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AI 시대에도 인간의 창의성은 독보적이다

이지수 음악학과 교수

AI의 발달은 창작의 범주까지 발을 들였다. 음악 세계에서의 창작자인 인간과 AI, 둘 중 승자는 누구일까. 이지수 음악학과 교수에게 인간을 능가하는 AI 작곡가가 등장하는 날이 언제인지, 질문을 던졌다.

관련 분야의 무수한 정보와 자료를 토대로 인간이 던진 과제를 해결하고 응용한다. 지능형 AI는 그림을 그리고 작곡까지 해낸다. 전문가들은 인간을 뛰어넘는 AI가 곧 등장할 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AI 작곡가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이지수 교수는 AI 작곡가의 등장이 관련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지만, 대중이 선택하는 상위 소수의 히트곡은 결국 인간이 만든 음악일 것이라고 말한다.

AI 작곡가와의 첫 만남, 클래식 음악 협업 공연

지난 8월 현대음악 연주단체 TIMF앙상블이 AI를 작곡에 활용한 작품인〈코드와 코드(Code and Chord in Co-Creation)〉를 선보였다. AI와 이 곡을 공동 창작한 작곡가는 바로 이지수 교수다. TIMF앙상블은 처음부터 그에게 AI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했다.
“AI 작곡 프로그램과 얼마만큼 협업할 수 있는지, 효과적인 도구로서의 가능성이 궁금했습니다. 의뢰받았을 당시 시작은 탐구를 해보자는 취지였죠. 아직은 AI 작곡 프로그램으로 곡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지수 교수에게 이번 AI와의 협업은 AI의 작곡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일련의 기록이었다. 공연 내 작품 해설서에도 AI와의 공연 목적을 담았다. 관객이 AI와 작업한 곡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반응이 궁금했다.
“이번 협업은 각자의 파트를 어떤 식으로 자연스럽게 융합시키냐가 관건이었습니다. 곡의 앞부분은 거의 제가 다 만들고, 중간 부분은 반반 정도 섞었습니다. AI가 제시했던 결과물들을 다시 융합시켜서 잘 녹여내는 방식으로 정리했죠. 끝부분은 일부러 AI가 작곡한 것을 그대로 넣어봤어요. 사람들이 들은 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AI가 작곡한 끝부분은 이상했다. 이지수 교수는 관객 대부분이 이상한 점을 눈치챌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많은 사람이 작품의 어느 부분에 AI를 썼는지 물었다.

“대중음악 쪽에서는 AI 작곡 프로그램의 결과물이 좋은 편이라서 참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클래식에서는 데이터 축적이 부족해서인지 언급할 만한 사례가 많이 없죠. AI의 도움을 받는다는 건, 어떤 작업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함도 있을 텐데요. 이번에 프로그램을 활용해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는 살짝 얻었지만, 시간은 오히려 더 걸렸습니다.” AI의 결과물은 협업을 이끈 이지수 교수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AI 프로그램의 발전 단계가 얼마만큼인지 기록할 수 있었다.

누구나 AI로 작곡하는 시대, 히트곡과 창의성

AI가 진화한다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겼던 ‘창작 활동’은 어디까지 흉내 낼 수 있을까. 이지수 교수는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인간보다 더 멋진 음악을 창작해낼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음악 산업에서 차지하는 대부분의 히트곡은 상당히 소수입니다. 인기곡의 비율은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시대에 좋은 음악이 아무리 많더라도, 사람들은 상위 소수에 해당하는 몇 프로만 선택하게 되어 있어요. 대중이 소수의 음악만을 선호하고 소비하는 것은 음악이라는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누구나 AI를 활용해 멋진 곡을 창작해낼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좋은 곡들로 넘쳐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대중이 고를 음악은 범람하고, 기대 수준은 당연히 올라가게 된다. 인기곡 외에 나머지는 평범한 수준의 곡들로 인식된다. 결론적으로 창작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독창성과 창의성은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AI가 멋진 걸 만들어내더라도 그런 곡들이 많아지면 평범해질 것입니다.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지금보다 뛰어난 창의성이 요구될 것 같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신기술로 인한 변화와 발전은 역사의 반복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찾는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이 있을 것이다. 이는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창의성과 감정에 있지 않을까. 이지수 교수는 AI의 창작을 뛰어넘는 인간의 중요한 역할을 믿는다. 이런 이유로 그는 학생들에게 AI 작곡을 도구로써만 활용하되,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안내한다.

작곡이라는 창의적 활동을 위한 ‘비움의 미학’

이지수 교수는 교육자이기 전에 다양한 음악을 생산하는 작곡가이다. 그는 2002년 드라마〈겨울연가〉를 시작으로〈올드보이〉,〈건축학개론〉,〈고요의 바다〉등 30편 이상의 장편영화와 다양한 OTT 서비스의 음악 작업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때 창의적인 영감을 얻기 위해 다양하고 새로운 것을 접하고 습득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의 그는, 휴식 시간에는 일부러 아무것도 듣지 않고 비우는 연습을 한다. 어떤 작품의 작업이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계속 몰입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요함 속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가 되려 그에게 새로운 충전이 된다.
“작곡은 초등학생 때부터 했고 청소년기에도 늘 작곡 공부만 했어요. 20대는 작곡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는 순간이었죠. 돌이켜보면, 충전과 공부를 하며 작곡을 했는데도 안에서 뭔가가 소진되는 느낌이었어요. 충전의 시간이 있어야 스스로 작곡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겠다 싶었습니다.”
이지수 교수는 창의를 ‘익숙함과 새로움을 적절하게 섞어 기술적으로 만드는 것’이라 말한다.
“둘은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인데 두 가지를 배합해서 만드는 과정이 진정한 창의성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날을 생각해보니 독창성과 공감 능력을 높이는 훈련을 계속 해왔더라고요. 지금은 어느 정도 그 비율을 찾아가는 감각이 생긴 것 같아요.”

이지수 교수가 참여하고 작곡한 OST

AI가 멋진 걸 만들어내더라도 그런 곡들이 많아지면
평범해질 것입니다.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지금보다
뛰어난 창의성이 요구될 것 같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신기술로 인한 변화와 발전은 역사의 반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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