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versation
송준호 첨단융합학부 학부장 ·
안정호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현시대에 융합이란 혁신과 효율, 다양성과 경제적 가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담론이다. ‘융합’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인재 양성의 싹을 틔운 첨단융합학부 송준호 학부장과 15년 역사 속에서 많은 인재를 배출해낸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안정호 원장이 만나 융합과 관련된 의견을 나눴다.
송준호 학부장 가장 큰 배경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이 일으키고 있는 세 가지 요구입니다. 첫 번째는 시대적 요구입니다.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은 그동안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누군가가 해놓은 것들을 빨리 따라잡는 것이 전략이었죠. 그러나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즉 퍼스트 무버를 양성하려면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질문이 주어진 겁니다. 두 번째는 사회적 요구입니다.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같은 정책에서 볼 수 있듯이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교육에 대해서 사회는 양적·질적으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전공 간, 학문 간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융합 인재들이 우리 대학교를 통해서 양성되어야 한다는 요구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작년 한 해 동안 교원 확보, 입시 준비, 공간 확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융합 교육의 새로운 커리큘럼을 만드는 작업을 숨가쁘게 진행했어요. 융합이라는 화두를 학부과정에서 어떻게 풀 것인가, 인재상을 잘 정립하고 그 인재상에 맞는 인재들을 키워낼 수 있는 혁신적인 학습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갈지가 핵심 사안이었습니다.
안정호 원장 저희 대학원이 올해 15주년이 됐는데, 15년 전에 어떤 수고를 하셨는지 새삼 존경의 마음을 갖고 지켜봤어요.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처음 생기던 당시의 문서를 찾아봤는데 재미있게도 제일 큰 화두로 나왔던 게 ‘첨단 융합’이었습니다. 10년, 20년 전부터 융합, 통합, 통섭, 디지털 컨버전스, 초격차 등 다양한 단어와 개념들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대학원 중심, 연구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분위기였으나 이제는 그에 앞서 융합적 사고를 키우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학내의 합의, 사회적 동의가 오늘의 첨단융합학부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학생들의 소통·협업 공간 ‘SNUTI Playground’
송준호 학부장 융합과학기술대학원과 첨단융합학부가 융합 교육의 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 두 기관이 다양한 전공을 가진 교수님들의 융합 교육과 연구의 플랫폼이 되길 기대하는 거지요. 제가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며 느낀 것 중 하나가 다양한 분야를 겪어보고 소통하는 융합소양을 배양하는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숨겨진 답을 찾아내는 데에는 특화되어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 경청하는 훈련이 안 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한 부분을 학부과정에서 좀 키울 수 있다면 향후 대학원과 산업계, 정책 리더십에서 굉장히 좋은 융합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안정호 원장 단일 학문 단위가 더 좋은지, 융합 학문 단위가 더 좋은지 아직 답은 알 수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점은 학교처럼 보수적인 곳에서 다른 시도를 해본다는 것입니다. 학부는 교육, 대학원은 연구라는 목적성을 갖고 있다고 흔히 생각하는데,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학부부터 연구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대학원, 또 어떤 사람은 소위 전문대학원에서 교육을 받기도 하지요. 교육의 다양한 형태를 추구하는 조직들이 서울대학교 내에 있다는 걸 저는 무척 좋게 생각합니다.
안정호 원장 우리 사회도, 과학기술의 시스템들도 점점 더 복합적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깊은 인사이트와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소통하면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시대이므로 융합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분야의 단단함이 매우 중요해요. 자기 분야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대해야 하는 것이죠.
송준호 학부장 기후위기, 팬데믹 등 단일 분야의 지식과 경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증가하고 있고 인류의 지식도 폭발적으로 증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재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대전환은 더 많은 사람과 전공 분야에서 융합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송준호 학부장 학생들 간의 활발한 교류는 향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됩니다. 저희가 18동 1층 라운지, 일명 ‘SNUTI Playground’를 넓고 쾌적하게 만든 것은 거기서 학생들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조력자이자 협력자로 학습 공동체를 이루길 바라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첨단융합학부에서 교육을 받는 것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방식을 익히는 겁니다. 훗날 각자가 선택한 전공 중심으로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되더라도 스무 살 시절에 익힌 교류와 소통의 역량은 융합의 기반이 되어 전에 볼 수 없었던 인재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안정호 원장 서울대학교는 그동안 다양한 조직을 만들어왔습니다. 이처럼 늘어나는 각 조직들이 부여된 미션과 업무를 실행해나가면서 그 과정을 피드백하고 이를 전체 조직에 알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교류라고 생각해요. 교류에는 중심이 있어야 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며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융합을 원하는 자는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서로 간에 균형이 맞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준비된’ 교류는 중요합니다.
송준호 학부장 결국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사람은 나와 생각이 많이 다를 거야’라고 생각하면 어떤 얘기를 해도 잘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거든요. 학부장으로서 학생들과의 소통도 마찬가지예요. 저 같은 경우는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면서 학생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웃음) 사실 교수 입장에서 의외로 용기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마음을 열고 용기를 내면 또 학생들이 저보다 훨씬 더 가깝게 다가옵니다.
안정호 원장 학부장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 말은 적게 하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고 이해하고 대응해야 해요. 하지만 우리는 보통 상대의 말을 끊고 자기의 얘기를 하고 싶어 하죠.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리더십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안정호 원장 저희는 설립 15년이 지나 어느 정도 성숙기에 다다른 기관이기 때문에 대학원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풍성한 연구 및 교육 성과와 역량을 바탕으로 융합의 결실을 꽃피우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게 가장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사회의 요구가 계속 바뀌고 학교 내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의 시도가 있는 지금, 저희도 그 시대적 흐름에서 지난 15년의 경험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분들과 소통하면서 고심하고 있어요. 18동 공간은 거의 완성이 됐지만 하반기에 추가 공사들도 예정되어 있는데, 향후 첨단융합학부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조금 더 같이 활용하고 교류할 수 있는 터전이 되길 바랍니다.
송준호 학부장 출범 첫해인 첨단융합학부에서 제가 가장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신입생들과 ‘학습 공동체’를 이루어 융합 교육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학생들이 ‘개별 수강생’이 아니라 ‘서로의 친구,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이를 위해 자체 동아리 활동, 사회공헌 활동, 행사 및 초청강연, 국내외 필드 트립 등을 통해 ‘학습 공동체’가 단단하게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내 다양한 단과대학, 대학원, 학과(부)와 첨단융합학부가 학석연계과정을 함께 개발해나갈 수 있기를 또한 기대합니다. 이러한 ‘융합 연구의 최전선’과 ‘융합 교육의 플랫폼’ 사이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서울대학교가 융합 교육의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서울대학교 첨단융합학부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부 교수(겸무)
UC 버클리 건설환경공학 박사(구조신뢰성공학)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 석사(구조공학)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지능정보융합학과 교수
스탠퍼드대학교 전기공학 박사
스탠퍼드대학교 전기공학 석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부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