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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 산업공학과 교수
공학은 흔히 명쾌한 결과를 찾는 학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성주 교수는 공대에서 드물게 ‘정답이 없는’ 연구에 몰입해 왔다. 공학자로서는 이례적으로 혁신 경영 박사 학위도 땄다. 수많은 분야가 교차하는 지점에 서서 구조를 만들고 지식을 연결하는 ‘지휘자’ 역할을 해온 것이다.
이성주 교수는 산업공학 분야에서 보기 드문 여성 교수다. 처음에는 그 사실로 화제가 됐지만 지금은 뛰어난 연구자이자 교육자로 남았다. 산업공학자로서 ‘무엇을 만들까’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까’에 초점을 맞추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온 결과다.
“기계공학과가 자동차 자체를 설계한다면, 산업공학과에서는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자동차가 개발, 생산되어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지요. 모든 산업에 꼭 필요한 일이라 다양한 분야와 융복합할 수 있습니다.” 산업공학은 하나의 요소에만 집중하기보다 사람, 기술, 조직, 프로세스 등 여러 요소가 얽힌 큰 그림을 보고 조정한다. 개별 요소가 전체에 미칠 영향을 따져 순서를 바꾸고 재배치하는 일도 흔하다. 그래서 ‘공대의 경영학과’라고 불린다. 실제로 이성주 교수는 안식년을 이용해 영국 서섹스대 SPRU(과학정책연구소)에서 혁신 경영 박사 학위를 땄다.
“같은 대상을 연구할 때 공학과 정책학·경영학이 어떻게 다른지 직접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다학제적 특성을 가진 분야이다 보니 아무리 연구해도 늘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고요. 공학적 문제 해결에 익숙해졌던 터라 사회적, 경제적 현상이나 공공정책을 연구하는 다른 분야의 공부가 쉽지 않았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사례 연구나 설문 조사 등 공학에서 잘 쓰지 않던 접근 방식을 익힌 이성주 교수는 ‘더 잘 만들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무기를 하나 더 장착했다.
어렵게 배운 지식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기술경영 첫 시간마다 그는 “이 과목에서는 주어진 정보를 활용해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되, 문제와 답 모두 여러 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학생들을 놀라게 한다.
“공학자는 주로 자기 분야를 발전시키는 훈련을 해요. 하지만 내가 발전시킨 기술이 다른 분야에 어떻게 연결되어 어떤 경제적 이익을 만드는지 안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걸 위해서라도 숫자 너머의 맥락을 읽고 현상 속에서 의미를 찾는 법을 아는 게 중요해요.”
경영학을 공부하기 전부터 그는 본질에 다가서는 데 익숙했다. 그런 특성은 산업공학이 전통적으로 다뤄온 유형자산이 아닌 무형자산에 주목하게 했다. 마침 기술경영을 연구하던 박용태 교수가 부임하며 특허로 대표되는 무형자산 분석에 한층 가까워졌다. 기업의 기술 정보 중 특허만은 공개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기술 사이의 관계를 낱낱이 파악하는 일은 어렵지만 집요한 분석 끝에 숨은 가치를 찾아 현장과 연결하는 보람이 훨씬 컸다.
“특허 분석이 진짜 힘을 발휘하는 건 아주 구체적인 기술 분야까지 파고들었을 때입니다. 우리나라는 꽤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특허 분석을 해왔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에게 부족한 기술과 관련 특허, 그 특허를 보유한 기관 및 국가를 찾으면 누구와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연구는 실제로 정부 기술 정책 수립 지원은 물론 기업의 미래 유망 기술 발굴 등으로 활발히 이어졌다. 여정 중 가장 힘이 된 건 본질에서 외곽까지 두루 살피는 열린 사고였다.
지식을 빠르게 연결하고 확장하는 AI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성주 교수는 “전 세계의 지식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생성형 AI는 유용하다”라고 말하는 동시에 “AI 시대일수록 인간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AI는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해요. 하지만 ‘어떻게 되어야 한다’ 를 결정하기는 힘들어요. 예를 들어 친환경 기술은 추세가 아니라 우리가 그리는 바람직한 미래상에서 비롯한 거잖아요. AI에 의존할 수 없는 부분이죠.”
그는 과제나 협업을 할 때마다 개념 정의가 가장 중요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유망한 기술을 찾는 과제에서 ‘유망’이라는 개념에 대해 합의하지 않으면 아무리 정교한 분석도 의미가 없었다. 5년 후를 볼 건지 10년 후를 볼 건지, 시장성이 먼저인지 기술적 파급력이 먼저인지 등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밀고 나가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성주 교수는 산업공학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한다.
“지휘자의 역할은 고유한 소리를 가진 악기들이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도록 하는 거잖아요. 산업공학도 마찬가지예요. AI, 데이터, 사람, 설비 등 개별 요소를 잘 구성해서 최적의 결과를 만드는 학문이니까요. 학생들에게도 늘 말합니다. AI를 비롯한 수많은 기술과 데이터는 분명 유용하지만, 어떤 미래를 만들지 방향과 그 이유를 정하는 건 우리 몫이라고요.”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방향은
여러 가지지만 인류에게 이로운 가치를
중심에 두고 결정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공유와 협업은 필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