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우리는 모두 책이다

문화예술원 2026 상반기 Class-Up 사람책방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제1파워플랜트에서 문화예술원 2026 상반기 Class-Up 전시 사람책방이 열렸다. 아동가족학과 박혜준 교수의 수업 ‘특수아동의 이해’ 수강생들이 한 학기 동안 만난 이들의 삶을 책처럼 펼쳐 놓았다.

표지를 넘어 사람을 읽는 일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안다’라고 생각한다. 책 표지만 보고 내용을 파악했다고 여기는 것과 같다. ‘장애인’, ‘부모’, ‘교사’, ‘코다(CODA)1’ 같은 단어를 들을 때 그리는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익숙한 명칭 뒤에는 저마다의 결을 지닌 삶이 있지만, 우리는 대개 표면만 보고 지나친다. 장애 역시 한 사람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전부가 될 수는 없다. ‘특수아동의 이해’ 수강생들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장애를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와 연결된 보편적 삶의 경험으로 보는 수업의 관점이 전시의 출발점이 됐다. 학생들은 덴마크의 사람도서관(Human Library)에서 영감을 받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조명했다. 장애 당사자, 그 곁을 묵묵히 지켜온 사람, 매일 아침 같은 교실에서 서로를 기다리는 사람들. 학생들이 직접 만나고 온 열여섯 명의 삶이 한 권씩의 책이 되어 일곱 개 공간을 채웠다.

1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이르는 말. 대부분 청인으로 태어나 수어와 음성언어를 함께 쓰며 자란다.

전시를 보며 관객이 남긴 이야기들

프로젝트 참가 학생들이 자기 서사를 담아 만든 책

타인의 삶을 만난 7가지 방식

전시는 일곱 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가족의 거실에서 장애를 함께 통과해 온 가족의 마음을 듣고( 1조 함께 걷는 마음 ),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을 직접 굴려보며( 2조 굴러갑니다 ), 목발과 수어의 그림자 너머에 있는 얼굴을 마주한다( 3조 표지를 넘기면 ).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과 어머니가 각자의 꿈을 따라가다 끝내 서로에게 닿는 길을 걷고( 4조 나눠 우리 ), 거울 속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5조 있는 그대로 ),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청각장애인의 자녀 두 명의 이야기를 듣고( 6조 CODA by CODA ), 작고 평범한 물건들 속에서 특수학교의 하루를 따라가는 식이다( 7조 가고 싶은 학교, 오고 싶은 학교 ). 무엇보다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듣고 전시를 준비한 학생들은 뻔한 정답 이상을 찾았다. 이채빈 학생은 “관심을 갖고 깊이 들여다보아야만 비로소 보이는 이야기들이 있다”라고 적었고, 원래 알고 지내던 이를 인터뷰이로 만난 이종호 학생은 “가까운 사람이라 여겨 왔지만 정작 제대로 물어본 적은 많지 않았다”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윤지현 학생은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정의하는 일이 아니라, 끝내 다 알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계속 다가가려는 태도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했다. 조혜민 학생은 한 학기 내내 이어진 ‘모호함’을 없애는 대신 그 안에 머무는 법을 배웠다는 소감을 남겼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려던 시간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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