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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새
편지

동선을

그리는 사람들

서울대학교 코로나19역학조사대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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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코로나19 확진자 1명 발생, ‘마이스누-코로나19 게시판’을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마음을 졸이게 하지만, 우리를 보호해주기도 하는 이 문자. 이 문자 한 줄을 보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숨은 조력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학교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누구보다 먼저 확진자와 연락해 동선을 그리는 사람들. 안전한 캠퍼스를 지키기 위해 지난 1년간 노력해온 ‘서울대학교 코로나19역학조사대응팀’을 스누새가 만나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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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발생 3시간 이내 이뤄지는 기초 역학조사 


‘코로나19역학조사대응팀’은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지난해 3월, 학내 방역 대응을 위해 보건진료소 교직원과 예방의학 전공의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어요. 보건소를 통해 학내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면 대응팀은 평일, 휴일 관계없이 3시간 이내로 기초 역학조사를 마무리해요. 이 결과를 학교는 즉시 공지하고, 접촉자 연락, 방역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죠.


“교내 동선과 방역 의사결정이 우선적이기 때문에 기초조사를 빠르게 한 다음, 심층 역학조사를 통해 그 동선을 하나하나 검증해나가요. 예를 들어 확진자가 언제 어디 식당을 갔다고 하면 직접 그곳에 가서 CCTV를 확인해보는 거죠.” (남기룡)


예방의학 전공의 수련 중인 보건대학원 대학원생들로 이뤄진 대응팀이지만 역학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질병관리청이나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역학조사관 교육을 받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실제로 역학조사를 해보면 변수가 많아 조사관들은 새로운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긴장할 수밖에 없대요.


“대부분의 확진자는 협조적이지만, 중복된 질문을 많이 받다 보니 역학조사관에게 짜증을 내는 경우도 있어요. 또 동선을 검증하려고 CCTV를 찾아보면 고장나 있기도 하고, 출입문만 비추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지 않기도 해요.” (남기룡)


뉴스로만 보던 코로나 확진자를 학내 역학조사관으로서 직접 접하게 되면서 사람들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게 되었대요.


“카페 같은 곳을 가면 ‘아 저렇게 붙어있으면 밀접 접촉자인데’ 이런 생각부터 들어요. 직업병같이.(웃음) 그리고 제발 어디든 마스크를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남기룡)


“‘어디에 몇 명이 확진됐다’하는 뉴스의 숫자로만 접하던 확진자들이 이제 한명 한명 개별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코로나라는게 그 사람들이 어떤 엄청난 잘못을 해서 걸리는 것이 아닌, 불확실성이 큰 것이구나. 그래서 나 또한 언제든 확진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박은혜)


“‘증상 발현 2일 전 동선부터 조사한다’는 것은 듣기에는 과학적이지만 언제든 인간적인 오차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예를 들어 확진자가 ‘며칠 전에 무리해서 몸이 으슬으슬했다’ 그러면 그때 그 증상이 정말 바이러스 때문인지, 단순한 몸살이었는지 모호한 거죠. 그런 불확실성을 소통의 질로 메우려고 하고 있어요.” (길용진)



감염 고리 끊어준 이들에게 전하는 진심 


이제 몇몇 국가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이 질병과의 긴 싸움은 이제 막 중반에 들어선 것이기에, 역학 조사관들은 질병을 잘 통제하면서 제한적이나마 일상을 찾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요.


“지금처럼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공간을 폐쇄하는 방법은 역으로 특정 시간과 다른 공간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문제가 있거든요. 학교에서도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대면 강의할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을 이제 함께 논의할 때가 된 것 같아요.” (길용진)


“학생들을 학교 밖 밀집된 공간에 두느니 학교 내에서 적절한 거리를 두게 하는 게 나은 경우들이 있어요. 분명 대면으로 받을 수있는 학습의 기회들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캠퍼스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 때인 것 같아요.” (박은혜)


대응팀과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스누새는 이들로부터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보다 안전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봉사하는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어요. 이들에게 그동안 만난 확진된 구성원에게 전하지 못한 진심을 물어봤어요.


“스스로를 비난하는 확진자들에게 저는 ‘당신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 ‘당신이 동선 조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해준 덕분에 구성원 한 명이라도 덜 전파된 것이다’, ‘덕분에 이 정도의 안전함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박은혜)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게, 2차, 3차 감염으로 이어진 케이스는 거의 없었거든요. 연쇄적인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것 자체가 일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마운 거예요. 처음 확진된 분들이 협조를 잘 해주셨기 때문에 감염이 이어지지 않게 끊어내서 다른 케이스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의 코로나 유행은 끝나지 않았지만, 적어도 우리 구성원으로부터 발생한 그 건은 당신 덕분에 종료되었다, 감사하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길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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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서울대 사람들의 이야기로 사랑받고있는 스누새편지모음은 bird.snu.ac.kr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