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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 그랜드퀘스트 위크 & 포럼
지구는 우주의 중심인가, 생명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 당대에는 무모해 보였던 질문들은 학문의 지평을 넓히고 문명의 방향을 바꾸며 새 시대를 열었다. 서울대학교가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린 SNU 그랜드퀘스트 위크 & 포럼을 통해 인류와 사회를 향한 여섯 개의 질문을 던진 이유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은 앞서간 나라들이 던진 질문에 더 빠르고 더 정확한 답을 내며 성장해 왔다. 정답이 어딘가에 이미 놓여 있던 시대에 추격은 가장 강력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따라갈 벤치마크가 없는 시점에 왔다. SNU 그랜드퀘스트 위크의 문을 연 15일 강연 ‘그랜드퀘스트의 탄생’에서 이정동 SNU 그랜드퀘스트 이니셔티브 연구단장(응용공학과 교수)도 바로 이 지점을 짚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선도국이 제시한 교과서를 열심히 익혀온 사회였다면, 이제는 스스로 교과서를 쓰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정동 연구단장이 말하는 그랜드퀘스트는 기존의 상식과 통념을 의심하는 데서 출발하는 질문이다. 도전적 질문일수록 시행착오는 많을 수밖에 없으며, 실패는 오류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학습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토크콘서트에서는 작곡과 전상직 교수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질문에 대한 생각을 펼쳤다. 전상직 교수는 좋은 질문에 도달하려면 같은 대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지도가 어느 지역을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본질은 같더라도 관점이 달라지면 완전히 새로운 의미가 생긴다”라는 것이다. 최인철 교수는 그랜드퀘스트가 자신을 멈추게 하는 질문이었다고 고백하며, “바쁘게 나아가던 연구의 흐름 속에서 내가 정말 기존의 가정을 뒤엎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했다”라고 덧붙였다.
열기는 강연장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튿날 믹스랩에서는 서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팀을 이뤄 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하며 직접 질문을 설계했다. 조별 토론 끝에 ‘학생들에 게 지식 습득을 제공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인가’, ‘대학이 전공을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하는가’ 같은 주제가 나왔다. 이 주제들은 다른 조와 진행자의 피드백을 거치며 더 크게 열리며 넓어졌다. 수업 외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문구에 이끌려 믹스랩을 찾았다는 김하연 학생(서양화과·23)은 “학내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문화권과 세대에 속해 있기 때문에 공통된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공통된 관점을 통해 더 큰 질문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랜드퀘스트 공모전 수상작 전시와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이 나흘 내내 운영되며, 행사장 곳곳에도 질문하는 문화가 싹텄다. 방명록 게시판에는 “더 넓은 세상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등의 메모가 겹겹이 쌓여 갔다. 질문은 강연자의 것도 연구자의 것도 아닌 서울대 사람들 모두의 것이었다.
(위에서부터) 유홍림 총장, 이정동 SNU 그랜드퀘스트 이니셔티브 연구단장, 현택환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최인철 심리학과 교수
나흘의 여정이 향한 곳은 18일 포럼이었다. 유홍림 총장은 축사에서 서울대가 한국의 대학 생태계를 책임지는 선도자로서 아젠다 세팅을 하는 대학이 되기 위한 도전적 노력의 실천으로 그랜드퀘스트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발견과 혁신은 언제나 정교한 답이 아니라 용기 있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정동 연구단장은 그랜드퀘스트 디자인보드를 대표해 ‘2026 SNU 그랜드퀘스트’를 처음 공개했다. ‘인공지능시대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한가’를 비롯한 질문 6선은 과학기술과 인문사회의 경계를 가로질러 현재의 연구가 충분히 의심하지 않는 더 깊은 전제를 겨냥한다. 이정동 연구단장은 “6선의 질문들은 디자인보드에 속한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2박 3일간의 워크숍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도출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화학생물공학부 현택환 석좌교수는 자신의 나노기술 연구 여정을 담은 기조강연을 펼쳤다. “오늘 우리가 던진 여섯 개의 그랜드퀘스트는 어떤 특정 전공의 교수 한 명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말로 6선의 의의를 짚었다. 디자인보드 교수들과 청중의 대담에서는 AI 시대 연구자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철학과 이석재 교수가 “AI가 내미는 새로운 제안의 유의미성을 판단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질문의 중요성을 주제로 한 강연도 이어졌다.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라며 대학이 기초 학문의 기본을 가르치면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스스로 공부해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인철 심리학과 교수는 질문이 사람 사이를 잇는 힘이 된다는 점을 짚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역사가 궁금하다는 뜻”이라는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랜드퀘스트 공모전 시상식이 이어지며 나흘의 여정이 마무리됐다. 올해 하반기 서울대는 그랜드퀘스트 챌린지를 통해 여섯 개의 질문을 실제 연구로 발전시켜 나간다.
그랜드퀘스트 6선에 대한 해답은 어쩌면 한 세대 안에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문의 진정한 역할은 이미 아는 것을 되뇌는 데 있지 않고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드러내며 더 나은 질문으로 새로운 길을 여는 데 있다. 서로 다른 곳을 향하는 듯 보이는 여섯 개의 질문은 결국 하나로 집약된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될 것이며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가. SNU 그랜드퀘스트가 질문으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답은 지금부터 조금씩 쓰여 갈 것이다.
인공지능시대,
에너지 시스템은 자율적으로
삶의 의지를 분자수준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생명의 시계를
인공지능은 손상을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