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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방 제약학과 명예교수, 약학과 55학번
권욱현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 전기공학과 62학번
각자의 분야에서 놀라운 성취를 거둔 이은방·권욱현 명예교수가 마음을 모았다. 서울대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치고 연구하며 쌓은 결실을 후배들에게 되돌려주겠다는 마음이 ‘SNU Commons(이하, SNU 커먼스)’로 수렴됐다.
직접 교류를 시작한 것은 정년 퇴임 이후지만 이은방 & 권욱현 명예교수는 놀랄 만큼 닮았다. 먼저, 수십 년간 서울대학교에서 학문과 교육의 이유를 묻고 실천해 온 점이다.
이은방 명예교수는 1967년 서울대학교 생약연구소(현 천연물과학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해 평생 천연물 분야에 헌신했다. 201편의 연구논문과 13편의 특허를 남겼는데, 천연물로부터 화학성분인 eupatilin을 발견하고, 제약회사와 함께 위염 치료제인 ‘스티렌’을 개발하였다. 이는 의사의 처방에 의한 전문 의약품으로서 블록버스터의 품목이 되어 있다.
권욱현 명예교수는 제어계측공학과를 창설하고 자동 제어 시스템 분야의 지평을 넓혔다. 139편의 국제 논문과 24건의 특허를 발표했고, 55명의 박사와 114명의 석사를 길러냈다. 제자들이 세운 기술 기반 기업들이 벤처 열풍의 물꼬를 터, ‘권욱현 사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학문적 성취에 앞서는 공통점은 기부와 나눔에 대한 자세다. 이은방 교수는 사단법인 참행복나눔운동 공동대표로 차세대의 행복을 위한 일과 다문화 가족 어린이 멘토, 장학금 수여 등을 꾸준히 펼쳐 2023년 서울대학교 사회봉사상을 받은 바 있다.
“대한약학회와 생약학회 등 환당(歡堂) 이은방 상을 제정하여 시상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받은 게 많기에 신약개발센터 건립기금과 ‘천원의 식샤’처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늘 기부하고 있습니다.”
권욱현 교수는 30년 전인 1995년 무렵부터 기부에 나섰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교수가 되도록 도와준 대학과 사회에 보답하고 싶었다.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기부 목표를 세웠고, 목표를 달성하는 즐거움으로 다시 기부를 이어왔다.
“대학을 장학금으로 다녔고, 미국 유학도 장학금 형태의 지원으로 마쳤습니다. 그러니 기부에 관심이 생긴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빚을 갚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1995년 전기공학부 장학기금, 엔지니어하우스 건립 기금 등을 시작으로 연관된 단체에 조금씩 하다 보니 어느새 열 곳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2024년 서울대 총장 직속 자문기구인 ‘SNU Future Club’ 위원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두 사람은 얼마 전 SNU 커먼스 후원으로 또 하나의 교집합을 만들었다. SNU 커먼스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중심부를 이루는 공간들을 연결하는 지식 공유 플랫폼으로, 학생들이 전공 경계를 넘어 소통하며 융합적 사고와 열린 배움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학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SNU 커먼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학교 발전에 가장 관심 많은 총장이 직접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니까요. 미리 의논한 것도 아닌데 이은방 교수님께서도 같은 곳에 기부하셨더군요. ‘역시 통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권욱현 교수의 상세한 설명에 이은방 교수는 “권욱현 교수님은 뭐든 틀림없이 하시는 분이니까 따라가면 된다”며 말을 이었다. “서울대학교가 국제 경쟁력을 더 키우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경쟁력을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건 학생들의 인성을 길러주는 일입니다. ‘나도 잘돼야 하지만 당신은 나보다 더 잘돼야 한다’라고 마음먹으면 본인에게 더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교육과 나눔의 본질을 짚는 이은방 교수의 말에 권욱현 교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의 눈빛 속에, 서울대학교에 대한 애정과 책임이 가득 차올랐다.
이은방 제약학과 명예교수
권욱현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