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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갈망과 우직함에
열정을 보태다

김진수 툴젠 고문(前 화학과 교수 · 화학과83학번)

12년 전, 툴젠의 창업자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 김진수 교수는 서울대학교에 툴젠 주식 10만 주를 기부했다. 최근 서울대학교는 이 툴젠 주식 10만 주를 현금화해 약 53억 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연구에 대한 애정이 기부 활동으로

김진수 교수는 서울대와 인연이 깊다. 학부생으로 4년, 석사과정 대학원생으로 2년, 그리고 교수로 11년 동안 재직하며 서울대에서 끊임없는 지식 탐구와 연구 활동을 해왔다. 현재 툴젠 고문이자 싱가포르국립대학교의 초빙교수로 활동하는 그이지만, 서울대 기부를 통해 모교와 후배에 대한 애정은 꾸준히 잇고 있다.
“화학과 학생으로 공부하고 교수직으로 재직하면서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훌륭한 스승님과 뛰어난 제자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인생에서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자로서 이룬 대부분의 업적들은 교수로 활동하면서 대학원생들과 함께 이룬 것입니다.”
그는 교수 시절, 학생들을 가르친 것 이상으로 학생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대학원생들과 매주 저널클럽을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요약해 소개해주는 논문에서 다양한 연구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런 과정과 좋은 기억들이 훗날 서울대 기부 활동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1999년에 툴젠을 창업하고 대표이사를 하던 시기였습니다. 2005년 은사이신 양철학 교수님께서 서울대 교수 공채에 지원해보라고 권하시더군요. 그 지원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막상 교수로 부임하고 보니, 장비도 부족하고 연구 여건도 열악했습니다. 언젠가는 후임 교수와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모교에서 받은 혜택, 남다른 의미와 가치

서울대학교에서 학생이자 교육자로 긴 시간을 보낸 만큼, 그는 서울대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지만 동시에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도 깨달았다. 때문에 한 기업의 대표가 되어 모교에 기부를 실천하는 것은 그에게 큰 의미이자 가치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는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자로 기억되길 바랄까.
“저도 학생들도 경쟁이 심한 분야에서 연구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좌절의 순간도 수없이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연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는 교육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 그는 꾸준히 새로운 연구 과제에 대한 도전을 진행 중이다. 2년 전 미토콘드리아 유전 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한 엣진과, 엽록체 유전자 교정을 통해 탄소 저감과 농업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한그린진을 창업해 양사의 CTO 역할에도 주력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과학자의 열정

교육자로서의 활동은 잠시 중단했지만, 과학자로서의 활동은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김진수 교수 하면 기업 툴젠의 창업자 시절,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일을 빠뜨릴 수 없다. 관련 분야에서 기억에 남는 도전은 무엇인지 물었다.
“지난해 말 버텍스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에 의해 크리스퍼를 활용한 최초의 유전자 질환 치료제가 미국과 EU에서 신약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제 인간의 유전자를 고쳐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유전 질환은 6천 개가 넘습니다. 하나하나, 원천 치료하는 신약이 개발될 때마다 각각의 질환으로 고통받는 수천에서 수만 명의 건강과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유전자가위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농작물과 가축, 삼림, 해조류와 같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활용될 수 있다. 그는 인류가 당면한 최대 난제인 기후위기 극복에도 유전자가위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관련 분야의 연구 활동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듯이 모교에 대한 그의 사랑도 식지 않을 것 같다.
“학생들에게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대학 졸업식사에서 남긴 말로 널리 알려진 문구인데요. 연구자에게도 가장 중요한 덕목이 지적인 갈망과 우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다양한 행보를 기대합니다.”

about 김진수 교수

1987년 서울대 화학과 학사, 1989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DNA에서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고 교정할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기반으로 툴젠을 창업했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지금은 싱가포르국립대 초빙교수와 툴젠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