하게 만들었다고 인정해 줄 정도였죠. 그걸 보면서 팀원들의 생각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고 협업의 의미도 되짚어 보게 됐습니다.
소지원지원 규모 자체만 보면 엄청났지만 외국팀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예산이라,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저는 복합소재분야에서 금형과 카본 판을 직접 쌓는 작업을 했는데요.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청주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며 인건비 대신 할인을 받았습니다. 학기 중에는 목요일 수업 후 내려가서 일요일 저녁에 올라왔고, 1월에는 아예 한 달간 숙식했죠. 48시간 안 자고 작업한 적도 있었거든요. 쉽지는 않았지만 조소과 선배, 재료공학부 선배와 함께하면서 배웠습니다. 다른 분야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경운이는 카투사 복무 중이었는데 주말마다 외박을 나와서 브레이크 시스템을 도맡았거든요. 그래서 차체가 완성되었을 때 팀원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어요.
스누 솔라 팀원들은 4개 분야로 나뉘어 설계부터 제작까지 도맡으며
5개월여 만에 차체를 완성했다.
신예환40피트 컨테이너를 가지고 다니면서 부품과 여분 장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외국팀들의 시스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후배들을 미리 뽑아 교육하고 대비하는 지속성도 부러웠어요. 기업들과 산학 협력을 이어가면서 기술도 계속 쌓아 올려왔더라고요. 저희도 준비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유홍림 총장님께서는 출정식에서 팀원 하나하나 격려해 주셨어요. 공대의 지원도 든든했습니다. 부품 구매부터 행정 절차까지 전폭적으로 후원해 주었거든요. 기업에서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현대차 연구원분들이 열어주신 세미나와 코오롱에서 제공한 복합소재 교육에 더해 팀원 중 몇몇이 인턴 형식으로 배터리 개발에 참여한 것도 뜻깊었습니다. 덕분에 기업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방식은 물론, 기업과 일하는 방식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김민규아예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었는데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태풍에 버금가는 시속 150km 이상의 강풍이 불면서 차가 공중에서 두 바퀴 반 회전했거든요. 안전 담당자는 ‘죽을 수도 있다’라고 말할 정도였죠. 다행히 운전자가 코피만 조금 흘리면서 걸어 나오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완주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자연의 위력을 실감하는 것도 BWSC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했어요. 인생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일이 찾아온다는 것,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준비해서 함께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유홍림 총장과 김영오 공과대학 학장, 나종연 학생처장의 격려와 곽승엽 지도교수의 지원을 받으며 대장정 성공을 다짐하는 학생들
시속 150km 이상의 강풍으로 차량은 전복됐지만 스누 솔라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강경운가능성을 확인했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차 만드는 걸 꿈꿨기에 민규 형과 함께 2023년 대회에도 참가했고, 이번에도 휴가를 모아서 대회에 나갔습니다. 이런 대회가 아니면 차를 직접 만들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에는 실습하는 강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해서 반가웠습니다. 저희 도전이 학내 변화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지원확실한 목표가 생겼어요. 이전에는 막연히 물리학과 대학원 진학만 생각했는데, 복합소재 작업을 하면서 항공우주공학과 수업을 많이 듣게 되었고 지금은 복수 전공을 하고 있어요. 흥미와 열정에 더해 전혀 다른 방향이 열려서 굉장히 만족합니다.
신예환자신감과 성취감이죠. 다른 팀에 비해 경험도 예산도 부족했지만 우리가 생각보다 잘했다는 걸 확인해서 자랑스러웠거든요.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장을 받는 게 끝이 아니라, 배운 것을 토대로 새로운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과감히 도전하며 경험과 역량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민규자동차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졌어요. 기술적으로 뛰어난 건 기본이고 사람을 이해할 줄 알아야 좋은 자동차라고 생각하게 됐죠. 그러려면 만드는 사람이 사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런 엔지니어를 키우려면 실무 경험이 중요하다고 봐요. 지금까지 대학이 추구해 온 방향도 중요하지만,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배우고 싶은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스누 솔라를 서울대 공식 팀으로 이끌어가면서 저 같은 학생들을 위한 길을 만들고 싶습니다.
“결승선은 통과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함께 몰입했던 시간 자체가 소중해요.
각자 진로를 찾고 자신감을 얻으며
대학 안에 또 다른 길을 만든 것도 의미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