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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 1

남극이 알려 주는

기후변화

빙하기-간빙기 간 지역적 온도변화와 빙하의 거동에 대한 자료로 *기후모델의 정확성을 높이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인류는 ‘자연 앞에서 욕심을 줄이고 겸허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계속해서 받고 있다. 이와 맞물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와 빙하 용융(melting)에 의한 해수면 상승에 대한 대응이 국제적 주요 이슈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온실가스와 빙하의 거동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 과학자들은 빙하를 뚫어 빙하 내부의 상태와 과거 기후변화 기록을 알아내고 있다. 빙하 속에는 시간에 따른 기후변화 기록이 담겨있고, 이는 현재의 지구를 진단하고, 미래의 지구를 예측하는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 안진호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주변의 빙하 모습 


빙하 얼음(H₂O)의 산소(O)와 수소(H)를 분석하거나, 시추공 내부의 온도를 측정하면 과거 온도변화를 알 수 있다. 또한, 빙하에 포집된 과거 공기를 이용해 빙하 두께 변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변화 원인 등을 알아낼 수 있다. 서울대학교 빙하고기후연구실에서는 주로 남극과 그린란드 빙하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남극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남극은 전 지구 빙하의 약 88%를 간직하고 있고, 비교적 깨끗한 환경에서 과거의 기후변화가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요 연구 중 하나로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산화이질소(N₂O)의 수만 년 동안의 농도 변화와 그 원인을 규명하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남극과 그린란드 빙하에는 수많은 공기 방울이 있으며, 여기서 과거의 공기를 추출해 그 성분을 분석한다. 소량의 빙하 시료를 이용해 온실가스의 농도와 동위원소비(무겁고 가벼운 원자의 비율)를 측정한 뒤 이를 바탕으로 온실가스가 어떻게 형성되고 소멸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이 연구를 위해서는 특수 냉동설비와 공기추출을 위한 진공 라인, 그리고 동위원소 측정을 위한 질량분석기 등 고가 장비가 필요하고 때에 따라서는 남극 현장에서 빙하 상태를 직접 관찰하고 측정해야 한다.

국제협력 연구도 필요하다. 남극, 그린란드 여러 지역에서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남극 전체 또는 전 지구적 규모에서의 기후변화 요소 간의 연결성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국제 공동연구의 수행 결과를 ‘사이언스(Science)’지에 논문으로 게재했다. 공동연구단은 남극 빙하의 시추공 온도, 빙하의 얼음과 포집된 공기의 연령 자료를 이용해 남극 표층에서의 과거 온도변화를 복원했다.



남극빙하 시추공 내부 온도를 측정하고 있는 서울대 빙하고기후연구실 연구원 


현재 우리는 *간빙기를 살고 있다. 본 연구에서 최근 빙하기의 온도를 산출했는데 서남극의 경우 약 섭씨 10도가량 온도가 내려갔었고, 동남극의 경우 기존에 알려진 것(섭씨 약 9도)보다 절반 수준(섭씨 4~7도)으로만 온도가 내려간 것을 알아냈다. 또한, 이렇게 동남극과 서남극의 온도변화가 다른 이유를 빙하표면의 고도변화가 서로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최근 빙하기에는 현재에 비해 서남극의 빙하표면 고도는 상승했으나 동남극은 오히려 하강했던 것으로 해석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빙하 거동과 해수면 상승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후모델의 개발과 검증에 활용돼 미래 기후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기후변화 연구에서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분야는 지구상에 얼음으로 이루어진 빙권(cryosphere)에 관한 것이다. 빙권은 육상에 눈이 내려 다져진 빙하(glacier), 2년 이상 연속적으로 얼어있는 토양인 동토(permafrost), 바닷물이 얼어서 만들어진 해빙(sea ice), 계절적으로 분포하는 눈 등을 포함한다. 지구온난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빙권이며, 이와 맞물려 발생하는 대기 온실가스 농도, 해류순환, 해수면 변동, 육상과 해양의 생태계 변화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핵심 연구 분야가 바로 빙권과학이다.

향후 빙권 연구 분야에서 국제적 리더로서의 역할을 서울대학교가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인력양성과 대민교육을 목적으로 5월 31일부로 시흥캠퍼스에 ‘빙권과학교육연구센터’가 신설되었다. 전 지구적 현안을 한국의 과학자와 국민이 선도적으로 해결하는 날이 곧 오리라 기대해 본다. 

*기후모델 기후를 예측하는 방법중 하나로써 기후의 시간변화를 물리법칙으로 컴퓨터에 입력하여 기후를 예측한다.
*간빙기(間氷期) 지구의 과거 지질시대 중 빙하시대에 빙기(氷期)와 다음 빙기 사이에 있는 기간으로, 전후(前後)의 빙기에 비해 따뜻한 시기가 비교적 오래 계속되던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