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esearch

배터리 화재 원인,
열 폭주 메커니즘을 규명하다

임종우 화학부 교수

전기차에서 불이 나면, 배터리 온도가 수 초 안에 1000°C 넘게 치솟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전기차의 안전 문제는 앞으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앞서 해결해야만 하는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자가증폭루프’ 교환 반응 밝혀내

지난 8월 서울대 임종우 화학부 교수팀은 급격히 온도가 치솟는 열 폭주의 반응 메커니즘인 ‘자가증폭루프’를 발견했다. 열 폭주 중에 음극-양극 사이 ‘자가증폭루푸’ 교환 반응이 핵심 구조이며, 이에 따라 열 폭주 반응이 기존 예상보다 급격히 악화하는 것임을 밝혀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유명 국제학술지〈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며 출판됐다.
“해당 연구는 약 5년 전, 삼성SDI에 계신 박사님들과 어떤 문제에 대해 논의하다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자동차 내 배터리의 열 폭주 현상이 중요하니, 서울대에서 연구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던 거죠. 후속 연구들도 계속 파이프라인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동안 배터리 화재의 원인으로 배터리 셀 제조사에 대한 의혹이 많았다.
“열 폭주의 원인을 찾아내는 원리를 새롭게 접근했습니다.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에서 산소가 나오거든요. 여기서 전해질은 가연성 액체 유기물이고요. 기존에는 가연성 기체의 산소가 나와서 반응하면 이때 불이 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서울대 연구팀은 음극에서부터 먼저 가연성 기체가 낮은 온도에서 나온다고 가정했죠. 이 현상이 양극에서 산소가 빨리 나오게 자극하고, 이는 또 음극에 있는 가연성 기체가 빨리 나오게 자극하는 것입니다. 계속 서로를 자극하는 반응이 나타났다는 걸,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신코팅법으로 열 폭주 억제

촛불이 다 타고 나면 이산화탄소가 나오듯, 가연성 기체가 나와 양극에서 산소가 배출되면 산화 반응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생각할 때 불이 다 꺼진 공간에 남은 기체는 이산화탄소라고 여긴다. 하지만 남아 있는 이산화탄소는 또 다른 반응을 일으킨다.
“화재 진화 후에도 남은 이산화탄소가 음극에 있는 리튬을 또 자극한다는 것을 연구팀이 발견했습니다. 추가적인 자극으로 엄청난 발열 반응이 나오고, 열 폭주가 더 자극되는 원리를 밝혀낸 것입니다. 연구자로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산화탄소가 음극을 자극하지 못하게 해 발열 반응이 나오지 않게 음극에 코팅한 것입니다.”
이처럼 기존에는 사람들이 배터리 양극에 산소 배출을 막기 위한 용도로 코팅을 많이 했다. 이는 업계에서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음극에도 코팅할 경우, 이산화탄소의 음극 자극을 막을 수가 있다는 새로운 논리가 밝혀진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적용했고, 현실적으로도 맞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배터리 음극을 산화알루미늄으로 코팅해, 열 폭주의 가능성을 낮춘다. 임 교수는 ‘열 폭주 분석방법론으로 연구진이 규명한 원리가 잘 적용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정도였지, 상용화 추진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전한다.
“처음부터 전기차의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겁니다. 인간의 식습관이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전기차 배터리도 비슷합니다. 차를 어떻게 운행하고, 배터리가 어떤 과정으로 제작되는지에 따라 내부에 잠재된 위험 요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응원하는 한국 배터리 기술

배터리 생산으로 수익을 내는 대표적인 나라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다. 그는 한국의 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을까.
“올해에만 중국에 네 번을 갔다 왔습니다. 현장에서 제가 느낀 건, 전 세계가 중국의 독주를 한국과 일본이 견제해줬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5년, 10년 전만 해도 한국과 일본이 중국을 앞서 나가고 있었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이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사활을 걸겠단 결정을 한 이후의 변화입니다.”
전 세계 기술로 보면, 국내 배터리 기술은 우수하다. 한국은 업계 내 선두시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중국이 저렴한 단가로 공격하는 것을 우려한다. 훗날 중국의 기술이 발전할 경우,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이 훌륭한 기술력을 지닌 만큼, 자동차 배터리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 성과가 계기가 되어, 하이니켈 양극재를 주력으로 추진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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