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이교구 인공지능예술연구센터장 (지능정보융합학과 교수)
세계적으로 융합 연구가 활발히 일어나는 지금, 음성과 음악, 인공지능을 결합한 AI 오디오 기술로 새로운 영역의 흐름을 선도하는 이교구 교수. 그가 들려주는 인공지능과 예술의 공존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앞으로 마주해야 할 멀지 않은 미래였다.
모든 인류의 역사에서 음악은 언어와 함께 공통적으로 발견된 요소입니다. 여기에는 공통적으로 듣는 행위가 기반됩니다. 예부터 음성을 통한 의사소통은 중요했으며, 음악은 언어의 부산물이자 유희도 책임졌죠. 음악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가 자연스레 발 빠르게 진행된 이유도 이와 같을 겁니다. 멜로디만 흥얼거려도 어떤 곡인지 검색해 찾아주는 음악 인식,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는 알고리즘 등은 모두 인공지능의 일입니다. 음악과 인공지능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죠. 저 또한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음향에 관심이 많았던 덕에 음악기술, 컴퓨터음악 이론 및 음향학을 연구한 결과 현재는 데이터 기반으로 하는 인공청각지능 (Machine Listening), 기계학습과 신호처리를 바탕으로 인간의 청각지각과 인지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융합의 뿌리는 소통입니다.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연구팀 지능정보융합 학과 음악오디오연구실(MARG; Music and Audio Research Group)에서 추구하는 바도 같습니다. 오디오 및 음악과 연관된 다양한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이곳은 작곡 전공한 학생은 딥러닝을 개발하고, 엔지니어가 화성법을 연구하는 등 여러 분야의 전공자들이 모여 소통하고 있습니다. 전공에 따라 연구의 접근법은 다르겠지만 저를 포함해 음악을 좋아하는 열정은 같습니다.
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 이게 무슨 예술이냐는 비판적인 시선이 많았어요.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오토튠’이 나왔을 당시 음악계는 충격이었고요. 현시대에서 사진을 예술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토튠이 많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가 음악을 창작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 것처럼 시대에 따라 예술의 기준과 사회적인 시선도 변합니다. 게다가 음악예술은 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오디오 신호처리 기술과 예술가가 만나 신시사이저라는 새로운 악기가 개발되어 일렉트로닉 음악을 탄생시켰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인 10번 교향곡도 만들었죠. 다만 인공지능 기술로 만든 창작물을 어떻게 감상할지는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고민입니다. 인간만이 이러한 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고, 콘셉트를 제시할 수 있어요. 인공지능이 창작이 가능해도, 창작의 호기심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속성입니다. 결국은 사람이 판단하고 느끼는 겁니다. 예술성의 유무는 자연스레 감상자의 몫인 것처럼요.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서 이미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술이란 정보를 입력해 계산하듯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창작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유일하게 오감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고 표현하는 생물체입니다. 외부 세계에서 느낀 것을 나의 경험에 비추어 재생산해 타인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따라 해서 발달시키고 싶은 순수한 본능이 있어요. 내가 느끼는 것을 타인과 공유하고 공감하며 표현하는 것, 즉 예술이야말로 인류의 보편적인 소통의 수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은 아티스트가 표현하고자 했던 예술적 가치의 완성도를 높이고 돕는 보조 역할로써 기능하며, 인간은 오히려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에 집중해 예술의 세계를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것이 예술과 공존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