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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로그 02: SYNAPSE>는 일본의 ‘설치 미술가 아키히토 오쿠나카(Akihito Okunaka)’와 ‘사운드 디자이너 백승렬’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상반된 견해를 지닌 두 예술가가 만나, 공기와 소리의 교차 감각을 극대화한 이색적인 체험의 자리였다.
‘다이얼로그’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는 두 아티스트, 스튜디오, 기업이 만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의 시리즈 형태의 기획전시다. 두 번째 다이얼로그 전시인 <다이얼로그 02: SYNAPSE>가 지난 5월 7일부터 5월 28일까지 서울대학교 68동
제1파워플랜트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설치 미술가 아키히토 오쿠나카와 사운드 디자이너 백승렬의 협업을 통해 시각과 청각, 촉각 등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관객을 이끌었다.
특히 ‘시냅스(Synapse)’라는 주제와 관련해 두 작가의 철학적 탐구를 감각적 체험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인간의 존재와 연결의 본질을 재고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이얼로그 02: SYNAPSE>에서 오쿠나카의 작품은 20m에 달하는 대규모 인플래터블(공기주입식 풍선)과 그 안에 설치된 물베개로 구성됐다.
작품 내부로 관객들을 끌어들여 인간을 둘러싼 바람과 공기, 물 등의
자연 요소를 감각적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꾸몄다.
전시장 곳곳에는 실감 음향 시스템(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을 설치해 백승렬의 음악을 전달했다.
승렬의 음악 작업과 오쿠나카의 설치물이 만나, 때로는 반응하고 때로는 대립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감상 포인트였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평면적 청각 경험이 아닌, 새로운 촉지적 감각 경험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만난 두 작가의 대화(dialogue)는 ‘연결’에 대한 상반된 견해에서 시작됐다. 오쿠나카는 모든 것이 이어져 있고 순환의 연결고리 안에 있다고 전제한다. 그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풍선, 버블의 형태도 이러한 견해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어져 있는 모든 것은 끊을 수 없고,
끊어지더라도 그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모양이 변한다. 특히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모든 것은 관계망 안에 얽혀 연결되어 있다고 봤다.
백승렬은 ‘모든 것은 분절된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분절된 것들이 진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들리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 사물과 인간, 나와 타인, 디지털과 아날로그. 이런 상반된 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에 대한 고민을 비롯해 연결
자체에 대한
의미, 연결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고찰한다. 이처럼 상반된 입장을 지닌 두 작가의 ‘다이얼로그’를 ‘시냅스(SYNAPSE)’로 표현했다. ‘시냅스’는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이 접합하는 부분을 지칭하는 말이다.
<다이얼로그 02: SYNAPSE>에서 오쿠나카의 대형 풍선과 물베개 작업은 백승렬의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과 만나 디지털 감각과 실재 감각을 연결해주고 분절된 간극을 채웠다. 이는 인간의 존재와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두 작가를 연결하는 의미도 있었다.
오쿠나카는 ‘오픈 아틀리에’ 시스템을 고안해 불특정 다수의 개인과의 협업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국적이나 성별,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제작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포용력 있는 사회적 기능 실현을 목표로 ‘관계의 역동성’이라는 형이상학적 개념을 구체화했다. ‘관계의 역동성’을 표현하고자
작가는 시각적 정보나 언어에만 의존하지 않고, 관람자가 오감을 통해 작품을 인지하는 과정 자체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풍선 모양의 작품은 거대하고 부드러운 고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손으로 만져보면 공기의 존재를 확실히 느낄 수 있고, 방대한 공기의 촉감과 양감을 경험할 수 있다. 내부의 물베개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생기는 파도가 멀리까지 전달되도록 구현했다. 이것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관계 맺고 간섭하는 인간의 존재를
은유하는 것이다. 외부의 빛과 바람, 사람의 접촉으로 작품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인간 사회의 다양성을 긍정함을 알 수 있다.
백승렬의 37분 길이의 음향 작품은 5개의 모듈형 사운드로 구성되었다. 각 모듈은 파워플랜트의 분리된 시공간에서 재생됐다. 매번 다른 시간과 환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만나 개연적이지 않은 촉지적 감각을 촉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직접 채집·녹음한 소리들, 악기와 디지털 소리로 구성된 백승렬의 사운드 지도는 오쿠나카 작업의 필름, 사람들의 신체와 공명하고 반사되고 흡수됐다. 또 시시각각 개연적이지 않은 만남을 기록하는 새로운 지도라는 사례를 남겼다. 전시 기간 중 백승렬은 재생되는 5개의 사운드 지도에 더해, 현장에서 새로운 지도를
청자와 함께 작성해나가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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