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
중국의 언어정책이 정부 인식에 미친 영향
정치외교학부 김지은 교수
학교에서 배우는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일까, 아니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까. 중국의 표준어 정책을 통해 언어가 정보 접근과 정부 인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분석했다.
교실의 언어가 바뀌면 무엇이 달라질까. 학자들은 오랫동안 정체성의 문제에 집중했다. 표준어를 앞세워 소수 언어를 밀어내는 정책이 어떻게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지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다. 반면 표준어가 정부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는 점은 덜 다뤘다.
정치외교학부 김지은 교수는 중국 사례로 이 문제를 조명했다. 중국에는 서로 알아듣기 힘든 수백 가지 방언이 있어서, 방언을 쓰는 사람들은 표준어인 푸퉁화1 배우기를 어려워한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01년 국가통용언어문자법을 만들어 학교 수업을 푸퉁화로 하게 했다. 덕분에 푸퉁화를 구사하는 인구 비율은 2000년 53%에서 2020년 80.72%로 높아졌다. 다만 지역마다 푸퉁화 수업을 도입한 시기는 달랐다. 2002년부터 2014년에 걸쳐 있었던 것이다.
김지은 교수는 이 차이를 이용해 푸퉁화를 온전히 겪은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를 비교했다. 2020년 중국가정패널조사(CFPS)2 에 응한 8,620명을 분석한 결과, 집에서는 푸퉁화를 쓰지 않지만 학교에서는 푸퉁화를 오래 접한 세대는 정부 성과를 15% 높게 평가했다.
김지은 교수는 중국 텔레비전 뉴스에 주목했다. 내용은 공산당 선전부 산하 기관이 관리하고, 언어는 오직 푸퉁화만 쓰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에서 푸퉁화를 쓴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주당 0.45일가량 뉴스를 더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김지은 교수는 학교에서 쓰는 말이 정치적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짚었다. 가르치는 내용만이 아니라 언어도 국가에 대한 국민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