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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백신이 세포 감시망을 통과한 비밀

mRNA 백신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감염병 백신의 형태로 널리 알려졌지만 암 백신, 면역 질환과 유전자 치료제 등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세계 최초로 mRNA 백신의 세포 내 작동 원리가 밝혀진 것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mRNA 백신이 세포 감시망을 통과한 비밀 외부 RNA를 감지하는
양성자 민감성 단백질 TRIM25에 의한 감시 작용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 연구팀 mRNA 백신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감염병 백신의 형태로 널리 알려졌지만 암 백신,
면역 질환과 유전자 치료제 등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세계 최초로 mRNA 백신의 세포 내 작동 원리가 밝혀진 것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TRIM25와 m1Ψ를 통해 밝혀진 mRNA 생존 조건 mRNA(messenger RiboNucleic Acid, 전령 리보핵산) 백신은 기존 백신과 달리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만 전달한다. 항원을 직접 만드는 대신 설계도만 전달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연구자들은 mRNA를 이용해 짧은 시간 안에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질병에도 쉽게 응용할 수 있다. 하지만 mRNA 백신이 세포 속에서 어떤 경로를 거치며 어떤 조건에서 살아남는지 분자 수준에서 설명한 연구는 부족했다.
김빛내리 교수 연구팀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약 2만 개의 인간 유전자에서 유전자를 하나씩 제거한 수만 개의 세포 집단을 만들었다. 어떤 유전자가 mRNA 전달과 발현에 관여하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 확인된 것은 세포 표면에 있는 ‘황산 헤파란(Heparan sulfate)’ 분자였다. 분자는 mRNA를 감싼 지질 나노입자와 결합해 mRNA가 세포로 들어가도록 돕는다. 세포에 들어간 mRNA는 소포체를 통해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장소인 세포질로 이동하는데, 이때 ‘양성자 이온 펌프(V-ATPase)’에 의한 소포체의 산성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포체 경로로 유입된 mRNA는 산성화된 소포체 환경에서만 세포질로 방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mRNA가 소포체에서 방출될 때 함께 나오는 양성자 이온(H+)은 경보 신호를 울린다.
세포는 신호를 감지해 면역 반응을 가동하고 외부에서 들어온 RNA를 침입자로 인식한다. 반응의 중심에는 TRIM25라는 단백질이 있다. 양성자 이온에 의해 활성화된 TRIM25는 외부에서 유입된 mRNA를 감지해 결합한 후, 다른 보조 단백질들과 함께 mRNA를 잘라내 제거하는 면역 반응을 수행한다. 세포는 외부에서 RNA가 들어오면 pH 변화와 단백질 감지로 자신을 방어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mRNA 백신에 사용된 변형 염기 N1-메틸수도유리딘(이하, m1Ψ)**은 감시 체계를 회피했다. TRIM25는 일반적인 염기를 포함한 mRNA에는 결합해 제거를 유도했지만, m1Ψ가 포함된 mRNA의 결합력은 현저히 낮았다. m1Ψ이 TRIM25의 감시 체계를 우회함으로써 mRNA의 안정성을 높였고 mRNA 백신의 효과를 크게 끌어올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이다.
김빛내리 교수는 “양성자 이온이 면역 신호 전달 물질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하고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는 세포의 방어 기전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혔다. RNA뿐 아니라면역, 세포 신호 분야에도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특정 유전자를 원하는 위치에서 잘라내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 세포 내에서 유전자 기능을 확인하거나 제거할 때 사용된다.
  • **N1-메틸수도유리딘(m1Ψ): mRNA 백신에 포함된 변형 염기로, 세포의 면역 감지 단백질 TRIM25의 반응을 회피해 mRNA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다.

- 『사이언스(Science, IF 44.7)』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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