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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강국의 미래를 짓는 일,
서울대학교 김구포럼

김미 김구재단 이사장·백범김구기념관장

지난 10월, 세계인의 시선이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 집중됐다. 수많은 현안과 함께 ‘K-컬처’도 단연 화제였다. 각국 정상들은 K-팝 공연을 관람하며 사진을 찍었고 이내 SNS로 자국민들과 공유했다. 1947년 백범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에 쓴 ‘우리가 주연 배우로 세계 역사의 무대에 나서는 것은 오늘 이후다’라는 구절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교육으로 강하게, 문화로 아름답게

한류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백범 김구 선생을 재조명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민족의 암흑기였던 식민지 시절,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하자’던 백범의 소망이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께서는 마지막에 머무르셨던 경교장에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행복한 나라에서 살아라.”고 하시며 ‘행복’이라는 글자를 써주셨다고 합니다. 문화의 힘으로 인류에 행복을 주는 국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으신 거죠. 그 어렵던 시기에 그런 생각을 하셨다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김구재단 김미 이사장1은 놀라움에서 그치지 않고 할아버지가 꿈꾸던 ‘문화강국’을 실현하는 데 힘을 보태 왔다. 흔히 말하는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 그대로,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인 백범 선생의 철학을 자연스럽게 익힌 결과다.
“문화는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등만이 아니라 삶을 둘러싼 모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잘해서 좋은 영향을 주면, 세계인이 우리를 배우고 싶어하겠죠. 할아버지가 꿈꾸셨던 문화강국이 바로 그런 모습 아닐까요? 김구재단이 유독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고요.”

한국에서 세계로, 세계에서 서울대학교로

김구재단은 1993년 설립 이후 꾸준히 교육에 힘써왔다. 2002년 미국 터프츠대학교 플레처스쿨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하버드대학교에 김구포럼과 방문교수 제도를, 2010년에는 중국 북경대학교에 김구포럼을 설립했다. 이어 2016년에는 국립대만대학교에도 김구 석좌교수직과 김신2포럼을 설치했다. 세계인들이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여 한국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외 유수 대학 및 기관과 협력한 것이다.
“나라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할아버지께서는 선생님이 되셨을 거예요. 가르치는 일을 워낙 좋아하신 데다, 우리 국민이 깨치지 못해서 나라를 빼앗겼다고 생각하셨으니까요. 김구재단에서 각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될 학생들에게 우리나라를 올바로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이유입니다.”
그리고 지난 4월, 김구재단은 1년에 1억씩 10년 기부를 약정하며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김구포럼 개설을 이끌었다. 외국 대학에 비해 다소 늦어졌지만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렸다. 개설 시기와 관계없이, 백범 선생의 조국인 한국의 대학이 김구포럼의 구심점이 되리라는 믿음도 컸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원조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됐잖아요. 아이가 자라면 옷을 바꿔 입어야 하듯 나라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생각도 성숙해져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리더들이 모인 곳이니 김구포럼에서 우리 역사와 철학, 문화는 물론 글로벌 시민으로서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 주기를 바랍니다.”

뿌리를 확인하는 곳, 백범김구기념관

김미 이사장은 “전반적인 교육은 전적으로 대학에 맡겼습니다. 다만 학생들이 훗날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살되, 뿌리를 잊지 않고 그 가치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돕는 장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미 이사장이 말하는 뿌리는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을 실천하는 자세다.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나라를 사랑하지만, 너무나 당연해서 잊고 살기 쉽잖아요. 하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에 행동으로 옮기려면 그 가치를 구체적으로 느껴야 해요. 실제로 할아버지께서는 애국가 4절을 특히 좋아하셔서 언제나 두 번씩 부르셨다고 하거든요. 저는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백범 정신의 핵심이 ‘나라 사랑’이라고 믿습니다.”
김구재단이 백범김구기념관 운영에 정성을 다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학농민운동부터 대한민국임시정부, 한국광복군, 통일운동 등에 관한 500여 점의 자료를 전시해, 애국심 하나로 격동의 근현대사를 이겨낸 이들의 정신을 생생하게 전해왔다. 동시에 군인과 경찰 등에게 백범일지를 무료로 보급하고 독서감상문쓰기대회를 열어 국민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꾸준히 일깨웠다. 현재 관장을 맡고 있는 김미 이사장은 특히, 기념관의 혁신에 관심이 크다. 디지털 북, AR(증강현실)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기본, 방문객들이 남긴 의견을 꼼꼼히 읽고 반영하는 일을 ‘즐거운 과제’로 여긴다.
“나뭇잎은 떨어져도 뿌리 쪽으로 향합니다. 서울대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세대가 세계로 나가되, 이곳에서 탄탄한 뿌리를 확인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며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1김미 김구재단 이사장: 백범 선생의 손녀이자 김신 장군의 막내딸. 1993년 12월, 남편인 빙그레 김호연 회장과 함께 사재 112억 원을 출연해 김구재단을 설립해 할아버지인 백범 선생의 뜻을 잇고 있다.
2김신: 백범 선생의 아들로 제6대 공군참모총장과 역대 최장기간 주중대사를 지냈다. 주중대사 기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한 장제스(장개석) 총통과 백범 김구 선생과의 인연을 이어받아 양국 간 최상의 우호 관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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