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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분야의 두 아티스트가 만나, 같은 곳을 향해 작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다른 생각과 영감 속에서 서로의 작품 세계를 존중하며 다가설 때, 두 예술가의 움직임은 비로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으로 태어난다.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이 ‘다이얼로그 Dialogue’ 시리즈의 세 번째 시즌으로〈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공연을 지난 10월 11~12일 양일간 서울대학교 제1파워플랜트에서 개최했다. 문화예술원의 ‘다이얼로그’ 시리즈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는 ‘두 아티스트-스튜디오-기업’을 충돌시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시리즈 프로젝트다. 모호하지만 새로운 영역에 대해 탐구하고 공유하는 가치와 질문을 발견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세 번째 다이얼로그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대표 SF 소설가 김초엽 작가와 대중음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얼트 일렉트로닉(ALT Electronic) 듀오 해파리(Haepaary)이다.
두 아티스트는 8개월간의 ‘대화 dialogue’를 통해 보편성과 특수성, 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에이블리즘), 무가치의 쓸모 등의 주제에 대해 탐구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제작했다.
김초엽 작가는 초단편 연작〈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을 집필했다. 해당 소설은 공연 관객 한정으로 공개됐다.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는 김초엽 작가가 그려낸 소설 속 세계관을 자신들의 음악으로 풀어냈다. 양일간의 공연에서 보여준 두 아티스트의 토크는 공감각이 통합된 독보적인 경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이얼로그 시리즈는 두 아티스트가 서로 교류를 하면서 각자의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같이 만들어낸다. 때문에 그 의미가 특별하다.
〈다이얼로그03: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의 아티스트 토크에서 김초엽 작가는 프로젝트 제의를 받았을 때, 작업 과정이 흥미로워 흔쾌히 수락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해파리와 일부러 많은 회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해파리 작품을 많이 듣고 해석해서, 해파리의 음악에 내 작품을 맞춰서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들 가지고 있는 작품에 기반을 둬 작업하려고 했습니다.”
김초엽 작가는 “자신이 쓰는 작품의 장르 역시 대중적이지 않은 SF라 생각하는데, 해파리의 음악도 특이하고 대중적이지 않아 많은 공감대가 형성됐다”라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었던 이유를 밝혔다.
뮤지션 해파리는 다이얼로그 작업 전부터 김초엽 작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면서, 제안이 왔을 때 아주 인상 깊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초엽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관습에서 벗어난 작업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떤 부분은 관습에서 벗어나고, 어떤 부분은 과거 그대로 자기 복제를 했습니다. 즐겁고도 고통스러운 작업 과정이었죠. 작가 세계관과 섞이는 작업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특히 다이얼로그 시리즈를 기획한 문화예술원 박제성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에 대해 “과거의 전통음악을 익혔던 해파리와 가상의 미래 세계를 그려나가는 김초엽 작가가 만나 동시대를 바라보는 과정이 의미 있었다”면서 “이곳에서 무쓸모의 존재라는 가치를 경험하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SF 소설가이다. 2017년〈관내분실〉과〈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있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회원이다.
혜원과 민희가 공동 프로듀싱하여 음악을 만드는 일렉트로닉 듀오이다. 건반악기와 타악기, 가상 악기 그리고 목소리를 주 악기로 하여 작곡, 편곡한다. 앰비언트 테크노를 기반으로 종묘제례악과 가곡을 다루었다. 2022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일렉트로닉 앨범 부문을 수상하며 괄목할 만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문화예술원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