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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 2

인구학이

대한민국에 전하는 공존의 지혜

「인구 미래 공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예산이 쓰이고 있지만, 출산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증거다. 나는 인구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공존의 전략’을 제시하고 싶었다. 이는 생태학에서 공존의 개념은 시기를 달리하여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는 생존의 방식이다.


글. 조영태 보건대학원 교수




2016년 여름, 첫 단행본 『정해진 미래』를 출판했다. 당시로서는 인구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매우 생소했던 때라 출생, 사망, 그리고 인구이동 등 인구요소만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조망할 수 있다고 주장한 나의 책에 많은 독자들이 시각의 ‘신선함’을 느낀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의 인구는 이미 많은 부분 미래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제목 때문이었을까? 인구를 숙명론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내가 책을 통해 독자들께 드리고자 한 메시지는 사회의 거시적인 미래 모습을 오늘의 인구가 이미 만들어 놓았는데, 그 모습을 책을 통해 미리 알려주었으니 개인 스스로의 미래는 최선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기획된 것이 이번에 새로 출판한 『인구 미래 공존』이다. 나는 새 책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이 정해진 미래를 보는 것으로 멈추지 말고, 본인은 물론이고 우리가 살아갈 미래 사회를 기획하는 것으로 발전되어야만 한다는 당위적 바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번 『인구 미래 공존』을 쓰면서 두 가지를 크게 고민했다. 하나는 책 제목이었다. 사실 이미 책을 한 번 써 본 사람은 누구나 책 제목을 고민한다. 만일 독자들의 주목을 좀 받았던 책이 이미 있었으면 그 책의 제목을 어떻게든 새 책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나 역시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버린 ‘정해진 미래’를 새 책의 제목에 넣으려는 유혹이 컸다. 하지만 독자들이 정해진 미래를 넘어서서 스스로의 미래를 기획하는데 도움이 될 책을 쓰기로 했던 기획 의도를 제목에서부터 확실히 하고 싶었다. 과감히 ‘정해진 미래’를 던지고 ‘인구와 미래’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다른 하나의 고민은 통계표와 그래프들이었다. 인구학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인구통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출산율이 얼마인지, 몇 명이 태어나고 사망하는지, 서울에 몇 명이나 살고 있는지, 우리의 평균수명은 몇 살인지 등 인구정보는 대부분 통계 수치다. 그런데 전작 『정해진 미래』에서 인구를 다뤘지만 단 하나의 통계표도 넣지 않았다. 그래프도 딱 두 개만 들어갔다. 이유는 인구학이 설명하는 사회 특히 미래는 단순히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인구변동을 기반으로 미래를 기획하자고 쓴 신간에서는 정확한 통계가 제시되지 않고는 미래의 모습을 독자들께 명확히 보여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통계가 많아지면 책의 가독성이 떨어진다.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할 것인가 아니면 가독성을 높여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일은 지난(至難)했다. 결국 정보 전달을 택하고 35개의 도표를 담았다. 독자들이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될 책을 쓰기로 했던 책의 기획 의도에 충실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책에서 미래 기획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 그동안 저출산 분야에만 230조 원이 쓰였다고 하는데 출산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증거다. 나는 인구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공존의 전략’을 제시하고 싶었다. 생태학에서 공존의 개념은 시기를 달리하여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는 생존 방식이다. 자원의 양이 부족하고 경쟁이 심할 때 단순히 서로 양보하기보다는 오히려 시기를 달리해서 경쟁을 최소화하자는 전략이다. 이 전략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시기를 알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언제 어떻게 바뀐다는 것을 안다는 것. 바로 ‘정해진 미래’다. 인구의 속성도 정해진 미래다. 그럼 인구정책은 인구의 정해진 미래 속성을 십분 활용해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신간을 통해 알리고 싶은 주장이다.


저자로서 당연히 『인구 미래 공존』도 전작처럼 많은 독자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그냥 많이 읽히기보다는 독자들이 책을 통해 미래를 기획할 수 있는 통찰을 기르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기획하면 내가 전작에서 말한 ‘정해진 미래’가 다 틀릴 거라고?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예상보다 훨씬 더 밝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