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강기석 재료공학부 교수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에너지의 소중함을 절감하는 시대. 국내 이차전지 분야의 미래이자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강기석 교수를 만나 그가 연구하고 있는 더 효율적이고 더 안전한 배터리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차전지 중에서 우리가 현재 실생활에 가장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리튬이온배터리입니다. 하지만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으로 구성된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는 전해질이 가연성 액체 물질이라는 사실 때문에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 자동차나 드론, ESS(Energy Storage System,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에 사용되는 데 있어 더 높은 에너지 밀도와 낮은 가격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산업계와 과학계에서는 두 가지 방향으로 배터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성능을 최대치로 올리는 ‘Ultimate LIB(Lithium Ion Battery)’이고, 다른 하나는 현 LIB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이차전지를 개발하는 ‘Post LIB’ 기술입니다. 저와 저희 연구팀은 이 두 방향 모두를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차전지 분야를 폭넓게 연구하며 거둔 여러 성과 덕에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Ultimate LIB에서는 기존 이차전지 양극 소재의 한계를 벗어난 ‘나노복합소재’라는 고성능 전극을 개발한 것, Post LIB에서는 이차전지의 무게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리튬공기전지에 적용할 수 있는 고출력 촉매를 개발한 것을 성과로 인정해주셨습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과 함께 연구하면서 기술 이전과 산업계의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해주셨습니다.
전고체전지는 기존 배터리에서 누액과 발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던 액체 형태의 전해질을 고체형으로 대체한 배터리입니다. 이론적으로 말해 전고체전지는 액체형인 가연성 유기용매가
사라져 폭발 위험이 없습니다. 또한 배터리를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집니다. 전기차를 만들 때 전고체전지를 활용하면 안전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배터리
모양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어 외관 디자인이나 실내 공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고체전지가 상용화되려면 몇 가지 허들을 넘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딱딱한 고체로 만들어진 전해질을 리튬이 뚫고 들어가 단락이 생기는 위험인데요.
저와 저희 팀이 이 현상의 원리를 밝혀냈습니다. 이 발견 하나로 전고체전지가 완벽해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의 발견 덕분에 전고체전지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갔고,
우리가 일상에서 전고체전지를 활용하는 날이 훨씬 가까워진 셈입니다.
사실 배터리 자체는 친환경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화학 소재를 사용해야 하거든요. 리튬은 기본이고 중금속, 코발트, 니켈 등도 들어갑니다. 폐수나 이산화탄소 등도 생성되기 때문에 배터리 제조 과정을 친환경이라고 말할 순 없지요. 하지만 이렇게 만든 배터리를 다양한 친환경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와 시간대 등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전력망에 그대로 연결해 사용하기에는 비효율적이죠. 이때 요긴한 것이 바로 에너지를 오래, 많이,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배터리’인 겁니다.
현대의 과학은 편의성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환경보호도 지향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분야에서도 제조 공정을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고민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죠. 과학기술 발전과 환경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타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과학기술 발전으로 누리고 있는 혜택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진화시키는 일이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