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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도 시기 문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CO2)를 줄이는 기후 완화 정책을 시행하는 시기가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온난화가 이미 충분히 진행된 후 정책을 시행하면 예상치 못한 기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변화로
갑작스런 엘니뇨 주기 변화

지구환경과학부 국종성 교수 연구팀

탄소중립 시행이 늦으면 엘니뇨 주기가 짧아질 수 있어

엘니뇨(El Niño)는 지구에 폭우와 가뭄, 해양 생태계의 변화, 감염병 확산까지 불러오는 대표적인 기후 변동 현상이다. 수십 년간 축적된 관측 자료와 모의시험 분석으로 엘니뇨 주기는 수년에 한 번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얼마 전 발생 주기가 예기치 않게 짧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산화탄소 (CO₂) 감축 정책 시행과 관련성이 제기되어 화제가 됐다. 지구환경과학부 국종성 교수 연구팀이 대규모 기후 모델 모의실험에서 탄소중립 정책 시행 시점이 엘니뇨 발생 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구온난화가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된 이후에 CO₂ 감축 정책을 시작할 경우, 엘니뇨의 공간 구조가 달라지고 주기가 갑자기 짧아지며 발생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구 기후 시스템의 급격한 전이(Abrupt transition)*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특히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는 ‘감축 단계’에서 적도 부근의 강수대(Intertropical Convergence Zone. ITCZ)**가 남쪽으로 이동하며, 엘니뇨에 영향을 주는 해양 순환이 더욱 빠르고 강력해지는 작용 원리를 확인했다. 그 결과 엘니뇨의 공간 구조가 남북 방향으로 좁아지면서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나의 기후 모델에서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여러 최신 기후 모델에서 반복적으로 관측되었다. CO₂ 감축이라는 긍정적인 조치조차 시기가 늦어지면 또 다른 기후 위험을 초래한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셈이다.
국종성 교수는 “탄소중립은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너무 늦으면 기후 시스템은 되돌리기 어려운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며 “급격한 변화 없이 회복 가능한 기후 미래를 원한다면, 보다 빠르고 정교한 기후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IF 9.1)』 게재 -

  • * 급격한 전이(abrupt transition): 점진적인 변화가 아닌, 임계점을 넘는 순간 기후 시스템이 급변하는 현상
  • ** 강수대(Intertropical Convergence Zone. ITCZ): 남반구와 북반구의 무역풍이 만나는 지역으로, 지구 기후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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