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research
글. 우종학 교수(물리천문학부)
블랙홀의 생성 기원을 밝히는 일은 블랙홀 연구의 매우 중요한 과제다. 블랙홀 생성 시나리오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중간질량 블랙홀의 질량 함수, 왜소은하의 블랙홀 점유율, 즉 블랙홀을 포함하는 은하의 비율을 측정해야 한다.
태양질량의 100만 배를 넘는 초거대질량의 블랙홀들은 처음에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이 질문은 은하 중심의 블랙홀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탐구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를 담고 있다.
블랙홀의 기원을 설명하는 시나리오로는 첫째, 초기 우주 환경에서 생성된 태초의 별들이 블랙홀로 변하면서 시작되었다는 가벼운 씨앗 모형과 둘째, 성단에서 연속적인 중력 작용으로 블랙홀이 태어났다는 모형, 셋째 거대한 가스 구름이 수축하여 중간질량 블랙홀이 만들어졌다는 모형,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어느
시나리오가 과연 블랙홀의 기원을 밝혀줄지는 미지로 남아 있다.
이 시나리오들은 블랙홀 씨앗의 질량을 서로 다르게 제시할 뿐만 아니라, 현재 우주에서 중간질량 블랙홀이 얼마나 존재하는지(개수 밀도, number density) 그리고 중간질량 블랙홀을 품는 은하들의 비율이 얼마인지(블랙홀 점유율, occupation fraction) 서로 다른 예측을 제시한다. 만일 블랙홀
종족을 연구하여 중간질량 블랙홀의 개수 밀도와 은하의 점유율을 측정할 수 있다면 블랙홀의 기원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의 우종학 교수 연구팀은 이 시나리오들을 변별하고 블랙홀의 기원을 밝힐 중요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소 방출선의 특징을 갖는 활동성 블랙홀들을 검출하여 블랙홀 질량을 새롭게 측정하였고 표본의 선택 효과를 심층적으로 보정한 뒤에 블랙홀의 질량 함수(각 블랙홀 질량당 블랙홀의 개수
밀도)를 측정하였다.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최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현재 확정된 중간질량 블랙홀의 수는 매우 적지만, 실제로 우주에는 숨겨진 중간질량 블랙홀이 상당히 많다고 제시한다. 가령, 1억 광년의 크기의 직육면체의 우주 공간에 대략 3개의 중간질량 블랙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은하의 질량 함수를 사용하여 블랙홀을 품고 있는 은하의 비율(블랙홀 점유율)을 측정하면, 질량이 작은 왜소은하들의 약 50%가 중간질량 블랙홀을 포함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높은 점유율이 가능해지려면 블랙홀 씨앗의 질량이 별블랙홀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것보다 커야 한다. 즉, 이번 결과는 블랙홀 기원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씨앗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단서를 제시한다. 더불어 이 결과는 다양한 질량 범위의 블랙홀 존재를 예측하고 발견할 중요한 단서가 된다. 특히 내년부터 수행될
미항공우주국(NASA)의 적외선 전천탐사 우주망원경 SPHEREx 미션 등을 통해 중간질량 블랙홀을 찾고 블랙홀 기원을 밝히는 데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가 시작된 출발점은 새롭게 제시한 블랙홀 측정법이다. 천문학 전공의 박사과정 학생인 조호진 연구원은 2023년에 중간질량 블랙홀에 특화된 수소 방출선의 광도와 속도를 직접 이용하는 새로운 질량 측정법을 개발하였다. 기존의 측정법과 비교 분석을 한 결과, 과거의 블랙홀 질량값에 매우 큰 오차와 오류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 결과가 블랙홀의 질량 함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블랙홀 질량 측정법으로 중간질량 블랙홀을 측정, 블랙홀의 기원을 탐구하는 이번 연구를 제안한 것이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가시광과 적외선의 거대한 탐사 관측 프로젝트들에서 많은 중간질량 블랙홀들이 발견될 것이다. 그 결과들을 해석하고
블랙홀의 기원을 더 자세히 밝혀내는 데 이번 연구 결과가 중요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