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박수빈 계단뿌셔클럽 대표 (경영학과 08학번)
과학기술은 발전했고 생활은 편리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누구나 아프면 휠체어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고령화 시대에 이동 약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다가오는 세상을 향해 박수빈 대표는 누군가 첫 테이프를 끊어야 변화한다고 생각했다.
선정됐다는 소식을 메일로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일단 신기했고 남의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주변에서 많이 기뻐해주셔서 좋았고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타인의 인정’이 생기니, 우리 팀과 활동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에너지, 하나의 응원이 되더라고요. ‘계단뿌셔클럽’은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이 참여해야 의미 있는 활동이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한층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작은 회사지만, 인터뷰 기사가 실리고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계단뿌셔클럽’ SNS 팔로어 증가와 함께 협업 제의나 문의가 늘었습니다. 올해 사업과 협업 진행은 ‘계단뿌셔클럽’을 신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포럼에 초청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ESG 경영과 사회공헌에 기업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기업 강의나 협업 활동을 지난해보다 활발히 진행할 것 같습니다.
성격 자체가 감정의 높낮이가 심한 편은 아닌 것 같아요. 무던하게 저의 환경을 받아들인 것도 있고요. 너무 어렸을 때 휠체어를 탔기 때문에 불편함보다 늘 느끼고 있던, 환경 같은 개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많이 케어해주셨어요. 생활 반경이 집과 학교, 학원, 동네 근처가 전부였는데 대학교에 다니면서 환경 범주가 넓어지니 불편함을 느끼게 됐죠. 원한다고 해서 이동이 수월하지 않음을 자연스럽게 체감했습니다.
이대호 공동 대표님은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 ‘타다’를 같이 다니던 동료였습니다. ‘타다’에서 저는 서비스 기획을 했고, 이 대표님은 운영팀 오퍼레이션 쪽을 담당하셨습니다. 회사 동료여서 종종 밥도 먹으며 친분을 쌓아갔죠. 나중에 시간이 지나 친해진 후, 함께 식사할 식당을 찾는 게 고민이었단 걸 알게 됐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계단이 없는 식당이 늘어나거나 휠체어 이동이 개선되지 않았죠. 이 대표님과 우리가 한번 해결해보자! 회사를 다니며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게 됐습니다.
‘계단뿌셔클럽’ 앱 개발 후, 지속적인 업데이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정보 수집과 탐색, 두 가지가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정보 수집에 집중하고 있어요. 올해 2월 말쯤부터 실제로 탐색이 가능한 서비스로 변경할 계획이고, 테스트 중입니다. 개발한 앱은 사전 신청을 한 테스트 집단이 사용 후기, 개선점 등을 보내줍니다.
지도앱에서 주변 식당을 검색하면 장소 접근성 정보가 색깔로 표시됩니다. 식당에 계단이 없거나 경사로가 있으면 초록색, 계단이 한두 칸으로 낮으면 노란색, 계단이 많아 이동이 불편하면 빨간색 아이콘으로 뜹니다.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는 식당 후보군을 확인하도록 말이죠. 지도에서 원활한 정보 검색이 된 이후에는 이동 약자분들이 직접 평가를 남기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입니다. 맛집 식당에 별점이 아무리 높아도 누가 맛있다고 평가를 써야 가고 싶잖아요. 실제 다녀온 사람의 후기가 있어야 신뢰가 생기고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주요 역 근처 식당과 카페, 편의점, 약국, 병원을 중심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크러셔 클럽 참가자 중 절반 정도는 이동권 접근성에 관심은 있지만, 일상에서 직접 참여할 기회가 없어서 신청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크러셔 클럽은 멤버십 형태로 운영하는데 이용료가 ’25년 봄 기준으로 29,000원(3개월) 정도입니다. 단체와 회원이 같이하는 활동이어서 책임감과 소속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신청하고 활동을 안 하면 의미가 없잖아요. 참여 동기를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하고요. 유료 멤버십 운영은 봉사활동이 아닌 재미와 보람을 강조한 활동이었기에, 자발적 참여로 이어지는 효과까지 있었습니다. 특히 2030세대는 자신이 ‘사회에 가치 있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효능감을 느끼고, 실제 문제 해결할 수 있음에 의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정보 수집 활동을 기획하면서, 봉사활동으로 소개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크게 보면 봉사활동과 흐름이 같으니까요. 하지만 꾸준한 활동으로 이어지려면 참가자가 재미있고 즐거워하는 요소가 필요했습니다. 게임처럼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눴죠. 정보 수집 활동을 할 때, 현장에서 미션을 드립니다. ‘목표장소’ 표시가 있는데요. 참가자들이 확인 목록을 받으면 모두 지우고 싶은 심리를 활용했습니다. 표시를 지워가며 목록을 채우게끔, 땅따먹기 놀이처럼 만들면 어떨까. 게임을 종결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계단정보를 등록하지 않은 곳에서 자신이 첫 번째 정보 등록자가 되는 거죠. ‘우리가 계단을 정복해가자’는 의미에서 정복자라고 쓰고 있어요.
이동 약자를 위한 지도앱이 기본 탐색 도구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이후에는 숙소와 여행지 정보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이동 약자가 언제든지 ‘편리하게 쓰는 앱’이 최종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일을 하려면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할 텐데요.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이동 정보를 넓게 확장하려면 비용이 커질 겁니다. 최근에 ‘계단뿌셔클럽’이 사단법인 비영리단체로 전환됐습니다. 비영리단체는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고, 공감하는 사람들의 후원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합니다. 이 마음을 동력으로 건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제일 좋은 성장 공식이라 생각합니다. 기업을 비롯해 많은 분이 이동 약자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계단뿌셔클럽’의 활동을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