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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 2

한국의 인공태양, 

KSTAR 꿈을 앞당기다

1억 도 초고온, 고성능 플라즈마를 얻는 운전 방법 발견



 

태양과 같이 핵융합 반응으로 지구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초고온, 고밀도 상태의 플라즈마를 핵융합로에 장시간 안정적으로 가두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 세계 핵융합 연구자들이 관련 연구를 이어가는 가운데 원자핵공학과 나용수 교수 연구팀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연구진이 2021년 세계 최초로 1억 도 인공태양을 30초간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


글. 나용수 원자핵공학과 교수



태양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별 내부에서 수소 등의 가벼운 원자핵이 서로 결합하면 헬륨 같은 좀 더 무거운 화학원소를 만들어 내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킴을 알아냈다. 수소들이 결합해 헬륨이 되면서 질량은 줄어들게 되는데 이 줄어든 질량(m)이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인 ‘E = mc2’에 의해 에너지(E)로 변환되는 것이었다. 이 과정을 원자핵끼리 융합한다고 해 ‘핵융합’이라 부른다.


핵융합의 원리를 알게 된 과학자들은 지구 위 인공태양을 만들어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아이디어에 이른다. 수소가 풍부하게 들어있는 바닷물로부터 인공태양을 만들고 여기에서 전기를 얻자는 것이었다. 이후 인공태양을 만들고 가두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제안됐고, 그중 자기장을 사용하는 방식인 ‘토카막’이 가장 유력한 방식으로 채택돼 유럽연합,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그리고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핵융합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건설에 이르게 된다. ITER는 토카막 방식으로 500MW 핵융합 출력을 내는 것을 목표로 2025년경 완공될 예정이다.


토카막이 전기를 생산하는 상용 핵융합로가 되기 위해서는 만족해야 할 조건들이 있다. 특히 1억 도 넘는 초고온의 인공태양을 안정적으로 장시간 유지해야 한다. 세계 어떤 핵융합 장치도 이를 성공하지 못했는데 최근 대전에 있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KSTAR 토카막 장치가 1억 도 인공태양을 30초 유지했다고 밝혔다. 세계 신기록이다. 게다가 이 인공태양은 인공태양을 가두고 있는 벽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는 고질적인 불안정성도 나타나지 않았다. 


2018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PLARE 연구팀은 초전도 자석으로 만들어진 최첨단 토카막 장치인 KSTAR에서 실험을 수행하다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원래 계획했던 인공태양이 만들어지지 않아 실험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연구진은 인공태양 온도를 살펴보다 이전에 KSTAR에서 한 번도 얻지 못했던 1억 도 이상의 초고온이 나타남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측정오류라고 생각했으나 다양한 분석과 계산 끝에 온도 값의 신빙성을 얻게 됐다. 이후 연구팀은 어떻게 초고온 인공태양이 얻게 됐는지 물리적 기작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이러한 초고온 인공태양을 더 오래 지속시키는 연구에 집중함으로써 긴밀한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외부 가열로 생성된 고에너지 수소 입자들이 인공태양 내부에 있는 난류를 억제함으로써 인공태양의 에너지가 손실되는 것을 막아 KSTAR 인공태양에서 초고온을 얻을 수 있었음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우리는 욕조에 담긴 물에 뜨거운 물을 틀어 온도를 높인다. 토카막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온도를 높인다. 인공태양(욕조에 담긴 물에 해당)을 만들고 가속기를 통해 높은 에너지로 가속된 입자들(뜨거운 물에 해당)을 인공태양에 주입해 온도를 높인다. 만약 욕조 속 물의 양이 적고 뜨거운 물이 많이 들어간다면 온도는 빨리 높게 올라갈 것이다. 연구진은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밀도가 낮은 인공태양에 고에너지 입자들을 주입했고, 불안정성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회피함으로써 초고온 인공태양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양한 공학적 접근으로 이러한 1억 도 인공태양을 30초 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기존과 다른 이 인공태양의 상태를 ‘FIRE(Fast Ion Regulated Enhancement) 모드’라고 명명했다. 고에너지 입자들이 인공태양의 성능을 향상했다는 물리적 의미에 더해 인공태양이 초고온으로 활활 탈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었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Nature’에 2022년 9월 7일 게재됐다. (제1저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한현선 박사 및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박상진 학생, 교신저자: 나용수 교수) 50여 년 한국 핵융합 연구 역사상 첫번째 Nature 논문 게재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리나라 KSTAR에서 달성한 초고온 인공태양 장시간 운전 성과의 독창성이 일반 학계에서도 인정받았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FIRE 모드의 발견은 인공태양이 고에너지 입자를 주로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으며,이를 통해 ITER를 비롯하여 향후 핵융합 상용로의 운전 기술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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