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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의 물은 왜 사라지고 있을까

2000~2002년 사이, 약 1,614기가톤의 물이 세계 육지에서 사라졌다. 위성 중력, 해수면, 자전축 등 다양한 물리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결과였고 실제로 지구 시스템에 남은 흔적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지구의 물 흐름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육지의 물은 왜 사라지고 있을까 해수면 상승과 자전축 이동이 보여준 지구 수자원의 변화 지구과학교육과 서기원 교수 국제 공동연구팀 2000~2002년 사이, 약 1,614기가톤의 물이 세계 육지에서 사라졌다.
위성 중력, 해수면, 자전축 등 다양한 물리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결과였고
실제로 지구 시스템에 남은 흔적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지구의 물 흐름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구 자전축이 가리킨 방향 ERA5-Land 모델(이하, ERA5)*이 분석한 육지 수자원 손실량은 그린란드가 4년간 잃은 빙하량의 두 배, 올림픽 수영장 약 6억 5천만 개를 채울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지만, 처음에는 기후 모델의 오류나 한계일 거라는 의심을 받았다.
반면 서울대학교 서기원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수치가 실제일 수 있다고 가정하고 지구의 물리적 반응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해수면 변화와 자전축 이동이라는 간접 지표에서 실마리를 발견했다. 자전축은 동경 90도 방향으로 약 58cm 이동했고, 해수면은 약 4.4mm 상승했다. 자전축의 이동 방향은 ERA5가 예측한 수자원 손실 경로와 거의 정확히 겹쳤다. 지표의 물이 빠져나간 방향대로 지구가 기울어졌다는 의미다.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었다. 2003년부터 2016년 사이에도 약 1,009기가톤의 토양 수분이 추가로 감소했고, 이후에도 뚜렷한 회복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강수량 부족과 안정적으로 유지된 증발산량(Evapotranspiration)**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약 20년 이상의 육지 수자원 변화를 살핀 연구가 수자원 고갈은 단기적 이상이 아니라 지구 물 순환 체계가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수분이 바다로 유입된 결과 질량 분포가 달라졌고, 지구 자전축의 균형이 실제로 깨졌다. 건조해지는 지역이 강수량이 증가하는 지역보다 훨씬 넓어졌으며 각 지역의 생존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
지표의 물은 단순히 증발하는 자원이 아니다. 증발과 강수, 침투와 유출을 거치는 물의 순환은 지구 시스템 전체를 움직이는 흐름이며, 생명 기반이자 지구의 에너지 균형과 기후 구조를 조절하는 작동 원리이다.
기후 위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서기원 교수는 “현재의 기후 조건에서는 수자원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기후 모델을 정밀화하고 지구의 물 순환 전반을 감시하는 새로운 기준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 ERA5-Land 모델: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에서 개발한 고해상도 기후 재분석 데이터. 육지의 기온, 토양 수분, 증발산 등 다양한 지표를 시간·공간 단위로 제공한다.
  • **증발산량(Evapotranspiration): 지표면의 수분이 대기로 이동하는 총량. 증발(evaporation)과 식물의 증산작용(transpiration)을 합친 개념으로 기후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 『사이언스(Science, IF 44.7)』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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