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마음의 길을 여는
예술교육

곽덕주 교육학과 교수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 나타나는 예술교육의 본질과 현상에 주목해온 곽덕주 교수. 그는 예술교육이 인간의 내면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삶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교육학자로서 바라본 예술과 예술교육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 방향을 따라 삶을 축적해온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견을 깨고 만난 새로운 세상

“유학 시절, 뉴욕은 일상이 예술인 도시였어요. 그들에게 예술은 교양이 아닌 그저 삶이었고, 상류층의 전유물도 아니었죠. 지성인들은 예술에 무한한 관심을 가졌으며, 사회 변화의 동력 같은 예술적 사고(思考)가 도시 전체에 가득했어요.”
한때 곽덕주 교수에게 있어 예술이란 와닿지 않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 손에 이끌려 억지로 피아노 교습을 받은 것이 예술교육이라 알았고 예술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하는 것, 경제적 여유를 가진 이들이 즐기는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있었다. 그 생각은 교육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향했던 컬럼비아대학교 유학 시절에 완전히 바뀌었다. 뉴욕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하고 관련 강의를 들으면서 예술에 대한 편견을 깬 뒤 한국으로 돌아온 곽덕주 교수는 서울문화재단과 인연을 맺으면서 예술교육 분야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국내외의 다양한 워크숍과 강연,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예술교육에 대한 유의미한 길을 도출하고 또 제시해냈다.
“이전의 방식으로 교육받은 예술가들은 대부분 예술을 작가주의적인 관점으로 생각했어요. 일류 작가가 돼야 한다는 생각과 엘리트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았죠. 한편으로는 당시 예술교육에 관한 시각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 사람이 많았어요. 그래서 예술은 예술가만이 누리는 특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세상과 소통하는 특별한 방식의 경험이 되어야 한다는 주제로 교육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만의 에너지를 찾아 답을 얻기까지

곽덕주 교수는 예술이 우리 삶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린 학생부터 성인까지 예술을 어렵게 생각해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예술은 평소 습관을 깨고 우리 안에 있는 어떤 에너지를 끄집어내는 거예요. 그다음에야 비로소 표현할 수 있죠. 에너지는 바깥에서 일깨워질 수도 있고 안에서 나올 수도 있는데, 현재 교육 현장의 예술교육은 깨닫기도 전에 무조건 만들고 그려보라고 합니다.
핀란드 헬싱키의 아동청소년 예술기관 아난탈로아트센터(Annantalo Arts Centre)는 예술교육의 정신을 두고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라고 해요. 예술가들은 스스로 느끼고 보는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지 정답을 제안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각자가 자기만의 답을 갖고 있습니다.”
곽덕주 교수는 가장 왕성한 에너지를 가진 아이들이 경쟁과 비교, 주변의 평가에 짓눌려 자기 안의 내적인 에너지를 꺼낼 줄 모른다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늘 판단되리라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예술교육은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일까?
“교육자들은 ‘예술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예술가들은 ‘교육을 보수적인 것’이라고 여겨 교육과 예술 간에 소통이 쉽지 않은 경우를 더러 봤어요. 그래서 이 둘 사이에서 소통하며 간극을 좁히는 매개의 역할이 있어야 해요. 현대에 이르러 국민 개개인에게 예술에 대한 향유와 참여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 큰 의제가 됐습니다.”
곽덕주 교수는 경험과 미적 체험을 강조하는 방식의 예술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결국은 몸의 감각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예술교육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길을 열어주고, 다른 이들과의 연대를 가능케하며 굳어 있던 자아(自我)의 껍데기를 균열시켜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열게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자기감정을 들여다보며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의 욕망을 똑바로
들여다봄으로써 이를 이해하고 삶을
자신의 몸과 통합시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바로 예술이 우리 삶에 필수불가결하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뉴욕 링컨센터의 예술교육자 워크숍(Teaching artist workshop)에 참여한 곽덕주 교수.

진정한 삶을 찾아가는 지표

서울대 학생을 위한 예술교육은 곽덕주 교수에게 진지한 문제로 다가왔다.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감정이 성숙할 시간이 없었던 학생들에 대한 우려도 잇닿아 있는 부분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자신의 감정과 마주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치열한 입시 경쟁의 결과로 이곳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때로는 문제에 부딪쳐 좌절하면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기감정을 들여다보며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의 욕망을 똑바로 들여다봄으로써 이를 이해하고 삶을 자신의 몸과 통합시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예술이 우리 삶에 필수불가결하게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을 통해서 자기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욕망을 이해하면서 ‘이게 뭘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라며 곱씹어보고, 이를 남과 공유하기 위해 다시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죠. 예술을 통해서 자신의 경험을 질서화하는 것도 배울 수 있어요. 예술 작품은 작가가 자기감정을 특정 형태나 질서로 통합해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니까요. 감정에도 질서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죠.”
곽덕주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중요한 욕망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깨닫고 이를 중심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통합해 삶의 질서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그래야 혹여 좌절을 만나더라도 다시 자신을 붙들고 나아갈 수 있는 내면적 힘과 성찰력이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 연대 차원에서도 이런 힘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예술이 우리 삶에 주는 힘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질문할 수 있게 하는 교양서를 내고 싶다는 곽덕주 교수. 그는 삶은 결코 예술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예술은 우리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한 인간을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예술이 주는 교육적인 힘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하고 연구하고 있어요. 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겠지만, 저는 ‘자신과의 대화’라고 생각해요. 그럼으로써 힘을 키우고 내면의 단단함을 만드는 거죠. 한 사람이 자신만의 진정한 삶을 찾아가는 지표로써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요? ‘세상과의 소통’ 그 자체이자, 이것에 물꼬를 터주고 함께하는 것이 바로 예술, 예술교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