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통계로 세상과 만나다

장원철 통계학과 교수

데이터를 수집, 분석, 해석하고 그 결과를 결정에 활용하는 학문인 통계학은 교류의 대상이 있을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장원철 통계학과 교수가 지난해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의 R&D팀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야구 데이터 분석 전반에 대해 자문하고 있는 것은 통계 데이터가 특정 분야와 교류할 때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 보여준다. 통계학으로 세상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장원철 교수를 만나보았다.

세상 모든 걸 다 해보고 싶다면? 통계학이 답이다

“세탁소 아저씨가 과산화수소로 얼룩을 빼는 방법을 설명하고 보여주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20만 뷰입니다. 그런데 그 과산화수소 원리를 화학적으로 풀면 아무도 안 봐요. 교류 방식, 소통 방식의 차이죠. 저 역시 전공 강의 외에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통계학과 생활 속 이야기를 연결해 풀어주는 교양 수업을 새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화학은 재미없다고 하면서 세탁소 아저씨 영상은 열심히 보는 시대에 걸맞은 변화는 반드시 필요해요. 이는 학문과 세상이 교류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지요.”
장원철 교수의 이력은 상당히 독특하다. 학창 시절을 독서와 야구 경기 시청, 공상으로 보냈으며, 2012년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와 함께 한국야구학회 창립을 주도하고 야구학회 부회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장원철 교수는 통계학을 통해 천문학, 유전학, 역학, 뇌인지과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학제 간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린 시절의 꿈을 좇고 있는 인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여기에 더해 자신은 “과학자와 일반 대중과의 교류, 소통에도 관심이 많다”면서 “정보의 홍수 시대에 중요한 디지털 문해력 교육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제 자신을 일반적인 통계학자와는 조금 다르다는 의미로 Beyond Traditional Statistician, 줄여서 ‘통계학계의 BTS’로 소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력을 들으니 프로야구팀 자문위원이라는 또 다른 직함이 별나거나 놀랍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고 싶어 했던, 좋아하는 일의 확장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장원철 교수에 대한 단상이다.
장원철 교수가 통계학에 매료된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천문학자, 야구단 직원 등 다양한 꿈을 꾸던 중 통계학을 공부하면 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ation, 적분변환의 일종)을 발명하고 소프트웨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존 튜키(John Tukey)라는 유명한 통계학자가 ‘통계학자라서 가장 좋은 점은 모든 사람의 뒷마당에서 놀 수 있다는 것’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이 말을 듣고 무릎을 쳤습니다. 관심이 있다면 모든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통계학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세상은 통계로 이루어져 있다

롯데자이언츠가 장원철 교수를 R&D팀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것은 통계학이 가진 힘을 또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한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장원철 교수가 조금의 망설임 없이 이 제안을 단번에 수락한 것은 워낙 야구를 좋아하고 부산이 고향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야구 기록)라는 분야가 따로 있을 만큼 통계학은 야구 분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입니다. 전통적으로 분석이 나름의 기여를 하고 있는 분야이죠. 통계학은 스포츠에서도 굉장히 다방면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정량화가 되지 않았던 다양한 기록들을 수치화시킴으로써 선수 영입이나 육성에 활용하고, 선수 부상 방지라든가 훈련 방법 등에도 적용할 수 있지요. 이는 골프나 축구 같은 다른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통계학과 스포츠의 교류는 그 안에서도 또 다른 만남을 만들어낸다. 자문위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 체육교육과의 박재범 교수와의 작업 역시 교류를 통해 또 다른 분석적 성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박재범 교수님은 바이오메카닉 전문가로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의 신체 기능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개별화된 선수 훈련 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신체 측정 자료로 저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분석을 끌어내는 것도 이번 업무의 목표지요.”
통계분석학이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장원철 교수가 얼마 전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치학 교수와 함께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을 분석했던 것도 좋은 예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대법관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데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화제가 됐던 게 낙태에 대한 이슈인데, 미국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정 사안들에 대한 대법관들의 판결 기록을 보고 누구랑 같이 의견을 냈는지, 찬성·반대를 누구랑 했는지에 따라서 대법관들의 성향을 점수로 나타낼 수 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게 이 성향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실제 지명한 대통령 소속정당과 다르게 보수와 진보 성향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판관의 판결 경향을 파악해서 일렬로 세워봤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어요. 검찰 출신 헌법재판관이라 보수 성향일 줄 알았는데 막상 분석해보니 중도적 성향에 흴씬 가까웠던 거지요. 외피만 보고 판단하는 것과 통계로 보는 시선이 확 달라지는 좋은 예였어요.”
이외에도 장원철 교수는 물리학 교수와 함께 ‘집회인원 추정 방법’을 분석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적이 있다면서 통계학이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활약이 가능한지, 그 무궁무진함에 대해 설명했다.

통계학의 핵심, 교류하고 질문하라 그리고 협업하라

통계학자의 장점은 모든 학문의 뒷마당에 놀 수 있다는 것이지만 반대로 어려운 점도 있다. 바로 협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협업이 쉽지 않은 이유는 대화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야의 전공자끼리 만나 대화를 하면 피차 상대방의 말이 외계어처럼 들려요. 낯선 분야니까요. 결국 키워드로 짐작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는데, 이때 상대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물어봐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학생이나 교수나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거예요. 일례로 제가 천문학 공동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천문학자가 ‘σ8(시그마에잇)’이라는 단위를 굉장히 중요하게 사용하더라고요. 통계학에서 σ(시그마)는 ‘표준편차’로 많이 쓰는데 천문학에서 σ8은 ‘변동계수’로서 그 표준편차를 평균으로 나눠주는 개념이거든요. 제가 통계학 기준으로 σ8을 표준편차로 모델링해서 데이터 분석을 했더니 우주의 역사가 바뀌더라고요.(웃음)”
장원철 교수는 대화가 중요하고 데이터 문해력이 중요하다면서 백종원 씨의 성공 비결을 두고 “쉽게 말하고 쉽게 계량해 요리의 진입 장벽을 낮췄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통계학에서 타 학문과의 교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개인 성향에 따른 편차도 있지만 통계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을 따져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창 배우는 학생들 같은 경우는 단체 활동이나 다양한 대면 활동으로 교류의 경험치를 쌓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신설한 ‘문제는 통계야: 빅데이터 시대의 데이터 문해력’ 수업을 보면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듣거든요. 실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 여론조사, 로또 같은 주제로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에게 3, 4인으로 조를 만들어서 특정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하면 혼자할 때보다 훨씬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수업 참여도도 높아집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교류는 중요한 것입니다.”
장원철 교수가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학생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질문하세요, 아무거나 물어보세요, 바보 같은 질문일까 봐 두려워하지 마세요. 첫 한두 시간에 질문을 해야 학기 내내 질문을 합니다. 해당 학기의 수업 톤은 1, 2주 안에 질문을 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어요. 질문은 곧 교류, 소통의 시작입니다.”
현재 입자물리학에서 힉스 보손 입자를 효율적으로 발견하는 방법에 대해서 공동연구 중이라는 장원철 교수. 그에게 통계분석학이란 교류를 통해 더 완전해지고,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아주 중요한 통로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질문하세요, 아무거나 물어보세요,
바보 같은 질문일까 봐 두려워하지 마세요.
질문은 곧 교류, 소통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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