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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서양사학과 81학번)
손주은 회장의 나눔 실천은 자라며 보고 들은 태도에서 비롯한다. 교육기업을 설립하면서 ‘공부해서 남 주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도, 연 매출 1조 원을 넘긴 지금 ‘호구가 되자’고 선언한 것도 그에게는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은 대한민국 교육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다. 인터넷 강의를 기반으로 회사를 설립해 물리적 지리적 한계 없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고 이를 통해 축적한 성취를 다시 사회와 후배들에게 나누고 있다.
손 회장의 모교 첫 기부는 2006년으로 당시 이장무 총장의 제안으로 서울대 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자리에 나간 그는 그 길로 25억 원을 약정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학교의 미래 계획을 들으며, 젊은 동문 기업인으로서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후 인문대 ‘손주은 장학금’ 을 비롯해 메가스터디 장학금, 창의인재기금 등 서울대에만 약 117억 원, 사회 곳곳에 기부한 누적액은 2천억 원을 넘어섰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사회적 프리미엄을 누리며 살아왔다는 사실에 대해 때로는 막연한 미안함을 느낍니다. 남들보다 좀 나은 ‘공부머리’ 덕분에 과도한 기회를 누려온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에게 기부는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책임의 표현이자 조용히 부채를 갚는 방식이다.
손 회장은 나눔 철학의 뿌리를 가족 그 중에서도 할머니에게서 찾는다. 된장국에 밥을 말아 드실 정도로 자신에게는 인색했지만, 어려운 이웃에게는 넉넉했던 할머니의 삶은 평생의 길잡이가 되었다.
“지금도 고향에 내려가면 마을 어르신들이 ‘이 동네에서 너희 할머니 도움 안 받은 사람이 없었다’고 하십니다. 어머니도 늘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좋은 거 생기면 다 남 주시고 정작 당신은 낡아빠진 옷차림으로 계셨다고, 조기를 사드려도 결국 이웃집 밥상 위에 올라가더라고 푸념하시곤 했죠.”
어릴 적부터 몸에 밴 ‘남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은 훗날 기업 경영과 기부 철학으로 이어졌다. 메가스터디를 창립하며 형제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만들 슬로건 ‘공부해서 남 주자!’도 마찬가지다. 손 회장은 “그때는 ‘멋진 표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할머니께 배운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손 회장의 나눔은 언제나 담백하다. 기부 사실을 외부에 크게 알리는 법이 없고 그로 인한 기쁨조차 금세 잊는다.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 내력 그대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을 실천한다. 그런 손 회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겨두는 것은 장학금 수혜자들이 보내오는 감사 메시지다. 지난 7월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린 장학생 멘토링 특강 이후도 그랬다. 130여 명의 장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리더십, 그리고 미래’ 를 주제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강연한 후 한 학생에게서 장문의 메시지가 왔다며 뿌듯한 기색을 내비쳤다.
손 회장은 언젠가부터 ‘나눔을 실천하자’라는 말 대신 ‘호구가 되자’는 표현을 자주 써왔다. 나눔을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실천하자는 철학이 담긴 선언이다. 선언은 2016년 9월, 사재 300억 원을 출연한 윤민창의투자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에게 ‘공부가 너희를 구원할 것이다’라고 강조해왔지만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명문대 진학은 경쟁력 중 하나일 뿐이죠. 때문에 제가 가르친 세대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떨치기 힘들어서 윤민창의투자재단을 만들었습니다. 창의력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이 없는 젊은 세대가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온 백성을 윤택하게 하라’는 뜻을 담은 ‘윤민’은 일찍 세상을 떠난 손 회장의 첫째 딸 이름이기에 그는 언제나 “윤민이라는 이름을 걸고 약속을 꼭 지키겠다”라고 강조한다. 메가스터디의 슬로건인 ‘공부해서 남 주자’에서 시작된 그의 나눔 철학은 이제 ‘호구가 되자’는 새로운 다짐으로 발전했다. 배움은 결국 나누기 위한 것이고, 성장은 함께 가는 길이라는 그의 믿음이 다음 세대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