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자
이준식 서울대학교총동창회 회장(기계공학과 72학번)
서울대학교 학생으로 시작해 교수와 연구부총장을 거친 이준식 명예교수가 올해 4월, 서울대학교총동창회 31대 회장에 취임했다. 반평생 넘게 서울대학교 안에서 지내온 그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지낸 경험을 살려, “동문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총동창회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한다.
2017년 공직에서 물러난 후 이준식 총동창회장은 전에 없이 한가로운 날들을 보냈다. 손주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은 특히 컸다. 하지만 평생 앞만 보고 달린 끝에 찾은 여유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총동창회 회장직을 권유하는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그는 살아오는 내내 이런 전화를 자주 받았다.
“저는 서울대 교수가 되는 것만 바랐을 뿐, 다른 자리는 의도한 적도 꿈꾼 적도 없었습니다.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워낙 많으시니까요. 하지만 일단 하기로 결심한 후에는 직함이 요구하는 몫 이상을 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총동창회 회장직 역시 마찬가지다. 거듭 ‘동문 사회와 학교 안팎의 사정을 두루 아는 적임자’라는 권유를 받으며 “더 적합한 분이 계실 텐데…” 라며 망설였지만, 결국 누군가는 맡아야 할 일이라면 책임지고 해보자고 결심했다. 올해 4월 임기를 시작한 후에는 학교 행사와 단과대학 동창회, 특별과정 행사까지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동시에 총동창회장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바를 꼼꼼히 구상했다. 핵심은 국내외 45만 동문의 마음을 모아 후배들에게, 궁극적으로는 사회에 돌려보내는 일이다.
후배들과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은 서울대 바깥을 경험하면서 단단해졌다. 교육부 장관이 되어 나라 전체의 교육을 들여다보고,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난 결과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대 안에서만 지냈으니 외부인의 시각을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보니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요구가 있었습니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죠.”
서울대총동창회를 향한 기대도 마찬가지였다. 회장 취임을 앞두고 만난 지인은 특히 “서울대 동문들이 역량을 합치면 못할 게 없지 않겠느냐”라는 말로 그를 놀라게 했다. 실제로 관악회만 해도 서울대 장학빌딩 임대 수익과 동문 기부금으로 후학들에게 매년 40억 원 넘게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살피며 이준식 총동창회장은 ‘서울대다운 총동창회’의 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흔히 동창회는 동문간 교류 협력, 모교 후학 지원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서울대총동창회라면 사회공헌에 힘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서울대 출신들은 사회에서 큰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니 꾸준히 주변을 돌아보고 나누는 것으로 감사를 실천해야죠.”
“45만 서울대 동문이
힘을 보태서 국가와 사회에
크게 이바지하는 품격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누려면 먼저 모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동창회 앞에는 두 가지 숙제가 놓여 있다. 참가자의 70퍼센트 이상이 고령층이라는 것과 총동창회와 개별 동창회 사이의 접점이 약하다는 점이다. 이준식 총동창회장은 40~50대 동문들이 자연스레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이를 보완하려 한다. 동문들의 청소년 자녀를 위한 서울대 탐방, 문화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음악회와 영화 단체 관람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소모임을 활성화해 동창회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도 구상 중이다. 법과대학 동문회에서 기업인부터 음악인까지 예상 밖의 직업을 가진 동문들을 만나면서는 각기 다른 직군의 동문들이 만들 시너지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후배들을 지원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꾀하려 한다. 서울대 학생들은 국가장학금부터 외부장학금까지 충분히 지원받고 있는 만큼, 교육 환경 개선이나 동아리 활동 지원처럼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에 지원하자는 방향이다. 마침 전임 회장 시절부터 추진되어 온 종합운동장 환경개선사업이 취임 직후 결실을 맺었다. 연장선상에서 이준식 총동창회장은 체육관 건립을 상상해보았다고 말한다.
“동문들이 힘을 모아 체육관을 하나 지으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10억 원씩 10명이 내는 것도 좋지만, 한 구좌에 10만 원씩 10만 명이 참여하면 더 좋겠죠. 꼭 체육관이 아니더라도 가급적 다양한 동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싶습니다.”
서울대 동문들의 참여가 많아질수록 총동창회가 가진 힘도 더 커질 것이다. 이준식 총동창회장은 그럴수록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속으로는 큰 자부심을 품되 겸손하게 양보하는 태도를 잃지 않는 것. 서울대 동문이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한 그의 오랜 지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