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봉사를 통해 만난
새로운 세상

두빈스키 니나 (정치외교학부 19학번)

새로운 출발을 앞둔 졸업식은 아쉽고도 설레는 자리다. 그 빛나는 자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이가 있다. 바로 지난 77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유학생 출신으로 졸업생을 대표한 두빈스키 니나. 새로운 세상에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지난해 늦여름,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 특별한 연설자가 섰다. 독일에서 온 두빈스키 니나(DUBINSKI NINA)가 그 주인공. 유학생 출신으로 졸업생 대표 연설을 하게 된 두빈스키 니나는 자리에 참석한 3,000여 명의 졸업생을 비롯해 많은 사람의 가슴에 울림을 줬다.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 연설자로 저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땐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설자로 결정되고는 덜컥 겁부터 나더라고요. 서울대생의 0.5퍼센트 정도만 차지하는 외국인 학부생이 서울대생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중압감이 다가왔습니다.”
그는 되려 이런 고민을 연설 속에 녹이기로 했다. 외모나 출신, 배경이 조금씩 다르지만, 같은 공부를 하고 같은 시험을 친 서울대생이라는 공통점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어떤 눈으로 보는지, 혹은 어떤 부분에 집중할 것인지에 따라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가 4년 동안 대학 생활을 하며 배웠던 큰 교훈이었다. 치열하게 한 공부만큼 인생에 깨달음을 준 것은 대학에서 꾸준히 해온 봉사활동이었다.

감동 안긴 연설의 근간, 봉사활동

“글로벌사회공헌단 팀 중 하나인 샤눔다문화공헌단 봉사활동 홍보 포스터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이후 샤눔문화공헌단 학생 대표로도 활동했고요. 다양한 국적의 학생, 교수, 직원들이 ‘봉사’라는 하나의 매개체로 모여 같은 곳을 바라보았어요. 이 3년여 간의 경험은 제 인생의 중요한 기준과 가치가 되었습니다.”
독일 남부 출신 니나는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잦은 출장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아시아 문화에 익숙했다. 자연스레 아시아 국가로 유학을 꿈꾸게 됐고 한국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어나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배우기 쉬웠던 것도 큰 이유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가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 입학해 동아시아미술사를 공부했다. 하지만 1년여간 베를린에서 공부하며 한국을 향한 그의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결국 2019년 3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 입학했다. 비록 대학 생활의 절반 이상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보냈지만, 오히려 “팬데믹 이전에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게 큰 행운”이라며 웃는다. 부족한 한국어 실력으로 전공을 따라가는 것이 남들보다 두세 배는 어려웠던 그는 그만큼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지금보다 한국말도 부족했을 때라 교수님이나 직원, 친구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그럴 때마다 자기 일처럼 도와주었어요. 도움을 받기만 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봉사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으니까요.”

지혜와 연민, 감사를 발견하는 눈

가까운 관악산 플로깅부터 시작해 지역 다문화가정 커뮤니티를 찾아 그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장애인들과 운동하고 겨울이면 김장을 해 이웃과 나눴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함께 경주 양동마을을 방문하며 자신과 같은 외국인을 위한 응급처치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꾸준히 지역사회와 캠퍼스에서 주도적으로 봉사하며 다양성 증진에 앞장섰다. 봉사활동으로 그는 자신이 받은 도움을 주변에 나눴다. 이를 통해 니나는 나와 너, 우리가 서로 많이 다르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졸업 후 바쁘게 살아왔던 생활에 잠시 쉼표를 찍는 중이다. 국제기구나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은 여전하다.
“세대, 지역, 젠더, 종교, 직업, 인종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를 둘러싼 갈등도 심해지고 있죠. 하지만 우리는 다양성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공존은 살기 위해 해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입니다. 생존이죠.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얼마나 공존할지에 달렸어요. 외국인이자 서울대생으로서 여러분이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타인을 바라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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