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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캠퍼스’를 위하여

장애학생지원센터

서울대학교는 2002년 장애 학생 특별전형을 도입한 이후, 이듬해인 2003년 국립대학 최초로 장애학생지원센터(이하 센터)를 설립했다. 센터 직원들은 장애 학생을 분리하지 않으면서도, 이들의 다양하고 고유한 요구에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현정, 유은경, 최명선, 임희진, 양윤모.

관계에서 시작된 변화

2024년 7월 1일부터 센터가 학생처 산하 독립 부서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박혜준 교수(생활과학대학 아동가족학과)가 센터장으로 부임하고, 직원도 늘었다. 유은경 담당관은 당시를 돌아보며 장애에 대한 관점이 업무를 하며 서서히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장애 여부로 학생들을 구분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느꼈어요. 몸이 불편할 뿐, 다 같은 사람이니까요. ‘인식 개선’이라는 표현도 비슷해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것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센터 직원들은 ‘인식 개선’보다 ‘이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한다. 다른 사람의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가정하고 이를 고치려 들기보다는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센터는 두 가지 역할에 집중해 왔다. 하나는 장애 학생이 수업을 듣고 이동하는 등 일상을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학습과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교직원과 학생, 구성원 전체의 이해를 넓히는 일이다. 임희진 전문위원은 학생의 개인 특성을 파악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같은 시각장애여도 저시력, 시야 협착, 전맹은 전혀 다르고, 학생마다 학습 방식이나 실습 장소가 달라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야 그 학생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죠. 휴학 후 복학한 학생이 있을 때는 수업 방식에 변화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특수학교 교사 경험이 있는 류현정 직원은 마음을 여는 일이 먼저라고 말한다. 돕는다는 관점에서 특별하게 대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다는 뜻이다.
“‘뭘 도와줄까요?’ 대신 ‘밥은 먹었어요?’ ‘요즘 연애는 해요?’ 같은 대화를 나누는 편이에요. 사람 대 사람으로 친해지며 학생의 필요를 확인하면 그에 맞는 지원은 나중에도 충분히 고민할 수 있으니까요.”
관계에서 출발한 센터의 역할은 제도적 기반 위에서 점차 확장되고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임희진 전문위원은 “2007년 특수교육법 제정 이후 대학이 장애 학생을 지원하는 건 의무가 됐고, 최근에는 센터장 자격 요건이 법으로 명시되면서 조직 구조도 안정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최명선 과장은 센터가 독립부서로 전환된 뒤 구성원들의 태도에도 또 한 번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센터 설립 초기에는 우리가 직접 요청해야 일이 진행됐고, 학생들이 먼저 기대를 낮추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도서관, 기숙사, 단과대 등에서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지 문의해요. 구성원들이 훨씬 적극적인 자세가 된 거죠.”

캠퍼스에 퍼지는 공존의 씨앗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인 사례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유은경 담당관은 특히 기억에 남는 한 대학원의 사례를 꼽았다. 병원 실습을 앞둔 장애 학생 한 사람을 위해 다수의 교직원이 회의에 나서 실습 방식과 지원 가능성을 찾은 것이다.
“저희가 별도로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교수님들께서 논문까지 찾아보시고 실습에 필요한 방법을 조사하셨어요. 덕분에 그 학생은 친구가 도우미 역할을 하면서 실습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죠.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보람과 감사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류현정 직원은 도우미 제도의 변화를 상세히 소개했다. 도우미는 장애 학생과 강의를 들으며 수업 내용을 대신 필기해 주거나 이동하기 어려운 곳이 있을 때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장애 학생 수요에 비해 지원자가 다소 적어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만, 일단 시작하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여러 학기 동안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연히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진짜 친구가 되는 일이 많아졌어요. 도우미 학생이 교수님께 직접 자료를 요청하고, 수업 방식에 의견을 내더군요. 의미 있는 경험을 한 도우미 학생은 다음 학기에도 다시 지원하기도 하고요.”
임희진 전문위원은 도우미 간담회에서 도우미 학생들이 역할을 확장해 가는 과정을 생생히 확인했다. 센터가 미처 짚지 못한 지점을 학생들이 짚고, 때로는 제도적인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사례를 보며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한다는 것이다. 교내에서 시설과 공간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최근에 센터에 합류한 양윤모 직원은 캠퍼스 곳곳을 새롭게 바라보는 중이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구조물 하나하나가 장애 학생들에게는 불편이었겠다 싶었어요. 점자 블록, 엘리베이터 폭, 바닥 면의 재질 같은 요소들을 보며 그간 조용히 조정하고 바꾸어온 사람들이 있었음을 가늠하게 되고요. 저 역시 개선해야 할 점들을 더 열심히 찾아보게 됩니다.” 시선이 깊어지며 그 안에서 누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 것은 양윤모 직원만이 아니다. 최명선 과장은 주변에 장애 학생이 있으면 대부분 망설이지 않고 움직인다고 말한다. 장애 학생이라서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사람이 가지는 당연한 마음이라는 뜻이다.
직원들의 말처럼, 장애 학생 지원은 센터만의 역할이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 같이 뿌린 공존의 씨앗은 오늘도 ‘모두의 캠퍼스’를 싹틔우는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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