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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식물이 가르쳐 

주는 것들

정원조성 동아리 피움(PIUM)’

원예생명공학전공 석사과정 21학번 신재욱, 응용생물화학부 20학번 강현덕, 사회교육과 18학번 박민서 




 

화분이라는 조그만 공간에 세상의 속도와는 다른 자연의 시간이 흐른다. 그 안에 자리 잡은 생명은 떼쓰지도 말썽부리지도 않은 채 늘 그 자리를 지킨다. 보내준 애정만큼 자라나지 않는 까탈스러운 식물을 기르다 보면 그것이 곧 나를 길러내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정원조성 동아리 ‘피움’은 식물에 사랑을 담아 학교 곳곳을 바꾸어가고 있다.



캠퍼스를 곳곳을 수놓는 ‘피움’의 손길

‘피움’은 2015년, 학교 내에 버려진 공간을 새롭게 꾸미는 수업 내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38명의 동아리원들은 캠퍼스 곳곳에 정기적으로 식물을 심고 가꾸는 활동을 통해 캠퍼스를 아름답게 변화시킨다. 220동에 자리한 정원에는 튤립과 장미를 비롯한 예쁜 꽃을 심고, 35동 옥상에 만들어진 텃밭, ‘틈밭’에서는 상추와 깻잎 등의 채소를 키운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족들과 주말농장 활동을 하며 텃밭을 가꿨어요. 그게 계기가 돼 지금도 원예생명공학 전공을 이어가고 있어요. ‘피움’은 정원조성 외에도 하바리움이나 테라리움 만들기, 실내 가드닝, 식물박람회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중지돼 아쉬움이 커요.” (신재욱)


정신없는 1·2학년 생활을 보내며 몸과 마음 모두 지쳤던 박민서 학생과 실내를 벗어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었던 강현덕 학생도 ‘피움’에서 식물을 키웠다. 뿌리에 흙이 묻은 채 축 쳐져있던 모종이 자신의 손을 거쳐 쑥쑥 자라나 공간에 활기를 줄 때면 뿌듯함도 크다.


“일주일에 한 번씩 투표를 통해 텃밭 당번을 정하고 있는데, 한번은 중간고사로 다들 바빠 텃밭에 심어놓은 상추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어요. 당연히 시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가서 보니 저희 키만큼 자라있더라고요. 먹지는 못하지만, 어떻게든 살아 내는 식물의 모습을 보니 뭉클한 마음이 들었어요.” (박민서)



묵묵히 전해지는 식물의 위로

온 힘과 정성을 주어도 시들어 버릴 때도 많았다. 씨앗을 심을 때면 빨리 싹이 나와주길, 꽃이 피면 조금 더 오래 곁에 머물러 주길 바랐지만, 마음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씨앗에 싹이 돋아 온전히 자라나기까지의 치열한 시간은 어쩐지 내 모습과 닮아있었다.


“상추나 깻잎을 기른 뒤 잎을 떼고 나면 얼마 후 그 자리에 또 잎이 자라있어요.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처음 뗐던 잎보다 오히려 싱싱한 잎을 얻을 수도 있죠. 그런 식물의 순환을 보면서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예상보다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더라도 다음번에 노력해 잘하면 된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강현덕)


“식물은 변화가 느리고 정적이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루 사이에도 수없이 바뀌어요. 잎이 축 늘어져 있을 때 물을 주면 금방 잎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다림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신재욱)


‘피움’은 2학기부터 코로나19로 활동을 중단했던 220동 정원조성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기에 많은 학우들이 참여해주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번 식물 키우는 방법을 배워두면 혼자서도 연습할 수 있고,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이 됩니다. 정원이나 화단을 가꾸는 것이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조그마한 공간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많은 학우들이 ‘피움’으로 통해 식물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박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