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캠퍼스에서 만나는
가장 조용한 우주 탐험

문화예술원 2025 상반기
Student-Up ‘암적응(暗適應)’

2025년 4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대학교 68동 제1파워플랜트에서는 서울대학교 아마추어천문회 (Amateur Astronomy Association, 이하 AAA)가 기획·운영하고,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이 주최·주관한 전시 ‘암적응’이 열렸다. 문화예술원의 ‘2025 Student-up 프로그램’에 선정된 프로젝트이며, AAA 회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15개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무제_바위>, 김선우

관객이 움직이는 만큼 새롭게 생성되는 우주

조명이 꺼진 파워플랜트의 복도와 전시장은 흡사 하나의 실험실 같았다. 관객은 유일한 광원인 손전등에서 나오는 빛을 따라 천천히 공간 안으로 들어선다.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작품을 찾고, 감각을 켜고, 공간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관람이 아닌 탐사에 가깝다. 반사판, 축광가루, 프리즘, 미러볼, 굴절렌즈 등 물리학 원리를 품은 조형물들은 어둠과 빛의 흐름 속에서 매 순간 낯선 장면을 만들어낸다. 작품에서 나오는 빛과 관객의 손전등이 비추는 빛 사이에서 경계는 흐려지고,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의 형태도 달라진다.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라 관객이 움직이는 만큼 새롭게 생성되는 우주다. 빛을 받아야만 그림자가 완성되는 <포텐티아 스테이션>(송치호·심현진), 관객의 빛에 반응하며 방향을 바꾸는 <유성(有星)>(김태석·김희서·신윤도·윤지용), 축광가루를 이용해 다른 관객이 남기고 간 빛의 흔적을 머금어 시간의 층위를 만드는 <흑색왜성–원시별 역행>(김도은) 그리고 지구 밖에서 관측하는 새로운 천체의 궤도를 연상케 하는 <우주 회전초>(김주호) 등. 관객들은 15개의 작품 사이를 오가며, 낯설었던 어둠에 점차 익숙해진다. 그리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우주를 재구성하는 존재가 된다.

질문에서 감각을 넘어, 다시 사유로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AAA는 “광활한 우주 속 공포를 어떻게 우리 삶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렸다. 광학 기기로 관측된 결과보다 온몸으로 우주를 이해하고 삶과 연결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그 결과 ‘암적응’을 구성한 작품들은 빛의 원리, 인류의 우주 탐구 여정, 우주에 대한 철학적 사유 등을 아우르게 됐다.
<회전축아니마>(오지형)는 기계적 회전 장치를 활용한 키네틱 설치 작업으로 반복되는 운동성을 통해 우주의 질서를 되짚게 하고, <스페로 스페라>(이서영)는 조형 구조물과 조명을 결합해 파괴된 행성 위에서 피어나는 생명을 상상하며 재생의 감각을 떠올리게 한다. 영상과 사운드가 어우러진 미디어 아트인 <우주 배경 고동>(이아현)은 우주 배경 복사 이미지에 담긴 감정의 흔적을 따라가며 기억과 두려움, 경외심이 어떻게 우주와 맞물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암적응’은 이렇게 우주를 감각하고 사유하는 또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AAA 회원들은 우주는 물론, 스스로를 새롭게 발견했다고 말한다. 총괄을 맡은 안도혁 학생은 “미술관과 전혀 관련 없던 공대생이라, 표현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고 했고, 김도은 학생은 “폐현수막을 칠해 파워플랜트 전체를 암전시킨 경험이 특별했다”라고 회상했다. 오지형 학생은 “함께 별을 보고, 작품을 만들며 보낸 시간이 진짜 청춘이었다”고 말했다.
‘전시를 통해 관객들 각자가 광활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자신을 우주의 일부분으로서 인식하는 새로운 시각을 얻기를 희망한다’라는 기획의도 그대로, ‘암적응’은 과학과 철학, 개인과 인류가 교차하는 자리에서 우주를 다시 바라보게 했다.

문화예술원 2025 상반기
Student-Up
‘암적응(暗適應)’ 포스터

<회전축 아니마>, 오지형

<유성(有星)>, 김태석·김희서·신윤도·윤지용

아마추어천문회 AAA Amateur Astronomy Association
별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모인 서울대학교 중앙동아리.
1980년 자연대 동아리로 시작해 현재까지 아마추어 천문을
즐기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며 매년 천체사진전을 열어왔다.
전시 ‘암적응’에서는 우주에 대한 두려움을 직면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우주와 연결된 존재로서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 서윤지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탐험
우주와 인간, 감각과 사유의 경계를 다시 묻는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어둠은 익숙해지고
그 순간 우리는
우주와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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