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Cover story
대화의 길
SNU inside
News & Event
Home
Cover story
대화의 길
SNU inside
News & Event
닫기
대화의 길
 X 
교수

사회혁신으로

이루는 평등한 도시개발

환경대학원 도시계획전공 김경민 교수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과 부동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경민 교수는 일찌감치 도시 내 사회적기업의 역할과 공유공간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연구와 교직 활동, 방송, 집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비대칭성이 가장 큰 부동산 정보가 모두에게 평등하게 공유되는 디지털 사회혁신을 꿈꾼다. 김경민 교수에게 부동산과 사회적기업, 도시개발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물었다.  



1.

교수님께서는 지난 2012년, 현재 고문으로 계신 사회적 기업 어반 하이브리드(Urban Hybrid)를 설립하고 창신동과 신림동에 커뮤니티 개발을 진행하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공간 내 커뮤니티 기능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때인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2010년쯤 국내에서 ‘유니클로’나 ‘ZARA’ 등 저렴한 가격대로 손쉽고 빠르게 유행을 즐길 수 있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국내에도 패스트 패션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동대문 쇼핑센터입니다. 다만 동대문은 디자인과 제조, 판매 등이 지역적으로 서로 분리돼 있었어요. 동대문 패션타운의 배후생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창신동에 신진 디자이너와 봉제 제작자가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공간에서 창의력 있는 디자이너와 실력 있는 제작자가 만나서 소통한다면 서로에게 더 좋은 시너지가 날 거라 판단해 ‘창신아지트’를 만들었어요. 현재도 유지되고 있는 ‘창신아지트’는 입주자 대부분이 패션 관련 일에 종사하는 분들로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559c66391b2f07a50094b10b6ee98538_1620744125_7104.jpg 
같은 크기더라도 개인이 더 많은 공간을 사용할 수있는 셰어하우스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주거 모델이다. 
출처 : 셰어원
 


2.

청년 1인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강남 최초 신축 셰어하우스도 기획하셨습니다. 지금은 대중화된 공유경제의 가능성을 어디서 확인하셨나요?

많은 분들이 공유공간에서 네트워크나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생겨날 것으로 생각하시는데 사실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 이는 이상적인 이야기예요. 지극히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이유로 공유공간이 대중화될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역삼동 40평 건물의 경우 10평짜리 원룸 4개를 만들 수있습니다. 원룸 당 월 임대료가 8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임대인은 320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죠. 일반적으로 셰어하우스는 전체의 1/3을 공용공간, 2/3를 개인공간으로 설계합니다. 이 40평에 셰어하우스를 짓는다면 3평씩 8개의 방을 만들수 있는 것이죠. 24평은 개인공간, 나머지 16평이 부엌, 거실 등 공용공간인데 이렇게 되면 기존 10평 원룸 때보다 9평이나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개인공간이 줄어들기에 임대료는 감소하는데 임대인 입장에서는 방이 늘어났으니 60만 원씩만 받아도 480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주거모델인 것이죠. 




3.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공유공간의 쇠퇴를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언택트 기술의 발달로 도시 기능이 저하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19세기, 전 세계에 콜레라 팬데믹이 왔어요. 사람들은 교외로 나와 살고 싶어했지만 재산이 많은 부르주아들만 타인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었고, 직업이 도시에 있는 대다수 사람은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930년대 라디오와 전신이 보급되며 텔레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일어났을 때도,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등장하며 IT 혁명이 일어났을 때도 중심도시에 모여있던 기업 클러스터가 해체될 거라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피스 내 주요 빌딩들은 계속 성장했죠. 코로나19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도시 안에 모였을 때 발휘되는 것들, 금융회사가 여의도에 있거나 IT 회사가 강남역, 판교, 가산디지털단지에 모여있는 것처럼 집적 경제이익이 이어지는 한 도시 기능이 저하되는 일은 없다고 봅니다. 그렇게 도시에서 생활하는 게 계속되는 한 공유공간은 꼭 필요한 주거 모델입니다.



4.

해외의 경우 사회적기업이 도시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시를 개발하는데 사회적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역을 개발할 때 가장 큰 목적은 주민의 주거복지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입니다. 사회적기업은 비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조직이면서 명확한 책임을 지녔기에 지역사회의 수요를 가장 효율적으로 반영하여 실천할 수 있는 주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까지만 해도 공공에 기반한 대규모 임대아파트가 조성됐지만,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도시 슬럼화가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때부터 비영리 민간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사회적기업의 원류이자 비영리 지역사회 개발회사인 CDC(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입니다. 미국은 2010년 초반부터 CDC 타입의 개발회사들이 민간 임대주택을 짓고 있어요.




559c66391b2f07a50094b10b6ee98538_1620744210_6436.jpg
 



5.

연구와 교직 활동, 방송, 집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실까요? 

2010년대 초 뉴타운 개발로 1920∼1930년대 지어진 한옥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익선동 일대 재개발 문제가 떠올랐어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옥 집단 지구를 깡그리 철거하고 초고층 복합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계획이었는데 수십 년 살아온 어르신들께서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시 이에 반대하며 방송에도 출연하고 글도 여러 번 기고했는데 마을 어르신께서 관심 가져주어 고맙다며 인사해주셨어요. 보람도 느끼고 사회적 형평을 이루기 위한 개발을 연구하는 데 계속 노력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두 번째는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 정세권 선생을 연구한 일입니다. 선생은 1920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부동산개발회사 ‘건양사’를 설립하고 북촌에 한옥 지구를 개발함으로써 조선인들의 주거공간을 지켜낸 인물입니다. 해방 이후 잊혀지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선생의 뒤를 좇아 자료를 수집하고 책으로 출판한 일이 무척 보람됐습니다.



559c66391b2f07a50094b10b6ee98538_1620743576_6421.jpg신진 디자이너와 봉제 제작자가 함께 공간을 공유하며 시너지를 내는 창신아지트 

출처 : 셰어원



6.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비전을 들려주세요.

첫째는 환경대학원에 새로 만들어진 사회혁신전공의 교육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어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사회혁신은 지역 커뮤니티와 관련한 여러 문제를 해결해 회복력을 가진 안전하고 포용적인 도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활동입니다. 저 역시 5년째 행정안전부 사회혁신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계속 성장하고 있는 분야라 우리나라의 경우 고등 교육 차원에서의 전문가 풀이 다소 부족합니다. 이번 SK와의 MOU를 통해 도시사회혁신연구원이 만들어지면서 환경대학원에 사회혁신전공이 개설됐습니다. 풍성한 교육 내용을 통해 학생들이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기업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어요. 두 번째는 공유 도시랩에서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 사회혁신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부동산은 모든 자산 유형 중 정보의 비대칭성이 가장 큽니다. 일반인들도 부동산 자료에 쉽게 접근하고 기존 지수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유도시랩에서 가격 지수를 만들었어요. 5~6월 중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오픈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사회적 형평을 이룰 수 있는 도시개발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