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③

나를 움직이는 질문

윤선주 짠컴퍼니 대표(언론정보학과 96학번)

도전하고 융합하며 성장해야 한다고 권하는 시대. 정답처럼 소비되는 조건들에 짓눌리려는 찰나, 윤선주 대표는 조용히 의문을 제기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익숙하지만 무거운 질문에서 출발해야 자기답게 융합하며 진화의 여정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몫의 삶이 남긴 길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졸업, 방송사 PD, 세계적 기업의 임원, 하버드 로스쿨과 케네디스쿨 출신 변호사에 이어 여성 CEO까지. 윤선주 대표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이력을 가졌다. 든든한 배경 덕분에 가능했던 과감한 도전, 예정된 성공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윤선주 대표의 동력은 안락한 환경이 아니라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끈질긴 질문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 친오빠를 잃었어요. 커다란 나무 같은 존재였기에 오빠를 따라가고 싶을 정도였죠. 하지만 부모님이 계시는데 그럴 수가 없잖아요. 고민한 끝에 오빠 몫까지 행복하게 살겠다고 결론 내렸어요. 외적으로는 부족한 것 없어 보였을 오빠가 우울증에 걸린 것도 그 시점에 자신은 행복하지 않았서였을 테니까요.”
윤선주 대표는 대학 시절 내내 성공이 아닌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것 자체로 성공 궤도에 올랐으니 일정 수준 이상의 직업이나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는 오히려 문제의식으로 다가왔다. 남들이 정해 놓은 기준이 아니라 각자 원하는 다양한 행복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처음에는 20년, 30년 대계를 그리는 무언가를 찾으려 애썼어요. 오랜 시간 몰입하며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지만, 너무 장기적인 계획에 맞춰 움직이려는 것보다는, 삶의 여정을 걸어가면서 그에 맞춰 변화하고 융합해 나가는 게 저한테는 더 맞겠다는 걸 깨달았죠. 그때부터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기준에 두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갔습니다.”

경험의 재배열, 의미의 재조합

첫 직장은 경제적 안정과 발전 가능성을 보장하는 컨설팅 기업이었다. 그런데 윤선주 대표의 눈에는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더 크게 보였고, 덕분에 자신이 돈보다 가치에 반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회사생활을 하며 취미에서 가치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그건 좀 비겁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방송국 PD가 되었죠. 정말 즐거웠는데 문득문득 공허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다시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고 물었더니 공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진짜 행복할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윤선주 대표는 ‘국제기구 활동가’라는 뜻밖의 답을 목표로 삼고 하버드 로스쿨과 케네디스쿨로 유학을 떠났지만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국제법은 구속력도 약하고 국제기구 활동을 통해 결과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윤선주 대표는 국제기구 근무 대신 다른 방향으로 전환했다. 자신이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 하는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윤선주 대표는 홍콩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또래들은 이미 파트너 변호사였지만, 그간 쌓아온 내공으로 1년 차인 자신의 상황에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문화 전도사’를 자처하며 하버드 동문들과 쿠팡을 창업한 이력도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고 물으면 단번에 ‘충분하다’라는 답이 안 나왔다. 얼핏 산만해 보일 수 있는 이력들이 나의 전문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글로벌 교육기업 EF(Education First, 이하 EF)의 제안을 받은 후였다.
“아버지께서는 한 분야의 전문성이 없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셨지만, EF의 반응은 달랐어요. 컨설팅 경력에서 전략적 사고를, PD 출신이라는 점에서 콘텐츠 제작과 기획력을, 창업 경험에서는 지도력을 인정해 주었어요. 변호사를 했으니 계약서도 읽을 수 있을 거라며 반겼고요. 비로소 한 분야만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융합하면 퍼즐이 완성된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윤선주 대표에게 융합은 진화의 여정

“컨설팅, 방송, 법률, 교육 등
나와 맞는 것들을 의미있게 결합하다 보니 새로운 길이 펼쳐졌어요.
지금도 나아가고 있고요.
그러니까 융합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여정 아닐까요?”

나의 리듬으로 완성해가는 퍼즐

EF 한국지사장과 아시아 대표로 일하는 동안 사람들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일에 보람을 느꼈지만,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냥 안주하고 있는 것 아니야?’라는 묵직한 질문을 남겼다. 곳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답을 찾는 사이, 사람들의 고립된 일상이 보였다. “사람은 함께할 때 감정적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우울과 불행을 극복하려고 혼자만의 동굴에도 들어가 보았지만, 나와 잘 맞는 사람들 곁에 있을 때 가장 즐겁더라고요. ‘음주 메타버스 짠(jjaann)’ 창업을 결심한 계기죠.”
윤선주 대표는 정서적 회복 공간, 성향이 맞는 사람들이 어울리는 회복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인맥이 특정 집단에 몰리는 현상을 깨려고 했다. 비연예인과 연예인이, 일반인과 유명인이 어울리는 공간을 기획하며 ‘짠’은 음주 플랫폼 이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다시 ‘다양성’과 ‘사람’이라는 주제로 돌아온 윤선주 대표는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가 ‘성공담’처럼 여겨지는 것을 경계한다. “융합을 무차별하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는 기본 에너지가 많고 뭐든 해봐야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시도했어요. 그렇지만 변화나 융합이 불편한 사람들도 있을 거잖아요. 이럴 때 ‘좋아 보여서’가 아니라 ‘좋아서’ 선택하려면 자신을 알아야 해요. 연애든 공부든 모임이든 여행이든, 소소한 것들을 계속 경험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크기와 방향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윤선주 대표는 다양한 퍼즐 조각들을 맞춰가는 중이다. 완성본은 미리 짐작 못 하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의미와 재미, 가치 그리고 사람까지 아우르는 윤선주만의 새로운 그림을 완성하리라는 사실이다.

음주 메타버스 짠(jjaann)은 성향이 맞는 일반인부터 연예인, 국내 팬과 외국 팬 등이 모여 일상과 취향, 고민을 나누는 회복의 공간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진짜 나에게 맞는지 먼저 알아봐야 해요.

‘ 좋아서’ 선택한 일이어야
행복하게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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