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간과 지구에
이로운 농업을 꿈꾸며

류희경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05학번)
이우람 (전기·정보공학부 04학번)
크로프트 대표

농작물 자동 생산 기술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스마트팜 솔루션 스타트업 ‘크로프트’를 함께 경영하는 류희경, 이우람 동문을 만나 기후위기 시대의 친환경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경학을 전공한 류희경 대표가 졸업 후 일했던 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글로벌녹색성장기구)는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국제기구다. 류 대표는 그곳에서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를 모집해 해당 국가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컨설팅하고 정책을 만드는 일을 했다.
이후 직접 NGO 단체를 만들고 영국에서 펀딩을 받아 중국에서 호랑이를 보호하는 ‘엄브렐라 스피시스(Umbrella Specie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호랑이를 보호하면 그 아래의 생태계도 건강하게 보존된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활동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호랑이 보호구역에서 살던 농민들과 부딪혔다.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 친환경 농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친환경 농업을 공부하게 되더라고 류희경 대표는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스마트팜에 눈뜨다

“농업에서도 기후변화에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걸 깨닫고, 스마트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스마트팜을 잘 활용하면 농사에 소요되는 물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재활용까지 할 수 있어서 기후변화 적응에도 도움을 줄 수 있거든요. 또, 농민이 가진 노하우가 기술에 접목되어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농업을 공부했죠. 막상 스마트팜을 운영해보니 기술 장벽이 높고, 어려운 부분이 많았어요. 이거야말로 인공지능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동문 이우람 대표와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경기과학기술대 전자공학과 교수이기도 한 이우람 대표는 전기·컴퓨터공학 전공으로 박사까지 마치고 AI 개발에 매진해왔다. 그에게 농업 분야는 비정형 데이터가 누적된 ‘금광’처럼 보였다. 류희경 대표의 러브콜에 망설임 없이 합류한 이유다. “스마트팜에 접목된 AI는 많은 사람들이 유익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매력을 느꼈습니다. 마침 류 대표에게 연락이 와서 함께하게 되었죠.”

크로프트가 개발한 챗GPT 적용 AI 농장 관리 ‘팜 메이트’ 앱.

‘원래 그런 것’은 없다!

류희경 대표는 크로프트 운영에 집중하기에 앞서 체계적으로 농부 교육을 받았다. 우선 정부에서 매년 200명 남짓 모집하는 스마트팜 운영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런데 교육을 받고도 사람들 대부분이 스마트팜 운영에 실패하는 데 의문을 품었다.
“스마트팜의 실패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싫었습니다. ‘원래 처음엔 다 실패해요’, ‘원래 처음부터 이익이 나는 분야가 아니에요’ 등등.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원래 그래요’라는 말이에요. 농부들에게 리스크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사업 시작과 함께 이익이 나게 하고 싶었죠. 이런 욕심이 저를 이 사업의 시작으로 이끈 것 같아요.”
크로프트가 개발한 챗GPT 형식의 AI 시스템은 작물 재배에 도움을 준다. 류희경 대표가 정신없이 샐러드용 잎채소를 키워 납품하는 동안 이우람 대표는 ‘농업 선진국’ 네덜란드에서 AI 농업기술을 벤치마킹하느라 바빴다. 2021년에 사업 구상을 하면서 류 대표와 상추를 재배해보자고 의견을 나눴는데, 마침 네덜란드에서 상추 관련 AI 자동화 챌린지가 있다고 해서 출전한 적이 있다. AI 기술만으로 농사를 짓는 대회인데 덜컥 1등을 했다. 이후 농업 강국인 네덜란드와 활발히 교류하면서 우리나라 스마트팜의 미래도 밝을 거라는 확신을 얻었다.
현재 운영 중인 임대형 스마트팜은 재배 면적이 1,200평 정도다. 일주일에 한 번 약 15톤씩 수확하는데, 한 달 수익은 약 1천만 원에 이른다. 아직 완벽하게 ‘운영 정상화’라고 부르기는 힘들지만 제법 잘 운영되고 있다. 크로프트의 AI 시스템은 아직 스마트팜의 환경 조절만 자동이고 수확 등은 사람 손이 가야 하는 반자동화 시설이다. 그렇기에 ‘식량 안보’와 ‘식품 안전’이라는 비전과 기후위기 시대에 적용 가능한 각 지역 맞춤형 AI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공유하는 두 대표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하다.

인간과 지구에 안전한 농산물을 만들기 위하여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문제가 대두되는 요즘, ‘지구와 인간의 공존’이라는 화두는 두 대표의 사업 방향성을 일러주는 나침반이 되고 있다.
“농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깨달은 게 있습니다. ‘농업은 1차 산업이 아니다!’ 농업을 하면 할수록 선진국이 아니면 하기 힘든 산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한국도 네덜란드만큼 스마트팜을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식량 생산이 위협받는 걸 예방하고 인간과 지구 모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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