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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가 실현되는

모두의 공간을 꿈꾸다

전보림 건축학과 95학번, 이승환 건축학과 9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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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축은 다수가 함께 사용하는 사회적 기반시설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공서, 학교, 병원, 도서관 등이 해당한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자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에도 공공건축은 획일적인 모습으로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건축은 도시나 마을의 환경 수준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나아가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는 커뮤니티 장으로 활력있는 도시 조성에 기여 한다. 함께 쓰는 공공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승환, 전보림 소장에게 물었다. 

 


삶을 짓는 공공건축을 꿈꾸다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다는 사실만 떠올려봐도 우리 삶 중심에 공공건축이 얼마나 깊숙이 자리해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정해진 주인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일까. 공공건축은 늘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고 그러는 동안 싸게 빨리 지어야 한다는 경제적 논리가 우선 되면서 모든 공공건축은 획일적인 디자인에 최소한의 기능만 충족하는 시설로 남아버렸다.


이승환, 전보림 소장은 여러 건의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2019 젊은건축가상, 대한민국공공건축상 최우수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신진건축사대상 대상, 울산시 건축상 대상 등 여러 차례 큰 상을 받았다. 상을 받는 좋은 결과 뒤에는 우리나라 공공건축 시스템의 불합리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상처가 거듭됐다. 부실한 계약서,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설계 기간과 비용, 많은 이들의 관여로 수십 번 뒤 바뀌는 설계와 시공과정까지. 두 사람에게 많은 상을 안겨준 첫 번째 건물 울산 매곡도서관은 ‘공공시설’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도심과 떨어진 외진 곳에 지어졌고 이후 진행한 다목적강당 프로젝트에서는 두 사람의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가 뒤바뀌는 일도 있었다.


“세금을 사용해 건물을 짓기에 무조건 효율적으로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많은 것들이 개혁됐음에도 공공기관 성과지표는 여전히 금액에 머물러 있죠. 정해진 예산에서 합당한 능력을 갖춘 건축가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주고 제대로 된 건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평가과정이 숫자에만 머물러 있어요.”(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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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곡도서관 열람실 스케치.

이승환·전보림 소장은 일반 열람실과 어린이 열람실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돼 가족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위치와 복합화가 빼앗은 공공건축의 기능


좋은 공공건축을 위해 전보림 소장은 “위치부터 달라져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용자를 배려한 설계나 성실한 시공 모두 중요하지만, 위치만큼 시민의 편의를 크게 좌우하는 요소는 없기 때문이다. 오래된 행정 청사가 낡고 비좁다는 이유로 저렴한 외곽에 새 건물을 지어 옮겨지고, 시민에게 가까이 있어야 할 도서관과 체육관이 교통도 잘 닿지 않는 엉뚱한 곳에 지어지는 동안 공공건축은 답보를 거듭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할 커뮤니티 시설이 아파트 단지나 빌딩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모든 게 다 건물 안에 있으니 도시 경관도 단순해지고, 아파트별로는 등급이 나뉘어 사회 계층화도 가속화돼버렸죠. 커뮤니티 시설의 복합화가 필요하다면 건물 안에 둘 것이 아니라 밖에 만들어 더 큰 도시 차원에서의 복합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이승환)


“그런 부분에서 관악캠퍼스에 대한 아쉬움도 있어요. 걸어 다니는 길과 연결된 공간이 소통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하는데 차량을 위한 길이 많고 커뮤니티 시설은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들과는 동떨어져 있죠.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 길, 광장, 길과 연결된 건물 공간의 쓰임. 이런 요소들이 기능을 다하고 활성화할 방향으로 개선됐음 좋겠어요.” (전보림)



코로나 19에도 계속 되어야 할 공공건축의 가치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원과 도서관처럼 사람들의 신체활동과 사회적 교류가 이뤄졌던 공간은 감염병의 대유행 속에서 피해야 할 장소가 되어버렸다. 오랜 시간 공공건축에 종사한 두 사람에게도 이번 팬데믹은 많은 과제를 남겼다. 두 사람은 “개별적인 공간이 중요시되고 있지만, 누구나 동등하게 공간이 주는 감각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공공건축의 가치는 계속 되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 같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브루클린 윌리엄스 버그 지역에 위치한 도미노 파크는 수변 잔디에 지름 약 2.4m의 원을 그려 넣고,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흰색 원 안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공원 디자인에 적용한 것이다.


“전염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문제에만 모든 것을 집중해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독사 문제나 아동 방치문제 같은 변수도 고려하며 더 넓은 차원에서 생각해야 하죠. 또한 코로나19는 환경문제를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기에 개인과의 접촉을 줄이기보단 우리의 활동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오염시키며 먼 거리를 빠르게 가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원격회의나 셰어오피스처럼 물리적 이동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해봐야죠. 그러기 위해선 공공건축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보림)


c20983aa11c1655828556edb3f85a994_1620799314_5574.jpg초등학교 다목적강당 종이접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외관은 태양빛에 따라 체육관 내부로 들어오는 자연광을 조정해 생동감을 준다.



함께 꿈 꾸는 도시의 모습


이승환·전보림 소장은 각각 조경학과와 조소과를 졸업하고 건축학과로 학사 편입했다. 이승환 소장은 건축학과 선배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고, 전보림 소장은 여행을 통해 생긴 건축과 도시에 관한 관심에 순수예술보다는 실용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해져 건축을 선택하게 되었다. 대학 시절 설계 수업에서 동일한 설계 조건을 극단적으로 다르게 풀어낸 설계안을 제출할 만큼 설계와 디자인에 대해서는 서로 일치 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좋은 공공건축이 삶을 변화시킨다는 생각만은 같다. 


블로그와 SNS를 통해 공공건축의 부조리한 관행을 비판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내놓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때론 소신 발언 때문에 공공기관으로부터 항의도 받고 계약을 거절당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 이유. 보다 나은 공공건축이 많아져 도시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길 바라서다. 그런 공공건축으로 만들어진 연대가 사람들 사이를 끈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소망한다.


“처음 건축을 시작했을 때의 가치관을 앞으로도 지켜가고 싶어요. 작은 한 걸음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가 만드는 좋은 건물이 도시와 삶을 조금씩 바꾸게 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건축을 하고 싶습니다.” (이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