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④

경계를 넘는 공부로 만드는 새로운 길

이재성 재료공학부 박사 후 연구원(자유전공학부 14학번)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는 끊임없이 이해가 충돌하고, 개인과 집단 간 갈등이 발생한다. 이재성 연구원은 이를 해결할 열쇠로 ‘융합’을 제시한다. 누군가는 ‘의미’, 누군가는 ‘데이터’에 근거해 자기주장을 펼칠 때, 융합적으로 사고하는 누군가는 이견을 조율하고 새로운 답을 얻어낸다는 것이다. 문·이과의 경계를 넘으며 얻은 깨달음이다.

중앙도서관에서 주최한
제7회 선배 연구자 특강 「스누인의 연구일지」에서 강연을 하셨습니다.
‘문과생이었지만 공학을 합니다: 학문 융합이 만든 새로운 길’이라는 주제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강연 제목처럼 저는 문과생이었지만, 지금은 공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문 융합이 만든 새로운 길’이란 부제는 제가 걸어온 길을 의미하고요. 저는 고등학생 때까지 문과생이었다가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해 재료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인문·사회를 중점적으로 공부했던 제가 자연·과학으로 실력을 쌓은 학생들과 경쟁하기란 쉽지 않았어요. 심지어 다 서울대학교 학생이었죠. 하지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인문·사회 영역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 인문학적 감수성이 공학 연구의 긍정적인 토대가 됐어요. 특히 공학 연구자이자 스토리텔러로서 연구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과에서 이과로 전환은 흔치 않습니다.
결심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한 덕분에 진지하게 진로를 생각할 시간과 기회가 있었어요. 자유전공학부에서는 전공 선택 전 1학년 수업으로 ‘주제탐구세미나’를 들을 수 있는데요. 하나의 주제로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훈련을 했습니다. 덕분에 ‘변리사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품었어요. 변리사는 행복한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누군가 떠올린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세상에 알리는 사람으로 보였어요. 그래서 재료공학을 선택했습니다. 소재가 인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지금은 연구하며 지식을 넓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제 기준에서 연구는 기쁜 일이니까요.

재료공학부 우수졸업논문상, 삼성전기 세라미스트상 등을 받고,
SCI급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는 등의 성과를 거둔 것을 보면,
공학이 적성이 맞았으리라 짐작하게 되는데요.

운이 좋았던 것뿐입니다. 처음에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중·고등학교부터 공학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던 친구들과 비교하면 막 첫걸음을 뗀 셈이었으니까요.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는 말을 믿었습니다. 강의를 정말 열심히 듣고 복습도 꾸준히 했죠. 다행히 지금은 연구실 동기들과 비슷한 속도로 걸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수식(數式)을 이해하고 대입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만요.

이재성 연구원에게 융합은 해석의 힘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해석을 내놓는 일입니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이해해 해석의 힘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믿습니다.”

현재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요?
문과생 경험이 공학 연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쉽게 말하면, 저는 ‘연금술’을 합니다. 일반적인 재료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연금술처럼, 전공인 재료열역학에서는 물질의 상태를 연구하고, 이를 소재 융합, 공정 개선 등에 적용해 활용도를 높이죠. 문과생 경험은 ‘스토리텔러’로 연구 대상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연구에 돌입하기에 앞서 의미와 방향성을 먼저 고민하게 하죠. 정성적 연구를 하게 되고요. 일반인이 우리 연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공학 연구자인 지금도 인문·사회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공간은 재료로 만들어졌고 동시에 모든 것이 재료가 됩니다. 여전히 저는 문과와 이과, 전공과 직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친구들과 교류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영역에서는 어떤 문제에 관심을 두는지, 이것을 재료공학에서 해결할 수는 없는지 고민합니다. 다른 연구실 동료들로부터 어떤 연구를 하는지 듣고, 배움을 청하는 것도 정말 즐겁고요.

학문 융합이
우리 사회에 어떤 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갈등이 따르므로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식이나 견해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유연하게 생각하고, 조율하는 사람인 거죠.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너무 감성적으로 접근하거나 현실적으로만 생각하면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어요. 이때 문제를 깊이 있게 해석하고, 설명하고,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터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런 인재는 학문 융합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고 믿지만, 각자의 노력도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러니 자기 전공 영역 밖이라 여겨지는 분야에 관심을 두고, 과감히 연구에 끌어들였으면 합니다. 자신에게도 사회에도 새로운 길이 열릴 테니까요.

인문학에서 쌓은
감수성과 경험
스토리텔러로서 공학 연구를 설명하고
연결하는 밑바탕이 됩니다.
연구 시작 전
의미와 방향성을 먼저 고민하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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